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과 제1장 / 이무영
모래톱 이야기/ 김정한
K중학교 교사였던 ‘나’는 나룻배 통학생인 건우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건우가 살고 있는 섬이 실제 주민과는 무관하게 소유자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를 쓴 건우의 글을 읽는다. 가정 방문차 그 ‘조마이섬’으로 찾아간 날, 깔끔한 집안 분위기와 예절 바른 건우 어머니의 태도에서 범상한 집안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거기서 ‘나’는 건우의 일기를 통해 그 섬에 얽힌 역사와 현재에 대해서 알게 된다.
주머니처럼 생긴 ‘조마이섬’은 일제시대에는 동척의 소유였고, 해방 후에는 나환자 수용소로 변했다. 그것을 반대하는 윤춘삼 영감은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하였다. 그 후 어떤 국회의원이 간척 사업을 한답시고 자기 소유로 만들어 버렸다. 논밭은 섬사람들과 무관하게 소유자가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선비 가문의 후손임에도 건우네는 자기 땅이 없다. 아버지는 6·25 때 전사했고, 삼촌은 삼치잡이를 나갔다가 죽었다. 어부인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의 몇 푼 벌이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윤춘삼氏를 만난다. 그는 ‘송아지 빨갱이’라는 별명을 지닌 인물로 과거 한때 ‘나’와 같이 옥살이한 경험이 있다. 그의 소개로 갈밭새 영감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그 해 처서 무렵, 홍수 때문에 섬은 위기를 맞는다. 둑을 허물지 않으면 섬 전체가 위험하여 주민들은 둑을 파헤친다. 이 때 둑을 쌓아 섬 전체를 집어삼키려던 유력자의 하수인들이 방해한다. 화가 치민 갈밭새 영감은 그 중 한 명을 탁류에 집어던지고 만다. 결국, 갈밭새 영감은 살인죄로 투옥된다.
2학기가 되었으나 건우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다. 황폐한 모래톱 ‘조마이섬’은 군대가 정지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나는 조마이섬에 사는 윤춘삼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이방인처럼 보고 있었다.
사하촌/ 김정한
가뭄이라는 자연적 재난과 맞서기에 앞서 가혹한 소작제도 및 일제의 통제에 시달리는 사하촌 소작 농민의 상황을 예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민족 운동의 계몽성 내지 사회주의 목적성을 표방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나아간 농민소설이다. 어느 해 여름 가뭄이 계속되자 보광사라는 절의 땅을 부쳐먹고 살아가는 농민들은 농사를 망치게 된다.
마을의 농토에 물을 대주던 물길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그 물을 수도로 이용하게 되면서 더욱 물 걱정이 심하여진다. 수도 출장소에서는 농민들의 폭동이 두려워 뒤늦게 물을 터놓지만 물은 턱없이 모자라 물싸움이 벌어지고 마을 인심만 흉하여진다. 농민들의 기우제와 백중날 보광사의 기우 불공도 영험 없이 가뭄은 계속된다. 여름이 가고 추석이 돌아왔으나 마을은 흉년으로 명절을 기쁘게 맞을 수가 없다.
보광사에서는 농사를 망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예전과 다름없는 소작료를 요구한다. 성동리의 구장과 고 서방 · 들깨 · 또쭐이 등 대표의 저리자금 지불기한의 연기신청도 거절당한다. 며칠 뒤 마을 논에는 입도차압의 팻말이 나붙고 고 서방은 드디어 야간도주를 하고 만다.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게 된 극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자 또쭐이 · 들깨 · 철한이 · 봉구 등 성동리 장정들은 차압 취소와 소작료 면제를 탄원해보려고 묵묵히 마을을 떠난다.
이 작품에는 가뭄이라는 자연적 재해를 통하여 구체화되는 식민지 농촌의 사회적 모순이 그려져 있다. 일본인 및 식민지 체제에서 이득을 보는 이들이 사는 도시에 수도를 공급하기 위하여 더욱 심각한 가뭄을 겪어야 하였고, 보광사의 중으로 대표되는 지주와 그 배후에 있는 식민지 권력과 이에 기생하는 인간들의 반대쪽에 가난한 소작 농민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모순을 농민의 편에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농촌의 내부적 부조리와 농민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뿐만 아니라 패배와 좌절의 절망적 상황에서도 또다시 흙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인한 농민들의 의지를 보임으로써 인간 긍정의 문학에 이를 수 있었다. 또, 특정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지 않고 ‘성동리’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어서 상황의 구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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