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에스겔 16장22절

by mubnoos 2021. 1. 26.

장마철.  버스에서 내렸다. 비가 때리듯이 오고 있었고, 우산은 원래 없었다. 

 

사람들이 머리를 움켜싸고 이리저리 뛰었다.

 

뛰기 싫었다. 1998년. 혼자였고, 오전이였지만 어두웠다.

 

장마철 하수구가 터져라 쏟아 떨어지는 굵은 물줄기처럼 마음도 한없이 울었다. 

 

속상했다.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나의 몸과 마음은 온통 내맘대로 하려고 하고 안될 때마다 생긴 크고 작은 상처들이였다. 통증이 있다거나 따끔한 것은 아니였지만 씁쓸한 쓸개맛이 났다. 발정 난 마냥 비는 왔다. 비는 머리카락에 맺혀 얼굴로 흐르고, 눈으로 들어가고, 입으로 들어가서 숨쉬기도 힘들었다.  어깨가 젖고, 신발이 질척거렸다. '퉤'하고 비를 뱉었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서 위로. 비는 그렇게 나의 전부를 적셨다. 나의 분노를 적셨고, 소름이 돋았다, 정신이 바싹 들었다.

 

눈을 감고 걸었다. 보이지 않는 이 골목 끝에서 미친 듯 와이퍼로 비를 치며 달리는 트럭이 돌진해 나의 몸뚱어리를 힘껏 쳐받아 내가 공중에 떠서 바닥에 떨어져도 괜찮았다. 그야말로 갑자기 '나는 여기까지'라고 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했다. 

 

두 눈을 감고, 어둠 속에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얼굴은 바닥의 비에 옆으로 잠겨 있었다. 한쪽 눈은 비 때문에 굴절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어폰은 귀에서 빠져 빗물 위에서, 강남콩이 새싹을 내려고 하듯, 새근새근 빗물을 진동시켰다. 이어폰의 진동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순간을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지 말자고.

 

 

 

에스겔 16:4-22 

너의 난 것을 말하건대 네가 날 때에 네 배꼽을 줄로 자르지 아니하였고 

너를 물로 씻어 정결케 하지 아니하였고 네게 소금을 뿌리지 아니하였고 

너를 강보로 싸지도 아니하였나니

너를 돌아보아 이 중에 한 가지라도 네게 행하여 너를 긍휼히 여긴 자가 없었으므로 

네가 나던 날에 네 몸이 꺼린 바 되어 네가 들에 버리웠었느니라 

내가 네 곁으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하고 

내가 너로 들의 풀같이 맑게 하였더니 네가 크게 자라고 심히 아름다우며 

유방이 뚜렷하고 네 머리털이 자랐으나 네가 오히려 벌거벗은 적신이더라 

내가 네 곁으로 지나며 보니 네 때가 사랑스러운 때라 

내 옷으로 너를 덮어 벌거벗은 것을 가리우고 

네게 맹세하고 언약하여 너로 내게 속하게 하였었느니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 물로 너를 씻겨서 네 피를 없이하며 네게 기름을 바르고 

수놓은 옷을 입히고 물돼지 가죽 신을 신기고 

가는 베로 띠우고 명주로 덧입히고 

패물을 채우고 팔고리를 손목에 끼우고 사슬을 목에 드리우고 

코고리를 코에 달고 귀고리를 귀에 달고 화려한 면류관을 머리에 씌웠나니 

이와 같이 네가 금, 은으로 장식하고 가는 베와 명주와 수놓은 것을 입으며 

또 고운 밀가루와 꿀과 기름을 먹음으로 극히 곱고 형통하여 왕후에 지위에 나아갔느니라 

 네 화려함을 인하여 네 명성이 이방인 중에 퍼졌음은

내가 네게 입힌 영화로 네 화려함이 온전함이니라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그러나 네가 네 화려함을 믿고 네 명성을 인하여 행음하되 

무릇 지나가는 자면 더불어 음란을 많이 행하므로 네 몸이 그들의 것이 되도다 

네가 네 의복을 취하여 색스러운 산당을 너를 위하여 만들고 거기서 행음하였나니 

이런 일은 전무 후무 하니라 네가 또 나의 준 금, 은 장식품으로 

너를 위하여 남자 우상을 만들어 행음하며 또 네 수놓은 옷으로 

그 우상에게 입히고나의 기름과 향으로 그 앞에 베풀며 

또 내가 네게 주어 먹게 한 내 식물 곧 고운 밀가루와 기름과 꿀을 네가 그 앞에 베풀어 향기를 삼았나니 과연 그렇게 하였느니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또 네가 나를 위하여 낳은 네 자녀를 가져 그들에게 드려 제물을 삼아 불살랐느니라 

네가 너의 행음을 작은 일로 여겨서 나의 자녀들을 죽여 우상에게 붙여 불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였느냐 

네가 어렸을 때에 벌것벗어 적신이엇으며 피투성이가 되어서 발짓하던 것을 기억지 아니하고 

네가 모든 가증한 일과 음란을 행하였느니라.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말하다  (0) 2021.01.26
Do we know what it means to be struck by grace?  (0) 2021.01.26
달리기  (0) 2021.01.26
4:28 Mondo Grosso  (0) 2021.01.26
신청곡  (0) 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