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이다. 작은 발가락들 사이로 시원한 모래들이 파고들어, 서로 편을 가른다. 나는 앉아서 두팔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뒤로 지탱하고 모래를 손바닥으로 누른다. 노을이 지는 것을 보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바람이 시원하고 평화롭다. 좋은거 같다. 신기하게도 나무 하나 없다. 아마도 신발이 없는채 이곳에 온거같다. 나는 내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왜 여기 있는지,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건지, 아니 무엇을 입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아무도 묻지 않으니 대답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내자신에게도.
노을이 붉다. 저것은 힘든 것인가/편안한 것인가?, 죽고 있는 것인가/살아나는 것인가?, 생성/소멸이냐?, Thanatos/Libido냐? 암튼 보아하니 그가 주인공인듯 한데, 그래서 그는 무엇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는 내가 가짜인지 알면서도 부러워하는 타인의 금송아지보다 밝다. 내가 수줍게, 방탕하게, 욕심으로 지핀 산불보다도 밝다. 그는 강물에게도 붉은 색을 물들이고, 모래에게도, 바람..그리고 나의 피부에까지 무엇을 말한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바꾸지 않고...
그래서 나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바꾸지 않았다. 아니 나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변화를 요구했어도 난 그대로였을것이다. 강물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어항속의 물고기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가로등 밑에 눈감고 멍하니 있다..........
좀 잘해보자. 멍청하게 좀 있지 말고, 인상펴. 대단한거 하는 것도 아니잖아. 넌 너가 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잖아. 힘드냐? 힘들거라는 거 몰랐어? 안 힘드는 거 하는 거 보다는 낳잖아. 힘들어도 바보인척하고 계속해보자. 인내의 열매는 달잖아? 꼭 그걸 바라지 않더라도 말야. 너가 진짜 하기 싫은 거 다 알아. 단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 하는 것도.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우린 너무 잘 알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고, 누가 너보고 최고가 되래? 너가 가끔 혼자라고 생각되는 것도 당연해 그래서 외로울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가 비겁하게 굴지 않을 것도 난 알아. 사실 넌 너가 절대 혼자가 아닌 것도 알잖아. 왜 해야하는지 이유를 모를때가 많은 것도 알아 하지만 그건 현실이기 때문이야.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물어볼수도, 대답할수도 없어. 너가 흔들어 놓고 열지 않은 콜라 같을 때, 너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것도 다알아. 나는 너의 한부분이기에 누구보다 널이해한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모든게 다 널 위해서야. 이 모든걸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너가 부족하고, 서툴고, 못하고, 두렵고 화가나고, 자신없고, 부끄럽고, 답답한 거 알아. 말한마디 하지 않고, 소파사이에 끼인 동전처럼, 다시 숨고 싶은 것도 알아. 너가 예전에 말했던게 기억난다. 꿈을 아룬 사람보다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시발 알겠으니까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