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중년 남성인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가 자신이 소년 시절에 사랑했던 여성 지나이다와 지나이다를 사랑했던 남자들, 그리고 지나이다가 사랑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작품의 여주인공 지나이다는 상냥함과 냉정함, 장난기와 성숙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을 흠모하는 남자들에게 때로는 상냥히, 때로는 차갑게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블라디미르는 지나이다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눈치챈다.
알고보니 지나이다가 사랑하는 사람은 블라디미르의 아버지였다.
블라디미르의 아버지는 굉장히 잘생긴 사람으로, 애정과 무관심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인간관계를 잘 조율하는 기묘한 매력을 가진 남자다. 그는 블라디미르의 어머니와 10살 가량 차이가 나는데 사랑 없는 타산결혼을 했었다. 결국 불륜관계가 들통나고 페트로비치의 가족은 이사를 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블라디미르는 아버지와 지나이다가 서로 말다툼한 끝에 아버지가 채찍으로 지나이다를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채찍으로 맞았음에도 분노를 찾아볼 수 없는 지나이다의 모습을 보며 블라디미르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며 사춘기 소년에서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블라디미르는 대학에 들어가고 몇 달 뒤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블라디미르는 지나이다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그녀를 찾아가지만, 지나이다는 몇 주 전에 출산하다가 사망한 후였다.
지나이다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블라디미르는 자신과 같은 주택에 살던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노파의 편안한 죽음을 보며 이와 대비되게 행복과 쾌락을 위해 일생을 내달렸던 지나이다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에 대해 기도를 올린다.
ㆍ아버지와 지나이다는 프랑스 어로 말을 주고받았다.
ㆍ나의 미친 사랑은 바로 그날부터 시작된 것 같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지만, 나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간 사람이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이미 순진한 소년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그날부터 나의 미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말했지만, 괴로움 또한 그날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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