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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by mubnoos 2022. 3. 29.

 

 

 

출발

 

 

 

I. 기대에 대하여
장소|런던 해머스미스, 바베이도스
안내자|J. K. 위스망스

 

그래도 이따금씩 유예의 순간들이 있었다. 

 

ㆍ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 -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 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철학적인 문제들, 즉 실용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사고를 요구하는 쟁점들이 제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로 여행의 기술을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ㆍ내가 상상한 대로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 말에 놀라기 전에, 그동안 내가 무엇을 상상했는지 먼저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ㆍ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의 관심을 곧바도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역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ㆍ미래에 대한 근심은 우리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 듯하지만, 정작 그것을 돌이켜보는 것은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장소로부터 돌아오자마자 기억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생각하며 보낸 과거의 많은 시간, 즉 우리가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과거의 많은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어떤 곳에 대한 기억과 그곳에 대한 기대에는 모두 순수함이 있다. 각각의 경우에 도드라져 나오는 것은 장소 자체이기 때문이다. 

 

ㆍ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 

 

 

 

II.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장소|휴게소, 공항, 비행기, 기차
안내자|샤를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ㆍ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동기

 

III.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장소|암스테르담
안내자|귀스타브 플로베르

 

ㆍ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IV. 호기심에 대하여
장소|마드리드
안내자|알렉산더 폰 훔볼트

 

ㆍ내가 알게 되는 모든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나에게 개인적인 유익을 준다는 점에 의해서 정당화되어야 했다. 나의 발견은 나에게 생기를 주어야 했다. 그 발견들이 어떤 면에서는 삶을 고양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했다. 삶을 고양한다는 표현은 원래 니체가 사용한 것이다. 

 

 

 

 


풍경

 

V.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장소|레이크 디스트릭트
안내자|윌리엄 워즈워스

 

 

 

VI. 숭고함에 대하여
장소|시나이 사막
안내자|에드먼드 버크, 욥

ㆍ숭고한 장소는 일상생활의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한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예술

 

VII. 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장소|프로방스
안내자|빈센트 반 고흐

 

ㆍ어쩌면 어떤 장면에서 찾아내야 할 것을 파악하는 감각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각 예술을 공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ㆍ반 고흐는 혼란을 통해서 모든 화가가 거치는 과정을 좀더 명확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즉 현실의 어떤 측면을 작품에 포함시키고 어떤 측면을 배제할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니체가 알고 있었듯이, 현실 자체는 무한하며 절대 예술로 전부를 나타낼 수 없다. 반 고흐가 프로방스 화가들 중에서도 독특했던 것은 그가 중요하다고 느껴서 선택했던 것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VIII.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장소|레이크 디스트릭트,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바베이도스, 런던 독랜즈
안내자|존 러스킨

 

ㆍ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ㆍ카메라가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귀중한 장면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불안은셔터를 누를 때마다 줄어든다. 아니면 아예 우리 자신을 물리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에 박아놓을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그 장소에 안에 좀더 확실하게 존재한다면, 그 장소도 우리 안에 좀더 확실하게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ㆍ러스킨의 아름다움

1)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2)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 

3)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4)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5)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ㆍ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데생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것을 우리의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ㆍ우리가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득은 어떤 풍경이나 건물에 이끌리는 이유를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우리의 취향에 대한 설명을 얻게 되며, 미학, 즉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서 판단하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ㆍ러스킨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라고 권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글을 써야 한다고, 그의 말로 하자면 '말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ㆍ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해서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 러스킨

 

 

 

 

 


귀환

 

Ⅸ 습관에 대하여
장소|런던 해머스미스
안내자|사비에르 드 메스트르

 

ㆍ여행하는 심리란 무엇일까?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가 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 어떤 것이 재미있고 어떤 것이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은 버리고 간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우리 때문에 짜증이 난다. 우리가 교통 섬이나 좁은 도로에 서서 그 사람들에게는 눈여겨볼 것이 없는 사소한 것들에 감탄을 하기 때문이다. 

 

ㆍ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라는 특정한 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어떤 측면이 나타나는 것을 교묘하게 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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