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예전의 나는 지금과 다른 사람인가?'
'타인에게서 인정 받지 못한 나는 내가 아닌가?'
'분명 나는 여기 살아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는데.
김정진이 아니라, 그냥 생각하고 움직일 줄 아는 로봇.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나는 그저 그런 로봇일 뿐이였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김정진의 아버지는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이유이다. 김정진은 아버지를 어린 시기에 잃었다. 그리고 김정진의 어머니는 김정진의 인격을 안드로이드로 복제해놨다. 어쩌면 김정진-안드로이드의 모습은 아버지의 모습은 아닐까. 그 아버지의 모습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것을 벗어날 수 없고, 그것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주인공의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주인공이 연기를 하고 예술을 추구하는 것은 그 실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은 욕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복잡한 실존 속에서 포기하고 싶어도, 심지어 죽어서 자신이 싫어하던 존재, 안드로이드를 통해서라도 김정진은 자기가 찾고 싶은 의미를 찾아간다. 시나리오에서 안드로이드가 눈물을 흘리는 것과 어머니와 가슴 아파 하는 부분은 정체성과 의미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한다.
'피할 수 없다면 연기하라.'
장례식장은 끝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장례식장은 진정한 정체성과 의미를 고민하는 일종의 통로이다.
극장은 연기를 보여주는 곳이다. 하지만 연기를 꿈꾸는 김정진은 극장에서 알바로 일하며 꿈과 현실과는 괴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뭐 그런 것들 있잖아요. 어디 놀러가보면 꼭 있는 것들. 누구누구 왔다감.
여기에 우리가 살아있었다!라는 사실을 남기려고 발버둥이라도 쳐보는 거죠.
누가 보지 않아도 좋으니까, 나라도 만족하도록.'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고 감각한 것들이 그대로 복사되어 있다면 그리고 심지어 지속될 수 있다면 그것은 '나'인것일까 가짜 '나'인것일까? 복사가 되었든 실제로 존재하든 변하지 않는 것은 의미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별다를 것 없지만 안드로이드 관련 기술이 뛰어난 세상에서 배우를 꿈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 김정진. 비록 안드로이드 관련 제도와 기술은 대부분 폐기되었지만, 예술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는 배우를 꿈꿔왔다. 하지만 대배우가 될 것이라는 웅대한 꿈과는 달리 아르바이트만 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하지 못한 그는 오늘도 친구에게 술을 얻어먹으며 지내고 있다.
알바에서 이루다를 만나 마음이 가려 했지만,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하다. 그런 날을 지내던 중, 드디어 오디션에 합격하여 배역을 맡게 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친구 마진우와 축하하고자 맥주를 사고 오던 중, 트럭에 치여 숨지고 만다.
안드로이드에 복제된 김정진은, 아직 철폐되지 않은 사후 복제인격 죽음 적응 및 유예기간 제도에 따라 세 달 간의 사망 유예기간을 받고서 자신의 장례식장에 참여하게 된다. 서서히 자신이 죽었음을 실감하게 된 김정진.
하지만 복제된 김정진은 자신의 생각보다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사람들이 진짜 김정진은 죽었으며, 눈 앞에 보이는 김정진은 3달 뒤에 폐기될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기 때문. 쌀쌀맞진 않으나,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체감하기 시작하는 김정진. 그동안 내가 알던, 주변 사람들이 알던 ‘나’와 지금 몸을 움직이고 있는 ‘나’는 어떻게 다른지 고민한다.
하지만 이루다에게 격려를 받고 열심히 발버둥쳐보려는 김정진. 그는 남은 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연기의 기회일것이라 생각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역할들을 연기해보인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효자의 역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역할,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탐구하며 즐겁게 즐기는 청년의 역할.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며, 세 달의 사망유예기간은 끝이 다가온다.
그렇게 폐기 집행일, 주변 사람들은 드디어 복제된 김정진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었지만, 복제된 김정진의 폐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자리에서 가장 폐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그였지만,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의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연기를 펼친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장면처럼, 유쾌하게 걸음을 나아가며 폐기처분되는 김정진.
김정진의 폐기까지 마쳐 완전히 세상에서 김정진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진이 합격해 배역을 맡았던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어 박효숙과 마진우는 시사회에 초대되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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