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 스베냐 플라스푈러

by mubnoos 2021. 10. 14.

 

 

1. 향락 노동 ─ 고통의 즐거움과 즐거움의 고통 

ㆍ새로운 도전은 항상 우리를 성장시키고, 꽃방울이 피어나려고 태양을 향해 온몸을 뻗듯 우리는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의 에너지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향락 노동자인 우리는 일은 사랑한다. 일을 통해 인정받기를 원한다. 사실상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란 거의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일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끊임없이 희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욕에 불타 일하고, 때로 미친 듯이 일한다. 

 

ㆍ사람들은 스스로를 마취시켜서 내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중독을 만들어낸다. 일중독은 운동중독과 더불어 유일하게 사회가 인정하는, 심지어 장려하고 지원하는 중독이다. 마약 중독자, 알코올 중독자, 골초인 모두 주변인, 루저, 혹은 자기 파괴자 취급을 받지만, 일중독자는 기업과 국가가 나서서 보살펴주고 칭송하고 이상화한다. 

 

1) 신의 뜻에 따르려는 노력의 자리에 오늘날 노골적인 야망과 끝을 알 수 없는 인정 투쟁이 들어섰다. 

2) 오늘날의 우리는 세계화된 바겐세일 자본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 

3) 프로테스탄티즘의 금욕주의자들은 절대 누릴 수 없었던 세속적 향락에게서 죄의 비늘으르 벗겨내 줄 적절한 수단과 방법이 우리에게는 존재한다. 

 

ㆍ기동성 있는 인간은 부유한다. 강에 떠다니는 나무 한 조각처럼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떠다닌다. 

 

ㆍ향락 노동자의 과잉행동, 그의 일중독은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의 표현이기도 하다. 신체의 죽음을 유지하여 피할 수 없는 추락을 최대한 미루려는 피트니스와 웰니스의 광기 역시 그런 공포의 표현이다. 

 

ㆍ신경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하는 인간은 욕망의 기계일 뿐이다. 통증이 업는 한 제기능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통증을 장애나 시스템 오류로만 생각하고, 주어진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려고만 한다면, 인간은 자기 실존과의 중요한 연결 지점을 잃고 말 것이다. 자신을 한계가 정해진 존재로 경험할 때에 자아를 갖게 된다. 

 

ㆍ고통은 생각을 낳는다. 

 

ㆍ인간은 처음부터 흠집투성이의 존재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의존한다. 인간은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갈망한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타인과 관련이 있다. 

 

ㆍ인간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인간에게는 항상 인정을 바라고 관계를 맺는 상대가 있다. 

 

ㆍ모든 요구에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때에만, 모든 가능성을 가능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박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때에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롭다. 

 

 

 

 

 


2. 즐기면서 일하는 동물 ─ 인간, 그리고 그의 심연에 대하여 

ㆍ인간은 일상에서 그리고 공적인 관계에서 일체의 본능적 행동을 경멸한다. 인간이 존중하는 것은 고상한 것, 청결한 것, 합리적인 것이다. 인간은 직립한 덕분에 동물과 달리 머리가 성기와 같은 높이가 아니라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위쪽에 놓여 있지 않은가.

 

ㆍ인간은 문화적 경계를 넘는 일을 매력적으로 느낀다. 인간의 충동은 자연적이기만 한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 깨트리면서 동시에 유지하는 금기들은 우리들에게 강한 충동을 선사한다. 

 

 

 

 

 


3. 사우나에 간 오디세우스 ─ 쾌락은 어떻게 순화되었나 

ㆍ영원한 충족에 직면한 사람은 공허를 갈망한다. 그는 온갖 향락 상품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갈망한다. 끊임없이 공급받는 사람은 박탈을 욕망하기 시작한다. 

 

ㆍ우리는 절대로 모든 쾌락을 택하지 않는다. 과도한 폐해가 발생한다면 상당한 정도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ㆍ음식의 향락은 포르노그래픽적 행위로 전락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포르노를 소비할 때처럼 탐욕의 대상과 거리를 두며 음식 자체가 아닌 음식의 모사품을 즐긴다. 이것은 소외다. 진짜의 것에 대한, 그러니까 음식 자체에 대한 혐오에 가깝다. 

 

ㆍ향락은 비현실적인 것, 인위적인 것, 거의 가상의 것을 얻게 되며, 원래의 사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된다. 

