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홍욱표 실장님 (‘피에프 패드캡 건’은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엉뚱하게도’, 홍실장님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는지, 제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은 한 마디로 해보면, ‘같이 놀자’ 입니다. (저는 동성애자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친구 집 앞에서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친구야 놀자~’, ‘구슬치기하자!’, ‘딱지치기 할까?’ 이런 것들과 비슷한 것들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래의 파티에 초청하는 정식 초대장 정도로 봐주시면 덜 ‘엉뚱’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제안하는 놀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적어도 삶을 더 재미없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패키팅의 정보화 놀이입니다. 정보의 무질서는 제조업이 가지는 성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놀이의 원리는 분산되어 있는 소음들을 질서 있게 모아서 음악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플라스틱 업태에서 근무하면서 생각하는 가소성의 개념_plasticity 때문입니다. 원료를 성형할 수 있도록 온도를 가열하고, 정해진 모양에 맞춰 생산을 해내는 과정들이 단지 플라스틱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력 그리고 그것들을 연산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과정들 또한, 가소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의 시대에 정보가 원료라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정보를 모으고, 가공할 수 있는 가소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이 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 나의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나의 시간들을 갖기에도 일정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놀이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흑인노예의 해방이나 프랑스 혁명 같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아시겠지만 이 놀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게임, 주식-머신 러닝입니다. 홍선표 대표님이랑 두 번째 게임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이 게임이 삼각대 같은 구조처럼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1) 철학이나 예술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학습/이해하고 2) 수학이나 과학 같은 개념으로 세상과 연결하고 3) 그로 인해 얻어진 정보들을 연산하고 자동화하는 것, 이렇게 세 개의 다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1)은 주로 제가 주로 하고 있고, 2)은 홍선표 대표님이, 3)의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제안을 드리는 이유는 실제로 실장님이 필요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 역할에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같이 하면 실장님도 분명히 재미 있어 하실 것 같아서 입니다.
마지막 파티는, 우주 여행입니다. Rolex차고, Virgin Galactic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가는 겁니다. 우주 여행 가는 걸 생각해보니, 궁금한 점들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예를 들어, 우주복의 사이즈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우주선 안에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지?, 아이들은 몇 살 때부터 여행이 가능한지? 그런 것들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중력이 없는 곳에서 고소공포증이 해소될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우리가 현재 있는 곳과 원하는 것들 사이에 가로막는 것들의 대부분은 고소공포증처럼, ‘두려움’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관측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알 수 없는데도 말이죠.) 두려움을 제거하거나 혹은 정의하거나 한다면, 자유가 보이고 행복해 질 수 있는 티켓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불필요하게 거창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