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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풍차

by mubnoos 2021. 3. 18.

 

 

 

 

어제 새벽, 생산부-야간 엔지니어 한 명이 기계에 손가락이 끼였다. 악몽 같은 일이다. 밤새 병원들을 돌며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았으나, 코로나19 때문인지 그 어떤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 밤은 무책임하게 지나갔다. 무력했다. 직원의 손가락은 마치 괴사한 것처럼 변해갔고, 절단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진단을 받기도 했다. 모든 건 한 순간이다. 직원은 그 손을 부등 켜 안고 밤을 보냈다. 안타깝다. 내 손이 저릴 정도로 안타깝다. 결국 아침이 되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술 일정을 잡아야만 했다.

 

관리자인 나는 ‘동시간 동안 회사의 설비들이 문제없이 생산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보완할 수 있을까?’등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스스로에게 불편 해졌다. “생산은 계속되어야 한다”

 

영화 '물랑루즈'하면 누구나 '샤틴'(니콜 키드먼)이 제일 먼저 연상될 것 같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 속에서 갑자기 ‘물랑루즈’에서 나왔던 뚱뚱하고 탐욕스러운 수염을 가진 '극장주'의 대사가 생각났다.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영화를 볼 때는 이름모를 극장주는 ‘샤틴’의 사랑과 성공을 방해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 극장주가 생각난 건, 아마도 관리자의 모습은 그 극장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인 것 같다.

극장의 이름이었던 ‘물랑 루즈’의 의미가 왜 '빨간 풍차'였을까? '삶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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