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 서문
ㆍ'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 히포크라테스가 원래 의미한 것은 예술이 아니라 의술이 후대까지 길게 전승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ㆍ히포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적이 없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 집안이었던 히포크라테스 가문에서 다른 가문의 의사 지망생을 받아들일 때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히포크라테스 가문 출신의 의사들은 '선서'를 할 필요가 없었다.
ㆍ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이 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했으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에게 빌거나 주문을 외우는 대신 음식과 운동을 처방하고, 약물을 사용하고, 칼로 절개하고, 불로 지지는 치료를 시행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당시로서는 합리적 의술이 주술적 의술과 결별하게 되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ㆍ히포크라테스는 인류 문명의 태동기였던 기원전 5세기에 소크라테스, 플라톤, 투키디데스, 헤로도토스 등과 비슷한 시대를 살면서 인류가 자연과 인간에 막 눈뜨던 시대에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관찰과 추론을 하는 방법을 세워 나갔으며, 의술을 철학의 한 영역이 아니라 독립된 과학과 기술의 영역으로 정착시켰으니, 으닌 인류 사상사 또는 과학사에서도 불멸의 금자탑이 되었다.
의술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는 의학의 신 그리고 건강과 모든 치유, 그리고 여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의 능력과 판단으로 다음을 맹세하노라.
나는 이 선서와 계약을 지킬것이니, 나에게 이 의술을 가르쳐준 자를 나의 부모님으로 생각하겠으며, 나의 모든것을 그와 나누겠으며, 필요하다면 그의 일을 덜어주겠노라.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겠으며 그들이 원한다면 조건이나 보수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 교훈이나 강의 다른 모든 교육방법을 써서라도.
나는 이 지식을 나자신의 아들들에게, 그리고 나의 은사들에게, 그리고 의학의 법에 따라 규약과 맹세로 맺어진 제자들에게 전하겠노라. 그러나 그외의 누구에게도 이 지식을 전하지는 않겠노라.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나는 요청을 받는다 하더라도 극약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것이며 복중 태아를 가진 임신부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결석이라도 자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기술을 행하는 자(외과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내가 어떠한 집에 들어가더라도 나는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 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 것이며, 남성 혹은 여성, 시민 혹은 노예의 유혹을 멀리할 것이다. 나의 전문적인 업무와 관련된 것이든 혹은 관련이 없는 것이든 나는 일생동안 결코 밖에서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보거나 들을 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모든 것을 비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결코 누설하지 않겠노라. 내가 이 맹세를 깨트리지 않고 지낸다면, 그 어떤 때라도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 즐겁게 의술을 펼칠 것이요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제1부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예 히포크라테스
제1장 코스의 히포크라테스
ㆍ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힘입은 고대의 기록들은 역사적 존재로서 의사 히포크라테스, 그의 출생지와 가계의 관계, 그의 가르침이 생전이 이미 명성이 높았으며, 죽은 뒤 더욱 극대화 된 것을 증명해 준다.
ㆍ히포크라테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손일 뿐 아니라 헤라클레스의 후손이기도 하다.
ㆍ히포크라테스는 모든 다른 귀족 가문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에 걸맞는 교육을 받았다.
ㆍ친족들에게서 의술을 익힌 히포크라테스는 먼저 고향에서 진료를 시작했으며 결혼도 거기서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세 아이를 낳았다. 테살로스와 드라콘이라는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는데, 그의 아들들은 가문의 전통에 따라 히포크라테스에게서 의술을 익혔다. …또한 그의 딸은 히포크라테스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폴리보스와 결혼하였다.
제2장 테살리아 사람 히포크라테스
ㆍ비잔틴 시대에는 히포크라테스가 유행병의 해독제를 발견했고, 그 때문에 앞서 말한 금관을 받게 되었다.
ㆍ히포크라테스의 의술에서 가장 중요한 발상 가운데 하나는 한 지역의 자연 환경이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이 설명은 갈레노스가 히포크라테스라는 본보기에 의해 영감을 얻은 ‘이상적 의사상’ 속에 담겨 있다. “그는 폴리보스와 다른 제자들에게 진료를 맡겨 두고 자신은 온 그리스를 돌아다니며 여행했다. 그 여행은 자연 환경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강의에서 배운 것을 체험으로 판단하기 위해 직접 자기 눈으로 다른 도시들을 둘러보고 싶어 했다.”