 

ㆍ최고의 향락, 위험 없는 황홀, 그것이야말로 시뮬레이션 향락이 이루어낸 성과이다. 진짜 향락은 오히려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4. 포르노의 지배 ─ 탈진 시대의 섹스 

ㆍ인간이 조만간 섹스를 극복하게 될 수도 있을까? 섹스가 송곳니와 털처럼 진화의 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ㆍ아마도 우리는 행복의 원천으로서의 성생활의 의미, 다시 말해 삶의 목표의 충족에서 성생활이 차지하는 의미가 현저히 감소했음을 인정해도 좋을 것이다. - 프로이트

 

ㆍ인간의 성생활은 진화의 부산물이다. 

 

ㆍ섹스가 터부의 구역에서 걸어 나와 상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우리는 성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되었다. 

 

ㆍ성은 해방되지 않았다. 날로 상품화될 뿐이다. 

 

ㆍ지금처럼 성과에의 압박이 컸던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쓰러질 때까지 일을 하고 항시 대기 중이며 충분히 일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없어 야근과 특근을 자청한다. 그러느라 겉보기에는 모든 것이 섹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상 섹스는 한쪽 구석에 버려져 있다. 

 

ㆍ기계는 고장 나기 일보 직전까지도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워커홀릭은 포르노그래피의 쾌락 기계와 매우 유사하다.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신체들도 쉬지 않고 쾌락의 국민총생산에 최대한 기여하는 고성능 노동자이다. 

 

ㆍ분주함은 결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분주함은 기존의 것을 재생산하고 가속화한다. 

 

ㆍ자유로운 섹스란 대체 무엇인가?

 

ㆍ피트니스 트레이너가 애인을 대체하고 스포츠가 섹스보다 더 중요하다.

 

ㆍ미래는 전보다 더 미디어 섹스의 것이다. 자위기구 2.0은 가상과 실제 섹스의 경계를 허문다. 

 

ㆍ포르노화된 사회에선 사람들이 섹스를 덜 하는 것이 사실이다. 클릭 한 번이면 온갖 환상이 충족되는 데 무엇 때문에 밖으로 나가겠는가?

 

ㆍ성적 향락은 쉽다. 하지만 만족을 주지는 못한다. 

 

 

 

 

 


5. 여유의 신성함 ─ 리추얼은 왜 필요한가 

ㆍ흡연은 기다림에 하나의 형식, 하나의 스타일을 부여한다. 

 

ㆍ현대인은 항상 무엇인가가 갑자기 나타날 것이라는 정체 모를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 '무엇인가'는 본능 충동이다. 자기 통제에 기초한 우리 문화는 이를 점점 억압하고 추방하라고 명령하며, 감지가 된느 즉시 불행의 예감을 퍼트린다. 

 

 

 

 

 


6. “커질 것 같아” ─ 여성의 야망에 대하여 

ㆍ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부인하고 무의식적으로 남성이 되려는 환상을 갖는 것 말고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까?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남근을 갖춘 남자가 되는 길 말고? 커질 것 같아. 

 

 

 


7. 불타는 자아 ─ 우리의 야망을 추동하는 것 

ㆍ야망이 컸다는 표현은 이제는 성인이 된 자식의 투지, 인내심, 노력을 강조하고자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들과 딸은 괴로울 것이다. 야망, 그 말은 너무 편협하고 경직된 느낌, 성공에 미친 것 같은 느낌을 풍긴다. 

 

ㆍ탐욕의 본성은 충동적이고 총족되지 않으며 지나치다. 

 

ㆍ모든 욕망이 그러하듯 야망은 충족될수록 더 자라난다. 그래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ㆍ상대와의 경쟁보다는 상호 자극이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는 법이다. 

 

 

 

 

 


8. 강박적 사랑 ─ 일중독에 대하여 

ㆍ인류가 태어났을 때 부터 노동은 벌이었다. (창세기)

 

ㆍ'일을 향한 사랑'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ㆍ니체에 의하면, 희생의 체념에는 분열이 존재한다. 고통 속에서 스스로 즐기며 자신의 조건인 생리학적 생활 능력이 줄어드는 만큼 점점 더 확신에 차고 더 의기양양해지는 분열말이다. 나를 희생할수록 더욱 더 사랑받는다. 이것이 금욕주의자들과 워커홀릭의 구호이다. 고통을 통해 정체 모를 죄의식에서 정화되고 싶고 순화되고 싶다. 그 죄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것만은 안다. 원죄를 지은 아담과 흡사하게.

 

ㆍ사회적 죄의식을 구축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기능이다. - 마르쿠제

 

ㆍ성과 중심 사회에서 인간은 성향이나 욕망이 아니라 성과를 통해 정의된다.

 

ㆍ인간은 가자아 인간다울 때 놀고, 놀 때 가장 인간답다. 

 

 

 

 

 


9. 하이데거의 침대 ─ 사유와 향락 

ㆍ결핍이 없으면 동경도 없다. 

