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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욱표 실장에게 쓰는 편지

by mubnoos 2021. 1. 26.

To. 홍욱표 실장님 (‘피에프 패드캡 건’은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엉뚱하게도’, 홍실장님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는지, 제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은 한 마디로 해보면, 같이 놀자’ 입니다. (저는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친구 집 앞에서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친구야 놀자~’, ‘구슬치기하자!’, ‘딱지치기 할까?’ 이런 것들과 비슷한 것들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래의 파티에 초청하는 정식 초대장 정도로 봐주시면 덜 ‘엉뚱’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제안하는 놀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적어도 삶을 더 재미없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패키팅의 정보화 놀이입니다. 정보의 무질서는 제조업이 가지는 성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놀이의 원리는 분산되어 있는 소음들을 질서 있게 모아서 음악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플라스틱 업태에서 근무하면서 생각하는 가소성의 개념_plasticity 때문입니다. 원료를 성형할 수 있도록 온도를 가열하고, 정해진 모양에 맞춰 생산을 해내는 과정들이 단지 플라스틱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력 그리고 그것들을 연산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정들 또한, 가소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의 시대에 정보가 원료라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정보를 모으고, 가공할 수 있는 가소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이 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 나의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나의 시간들을 갖기에도 일정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놀이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흑인노예의 해방이나 프랑스 혁명 같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아시겠지만 이 놀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게임, 주식-머신 러닝입니다. 홍선표 대표님이랑 두 번째 게임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이 게임이 삼각대 같은 구조처럼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1) 철학이나 예술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학습/이해하고 2) 수학이나 과학 같은 개념으로 세상과 연결하고 3) 그로 인해 얻어진 정보들을 연산하고 자동화하는 것, 이렇게 세 개의 다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1)은 주로 제가 주로 하고 있고, 2)은 홍선표 대표님이, 3)의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제안을 드리는 이유는 실제로 실장님이 필요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 역할에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같이 하면 실장님도 분명히 재미 있어 하실 것 같아서 입니다.

 

마지막 파티는, 우주 여행입니다. Rolex차고, Virgin Galactic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가는 겁니다. 우주 여행 가는 걸 생각해보니, 궁금한 점들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예를 들어, 우주복의 사이즈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우주선 안에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지?, 아이들은 몇 살 때부터 여행이 가능한지? 그런 것들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중력이 없는 곳에서 고소공포증이 해소될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우리가 현재 있는 곳과 원하는 것들 사이에 가로막는 것들의 대부분은 고소공포증처럼, ‘두려움’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관측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알 수 없는데도 말이죠.) 두려움을 제거하거나 혹은 정의하거나 한다면, 자유가 보이고 행복해 질 수 있는 티켓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불필요하게 거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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