ㆍ“내 이름은 내가 갔던 곳보다 더 멀리까지 이르렀다”라고 히포크라테스는 <제단에서의 연설>에서 밝혔다. 사람들은 그가 개업의였는지 공의였는지, 아니면 권세 있는 귀족 가문의 주치의였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자료에서는 그 단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갈레노스가 ‘이상적인 히포크라테스’라고 찬양했듯이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ㆍ히포크라테스는 코스 섬에서 태어나서 오랫동안 그리스 북부에서 활동하다가 테살리아의 라리사에서 눈을 감았다. 전기 작가들은 사망 당시 그의 나이를 85세, 또는 90세, 심지어 109세라고까지 한다. 따라서 그의 사망 시기는 기원전 375~351년 사이라는 꽤 넓은 범위로 설정된다. “여기에 태양신 아폴론의 불멸의 후손, 코스 사람의 후예, 테살리아 사람 히포크라테스가 누워 있노라. 그는 건강으로 무장을 하고 질병을 물리쳐 무수한 승리를 거두었으며, 우연이 아니라 과학으로 커다란 영예를 안았노라.” 히포크라테스는 죽은 뒤 헤라클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ㆍ“하루는 젊은 양치기 소녀가 시골길을 걷고 있는 히포크라테스와 마주쳤다. 그녀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그도 반갑게 답했다. ‘날씨가 좋군요, 아가씨!’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똑같은 양치기 소녀가 집으로 돌아오다가 다시 만나 인사를 하자 히포크라테스는 이 같은 인사로 답했다. ‘날씨가 좋군요, 아주머니!’ 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그러자 동료가 히포크라테스에게 물었다. 히포크라테스가 어떻게 그녀가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을 추론해 낼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히포크라테스가 말했다. ‘그녀의 걸음걸이를 통해서! 왜냐하면 아가씨의 걸음걸이는 아주머니의 걸음걸이와 차이가 있거든.’ 그러자 그의 동료는 탄복해 마지않았다.”
제3장 히포크라테스와 코스학파
ㆍ히포크라테스 시대에는 의사들의 수련이나 선발을 맡는 공공 의료교육기관이 없었던 까닭에, 의술의 전수는 보통 가족 안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보아 왔듯이 코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를 훈련시킨 사람은 바로 가족 안에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코스학파의 창시자도 아니었고 의술의 아버지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가르침을 통해 이 학파에서 이례적으로 빛나는 명성을 얻은 존재이다.
ㆍ히포크라테스의 의술 보급은 의술의 전승 과정에서 발생한 진정한 혁명이라는 평을 받는다. 처음에는 오로지 아스클레피오스 가문 안에서만 전승되어 오다가, 가문 밖에서 선발된 학생들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갈레노스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 안 있어 의술은 관례적으로 혈족에게뿐 아니라 가문 밖 사람에게도 전승되었다. 이때부터 의술은 더 이상 아스클레피오스 가문의 독점물이 아니었다.”
ㆍ<선서>의 핵심적 기능은 의술을 소유한 가문의 특권과 이익을, 그 지식을 소유하게 된 그 순간부터 다른 가족들에게도 지켜 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윤리적 책임’이란 덕목 때문에 하나의 모범적 가치로 인정받아 왔던 이 유명한 <선서>는, 실제로는 특정한 시대의 특수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이 <선서>는 원래 한 가문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오던 의학적 지식을 외부 사람들에게도 개방한다는 의미를 지닌 의술의 변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제4장 저자를 알 수 없는 저술들
ㆍ히포크라테스는 호흡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얘기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이 먹거나 지나치게 여러 가지를 먹거나, 혹은 소화하기에 너무 강하거나 힘든 음식을 얻으면 노폐물이 생긴다.
