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 강상중

 

 

기획의 말

ㆍ예외는 본질적으로 규칙 바깥에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경계는 모호하다. 시스템을 지탱하는 규칙에 예외가 생겼을 때, 그것을 규칙 안에 포섭해보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예외가 쌓이거나 강력한 예외가 등장하면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 예외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며, 판을 뒤엎는다는 측면에서 유쾌하지만 파국을 예비하는 치명적인 예외를 예측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ㆍ예외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예외를 잊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까닭은 예외들의 희생 덕이므로.

1부 과학의 눈으로 본 예외

 

ㆍ예외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ㆍ예외는 규칙을 반증한다. '규칙을 입증하는 예외 an exception that proves the rule'

 

ㆍ규칙은 예외를 낳는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There is no rule but has an exception.

 

ㆍ쿤에 의하면 패러다임은 일종의 모델이며, 과학은 자연을 패러다임이라는 상자 속에 꾸겨 넣는 행위와 비슷하다. 쿤에 분석에 의하면 과학에 대한 변칙이야말로 정상과학이 추구하지 않는 새로움이다. 이런 변칙 현상들이 자꾸 등장하고, 그 분야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이에 주목하게 됨으로써 정상과학은 위기의 단계에 접어들고, 경쟁하는 패러다임이 나오면서 과학혁명을 열게 된다. 

 

1. 예외의 문제는 경계의 문제다.

2. 예외의 문제는 중심과 주변의 갈등 문제다. 

3. 예외의 문제는 권력의 문제다. 

 

ㆍ훌륭한 선생을 규칙을 알아야 하지만 훌륭한 학생은 예외를 알아야 한다. 

 

ㆍ예외는 규칙을 꼭 필요로 한다. 예외는 반드시 어떤 규칙의 예외다. 우리가 예외를 이야기할 때는 이미 어떤 규칙을 전재하고 있는 것이다. '예외 없는 규칙 없다'라는 말은 거짓일 수 있고 실제로 거짓이지만, '규칙 없는 예외 없다'라는 말은 반드시 참이다. 결국 예외에 대해 알아보려면 규칙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ㆍ대부분의 예외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존재한다. 세계는 나름의 질서를 갖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이해한 세계의 질서는 명확하게 정리되고 구획이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예외의 대부분은 이렇게 인간이 파악한 자연의 질서가 복잡한 상황에서 특정 영역의 전형적인 사례들에 잘 맞추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든 규칙이, 경계에 놓인 것들에는 잘 들어맞지 않기에 생겨나는 것이다. 다종다기한 세계의 복잡한 실제를 단순한 언어와 사고 틀에 구겨 넣을 때 나오는 구김살이 바로 예외인 것이다. 예외란 그것이 나타나는 빈도가 전형이 나타나는 빈도에 비해 매우 낮다는 면에서 자연의 질서를 반영하지만, 다수의 사례를 규칙으로 소수의 사례를 변칙으로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는 인간의 습성의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다수를 규칙으로 소수를 변칙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인간의 특성이다. 

 

ㆍ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약한 힘들의 집합이 전체의 행동을 지배한다. 

 

 

 

2부 역사와 일상 속에서 만난 예외

ㆍ"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많이 듣고 그중 좋은 것을 가려서 따르고,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돼. 이게 바로 앎의 방법이야."

 

ㆍ"인간의 본성이야 서로 비슷하겠지만,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데 있어서는 서로 다르게 된다."

 

ㆍ"반복해서 생각해보고 풀어본다."

 

 

 

3부 정치와 사회 국면의 예외

ㆍ예외는 권력의 문제다.

 

ㆍ경제학은 최초에 도덕철학의 한 분과로 출발했으며, 독립된 학문 분과로 자리 잡으면서 정치경제학이라고 명명되었다. 아마도 경제학의 분석에서 경제적인 영역과 정치적인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