 

ㆍ금욕 없는 쾌락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괴롭히는 악마들은 신에 대한 금욕적 신앙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그 결과인 셈이다. 

 

ㆍ사유는 원래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진리를 위해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진리를 찾는 것이 사유의 목표이다. 진지를 찾았을 때 비로소 모든 긴장이 해소된다. 진리의 본질은 물러남에 있다. 그리고 물러나 있기 때문에 진리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다. 

 

ㆍ철학적 사유는 진리를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진리른 찾는 일이다.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철학적 사유는 포르노적이지 않고 에로틱하다. 포르노그래피는 들춰보아야 할 비밀이 없다. 모든 것이 다 보인다. 그와 달리 에로틱한 욕망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부재하는 것에서 점화된다. 

 

ㆍ인식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관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대상을 실제 그 자체로서 경험하는 곳에서만 인식이 탄생하는 법이다.

 

 

 


10. 에로스 ─ 악마는 어떻게 사고를 잉태하는가 

ㆍ에로스는 사랑의 창조 행위로 또 정신적 창조 행위로 타인과 즐겁게 결합한다. 

 

 

 

 

 


11. 경계를 모르는 인간 ─ 통증의 제거에 대하여 

ㆍ모든 통증을 버튼 하나 눌러서 없앨 수 있다면 인간은 기계와 무엇이 다른가? 통증 없는 생명이란 것을 도대체 상상할 수 있기는 한가?

 

ㆍ나는 통증을 통해서만 나와 세상의 경계를 느끼고, 통증을 통해서만 일이건 사랑이건 운동이건 내가 나 자신에게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리 내 몸이라도 내가 남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며, 몸이 저항할 때는 그 뜻을 존중해주어야 몸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도 배운다. 

 

ㆍ통증의 신체는 우리의 관심을 경계선으로 돌린다. 

 

ㆍ통증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요청이다. 

 

ㆍ고통의 경험은 나 자신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ㆍ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질문도, 욕망도, 요구도 없어진다. 

 

ㆍ역설적이지만 쾌락이 고통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오르가즘에 도달한 인간은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 듯 얼굴을 찌뿌린다. 하지만 실상 그는 쾌락의 절정에 도달해 있다. 

 

ㆍ실존의 시작은 생의 의지를 깨우고 작은 피조물을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 형태로 변모시키는 충격이다.

 

 

 


12. 나르시스의 새 코 ─ 완벽한 신체가 던지는 구원의 약속 

ㆍ무엇으로도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자기혐오에 빠질 위험이 상존하다. 

 

ㆍ소비문화에서 아름다움은 정언명령이다. 아름다워져라! 후기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 명령에 짓눌린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 사회는 결코 우리가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먹고 산다. 

 

ㆍ완벽함은 소비 욕망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영원한 약속이며, 동시에 결코 지킬 수가 없기에 열등감을 더욱 부추기는 약속이다. 

 

ㆍ아름다움이란 관찰자의 눈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ㆍ완벽한 몸에서 정신적 치유의 해결을 모색한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미신에 불과하다. 

 

 

 


13. 특별 할인 가격의 구원 ─ 바겐세일 사냥 

ㆍ탐욕은 신체적 결핍 상태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사물을 향한다. 

 

ㆍ사물과의 건강한 관계는 내가 그것을 '자립성'에서 경험할 때에만 얻을 수 있다. - 헤겔

 

ㆍ인간은 더 이상 사물과 관계를 맺지 않고 오직 그 사물의 소비를 즐길 뿐이다. 

 

ㆍ바겐세일의 매력은 이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가짜 기분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은 것 같은 기분도, 아니 바로 그 기분이 바겐세일의 진짜 매력이다. 

 

ㆍ계몽주의의 도덕 교사들은 힘을 잃은 종교를 대신해 이 사회에서 참고 견뎌야 하는 지적 근거를 찾으려는 희망 없는 노력을 지속한다. 

 

 

 

 

 


14. 놓아두기의 칭송 ─ 무위에 대하여 

ㆍ남은 시간을 여유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긴장, 다른 일에 활용한다. 다른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의 특징은 재능과 직업적 야망이며, 우리는 쉬지 않고 만들고 창조한다. 야망 넘치는 능력 있는 인간은 그저 행동하는 인간이 아니라 과잉 행동하는 인간이다. 

 

ㆍ어떤 행동을 결정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수많은 행동을 포기해야 한다. 

 

ㆍ어떤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한 가지 행동을 하는 것이다. 

 

ㆍ21세기에는 행동뿐 아니라 그렇게 놓아두기도 적절하고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