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히만의 재판현장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독일 패망 이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 숨어 지내다가, 1960년 5월 11일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체포되었다. 아이히만은 1961년 4월 11일,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독일인 변호사 세르바티우스 박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받았다.
역자 서문_김선욱
ㆍ아이히만은 자가기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자였던 점에 악의 평범성의 특징이 있다. 여기서 '평범성'이라고 번역한 banality는 '진부성'이나 '일상성'이라고도 번역될 수도 있다. banality를 '평범성'이라고 옮긴 이유는, 악이란 평범한 모습을 하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근원에서 나온다는 의미를 담는, 원의에 가장 가까운 단어라고 생각해서이다.
ㆍ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쓸 때 그 사상적 바탕에는 보편적 인간애와 같은 것이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을 단순히 보편주의적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ㆍ아이히만이 양심의 가책을 받은 적이 없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을 때 아이히만은 자신이 명령받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ㆍ아렌트에게는 양심이 인간에게 본연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여건에 이미 제약되어 있는 것일 뿐이다.
ㆍ아이히만에 따르면 이상주의자란 '자신의 이상을 삶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 특히 어떤 사람이라도 다 희생시킬 각오가 된 사람'을 의미했다. 완벽한 이상주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개인적인 느낌과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만일 그것이 그의 이상과 충돌하게 된다면 그것이 그의 행동을 방해하도록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ㆍ<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이히만에 대한 아렌트의 분석이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 가지 무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1) 말하기의 무능성
2) 생각의 무능성
3)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 판단이란 사유와 의지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아렌트는 이해하고 있다.
ㆍ말은 우리를 현실과 연결시켜준다. 나치스가 언어규칙을 만든 이유는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감각을 마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말은 현실의 힘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ㆍ말의 유용성은 말이 현실을 알게 하여 사람에게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아렌트는 생각했다.
악의 평범성과 타자 중심적 윤리_정화열
ㆍ아렌트가 지도교수였던 하이데거와 연애관계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이다.
ㆍ아렌트는 카를 야스퍼스의 지도로 박사학위 논문을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썼다.
ㆍ하이데거와 달리 야스퍼스는 히틀러의 나치즘에 반대했던 몇 안 되는 독일 지성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ㆍ실존현상학은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와 유대계 독일 현상학적 철학자이자 하이데거 자신의 스승으로 그의 <존재와 시간>을 헌정했던 에드문트 후설의 철학적 통찰들을 결합한 것이다.
ㆍ아렌트에게 복수성은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실존적 조건이다.
ㆍ어떠한 인간의 삶도, 자연 속 광야에서 살아가는 은둔자의 삶조차도, 다른 인간의 현존을 직간접적으로 입증해 줄 수 있는 세계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 아렌트
ㆍ하이데거와 아렌트의 차이는 한편에는 '죽음'과 '진정성',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탄생'과 '복수성'으로 이루어진 대립항 사이의 차이이다.
ㆍ행위한다는 것은 탄생성의 조건에 대해 인간적인 응답을 하는 것이다. - 아렌트
ㆍ새로운 시작으로서의 각각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출생시키고 세계를 자연적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변형시킨다. 더욱이 이러한 산출은 항상 이미 공동의 프로젝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본질적으로 복수적인 세계, 즉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도록 되어 있는 세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ㆍ지적이라는 추성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유대인들은 유독하기 때문에 복어에 비유가 되었다.
ㆍ평범한 아이히만의 유일한 특징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흥미로운, 아주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었다.
ㆍ정치에서는 '복종과 지지는 동일한 것이다.'
ㆍ우리 모두의 안에 아이히만이 존재하고 있다.
제1장 정의의 집
ㆍ독일에서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할 때 초래될 가장 큰 정치적 위험은, 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제2장 피고
ㆍ아이히만은 신 앞에서는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 앞에서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ㆍ아이히만 자신의 태도는 달랐다. 무엇보다도 살인죄에 대한 기소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유대인을 죽이는 일에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나는 유대인이나 비유대인을 결코 죽인 적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어떠한 인간도 죽이 적이 없다. 나는 유대인이든 비유대인이든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여하튼 난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 일은 그냥 일어났던 일이다. 나는 단 한 번도 그 일을 해야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가 죽게 되는 어떤 일을 하라고 명령을 받았더라도 그대로 수행했으리라는 데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제3장 유대인 문제 전문가
ㆍ검찰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가 '괴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광대'라고 의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제4장 첫 번째 해결책
ㆍ아이히만의 난점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희미하게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제5장 두 번째 해결책
제6장 최종 해결책: 학살
ㆍ"총통께서는 유대인의 신체적 전멸을 명령하셨다."
제7장 반제회의, 혹은 본디오 빌라도
제8장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의무
ㆍ아이히만이 최종 해결책을 정말로 최종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단지 이것이 사실상 그의 광신, 즉 유대인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입증하는 것인지, 그리고 자신은 항상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이 경찰에게는 거짓말하고 또 법정에서 위증한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였다.
제9장 제국으로부터의 이송: 독일, 오스트리아 및 보호국
제10장 서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이탈리아
제11장 발칸 지역으로부터의 이송: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제12장 중부 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헝가리, 슬로바키아
제13장 동부의 학살센터들
제14장 증거와 증언
제15장 판결, 항소, 처형
ㆍ"나는 사형선고가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ㆍ아이히만은 기소된 범죄들에 대해 '교사'한 부분에서만 유죄일 뿐이며, 공공연한 행위를 자행한 적이 결코 없었다는 것을 아이히만이 줄곧 주장했다.
ㆍ살상도구를 자신의 손으로 사용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의 정도는 증가한다.
ㆍ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에필로그
ㆍ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법률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
ㆍ유대인은 그들이 살해될 당시 어떤 국적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상관없이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에서 그들이 살해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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