ㆍ히포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호흡이란 인간 내부에 있는 가장 필수적인 최상의 성분이고, 건강은 그 호흡이 자유로운 상태이며, 질병은 그 호흡이 방해받기 때문에 일어난다.
ㆍ“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 또한 의술에 대한 사랑이 있다.”
제2부 의료 시술을 하는 의사
제5장 의사와 대중
ㆍ히포크라테스 당시의 의료 시술은 기본적으로 오늘날과 비슷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의사의 사명이란 환자가 질병과 싸워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이다.
ㆍ완벽한 의사란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ㆍ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의 영예와 그 고귀함의 진정한 원천이 되어 온 윤리적 측면은 그들이 윤리적 목적을 자신의 명성이나 의학 기술이 아니라 오직 환자에게 두었을 뿐이다.
ㆍ의사의 참된 위대함은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 오늘날까지도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의 영예와 그 고귀함의 원천이 되어 온 윤리적 측면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윤리적 목적을 자신의 명성이나 의학 기술이 아니라 오직 환자에게 두었을 뿐이다.
제6장 의사와 환자
ㆍ히스크라테스 시대에 여자들은 그 누구도 의사가 될 수 없었다.
ㆍ환자의 권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주요 원칙은 의료 행위의 이론적 목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료 행위에 실질적 안내자 역할을 했다.
ㆍ히포크라테스 총서의 주요 부분은 아이스킬로스의 <프로메테우스의 해방>이 나온 시기와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들이 저술을 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임무를 주제로 다룬 히포크라테스 총서의 고결한 이상은 완전히 모범적인 사례들이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 보여 준 그들의 인간 존중 정신 또한 아주 비범한 것이었다.
ㆍ“질병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일이 항상 이루어지게 하라. 낫게 하라, 아니면 악화시키지는 마라.” 여기서 히포크라테스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 앞서서 의술의 목적이 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이 점은 히포크라테스 사상의 근본을 구성하는 인간적 관심의 측면이다. 심지어 철학자들의 이론처럼 의사가 의술에 대해 일반적 의미를 정립하려 할 때도, 그의 의견에는 특히 풍부한 실제 경험이 담겨 있다. “…의사는 참혹한 광경을 보고, 불결한 것을 만지며, 또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도 (환자의) 사사로운 불행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을 사용해서 환자들은 가장 나쁜 해악, 즉 질병, 상처, 고통과 죽음을 물리친다…”라는 <호흡>의 한 구절은 ‘의술이 시술 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술을 받는 사람에게 유익하다’라는 생각을 먼저 명확하게 개념화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제7장 의사와 질병
ㆍ히포크라테스의 질병 분류학은 질병에 대해 의사가 지녔던 지식의 풍부함과 정교함, 그리고 이러한 자료들을 일정한 범주로 체계화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이라는 두 측면에서 인상적이다.
제3부 히포크라테스와 당대의 사상
제8장 히포크라테스의 합리주의와 신성神性의 대립
ㆍ합리적 이론을 내세워 질병의 원인이 신의 개입으로 비롯된다는 기존 관념들을 반박할 때조차도,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의사들은 종교와 과학을 대립되는 실체로 규정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제9장 히포크라테스와 인문과학의 탄생
ㆍ기원전 5세기는 합리주의뿐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성찰한다는 넓은 의미로 인본주의도 탄생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5세기는 인간이 우주 안에서의 자기 위치를 자각하기 시작한 결정적인 시기였다. 아울러 인간은 자신의 창조적 능력으로 자연 상태에서 문명 상태로 들어설 수 있었으며, 자신의 존재 또한 과학의 연구 대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10장 의술에 대한 도전과 인식론의 탄생
ㆍ과학은 인과율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한다면 과학이 아니다.
제11장 의술의 위기와 철학에 대한 대응
제4부 히포크라테스주의의 위대성과 한계
제12장 보이는 것의 관찰을 통한 보이지 않는 것의 재구성
제13장 건강, 질병 그리고 체질
ㆍ의술은 질병과 환자, 의사라는 세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의사는 의술을 실천하는 하인이다. 환자는 질병과의 투쟁에서 의사와 상호 협력해야 한다.
제14장 고대 히포크라테스주의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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