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

욕망 하는 여자 / 대니얼 버그너

by mubnoos 2022. 2. 28.

 

 

 

 

 

 

 

 

 

1. 여자도 동물이다?
* 문화와 여성의 원초적 본능 사이

ㆍ엉덩이둘레와 허리둘레의 비율이 10:7 이 되는 여자의 몸은 전 세계의 모든 이성애 남성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한다. 

 

ㆍ여성의 성욕은 그 본질적인 범위와 내재된 힘까지도 과소평가되고 억제된 하나의 힘이라는 사실, 모두가 성의 홍수 속에 사는 것 같은 이 시대에도 제약 이상의 억압을 받는 힘이다. 

 

피험자들은 다리받침이 있는 안락의자에 몸을 반쯤 눕히고 포르노 영상을 감상한다. 피험자들의 질에 삽입된 혈류측정기는 질벽을 향해 광선을 비추고 질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조도를 읽는다. 혈류량에 따라 조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서 질로 유입되는 혈류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정신의 교란 작용, 즉 욕망을 억제하는 뇌 상단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가장 원초적인 수준에서 여성이 성욕의 스위치를 올리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방법인 셈이다.

 

ㆍ여성의 에로스는 남성의 리비도에 비해 일부일처제에 훨씬 더 적합하다는 것은 억측, 허구에 불과하다.

 

 

 

 



2. 당신의 몸과 마음
* 반응하는 것과 반응하지 않는 것

ㆍ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감볍능력이 떨어지며 마찬가지고 동성애 남성들이 이성애 남성들에 비해 감별 능력이 떨어진다. 

 

ㆍ보노보의 교미가 인간의 포르노 장면들만큼 혈류량을 증가시키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장면만큼은 예외였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실험에 참가한 모든 여성 피험자들이 해변을 걷고 있던 조각 같은, 그야말로 미소년인 남자보다는 보노보의 교미에 더 흥분했다. 

 

ㆍ남자의 정신은 사타구니가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다. 몸과 몸의 인식을 연결하는 성의 순환 고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발달한다. 점점 더 빠르고 순조로운 순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페니스에 비하면 훨씬 더 은밀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정보도 불분명하고 놓치기 쉽다. 

 

ㆍ여자는 성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다른 식으로도 남자보다 몸의 감각을 인식과 연결하지 못한다. 

 

ㆍ성적인 사람, 즉 어떤 사람이 성욕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은 사회가 부여한 하나의 자유를 의미하여 그러한 자유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것이다. 

 

ㆍ감정적인 유대, 탄탄하게 확립된 친밀감, 그리고 안전하다는 기분, 이러한 토대가 있어야 여성의 성욕이 발동한다는 ㄴ사회적인 전제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결과였다.

 

여자들의 정신과 그들의 외음부가 하는 말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자의 몸과 뇌를 연결하는 의식의 영역 사이에 어떤 신경 필터 같은 것이 있는 걸까? 이 필터가 몸과 의식의 통로를 미묘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이 필터는 유전자의 산물일까 아니면 사회적 규범의 산물일까? 여자들은 육체적 자아와 정신 사이에 거리를 두라고 교육받은 걸까? 

 

ㆍ여성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동물적이었다.

 

 

 

 



3. 진화심리학과 일부일처제의 공모
* 다른 곳에서 들리는 한 목소리

ㆍ페미니즘과 종교 그리고 산업혁명은 여성이라는 존재,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한 서구의 사고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신분의 장벽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신분상승은 남자들의 몫이었다. 

 

ㆍ에로스는 마땅히 꾹꾹 다져 눌러야 하는 것이 되었지만 남성의 성적 본능인 리비도는 위업을 달성하기 위한 성취욕으로 바뀌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성욕을 다져 누르는 임무는 물론 여성들의 몫이었다. 

 

진화심리학이란 우화는 우리에게 여성은 선천적으로 절제심이 더 강한 성이라고 가르친다. 이것은 날 때부터 정해진 표준이며 그래야 정상적이라고 가르친다. 정상적이라는 것은 언제나 자기 확증적이고 자기 영속적인 힘을 행사한다. 정상에 반항하려는 사람도 이탈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4.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신화
* 보노보가 말해주는 것

 

수컷과 교미하기 위해 암컷의 추격과 부단한 접근, 입술로 핥고 쓰다듬기, 땅바닥을 두들기는 행위 등 붉은털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하면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여성의 본능적 성욕 안에도 이와 유사한 충동성이 있을까? 사회의 관습들과 의무들 때문에 암컷원숭이들조차 순순히 따르는 강렬한 욕망을 여성들은 너무 빈번하게 억누르고 심지어 인지하지도 못하는 것은 아닐까?” 

 

 



5. 나르시시즘: 시선을 받고 싶은 욕망
* 아름다운 여성을 동경하는 마음

 

ㆍ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여성 성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이 갖고 있는 성적 프시케의 핵심은 바로 나르시시즘, 비판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순수한 자아도취의 개념으로서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말이다. 여성 관객들은 무대 위 여자 배우들의 몸을 보면서 그 여인들만큼 자신의 몸이 타는 듯한 갈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그리면서 에로틱한 흥분을 느낀다. 

 

여성들이 갖고 있는 성욕 핵심은 바로 나르시시즘, 순수한 자아도취의 개념으로서의 나르시시즘이다. 여성들은 비누거품만 묻히고 있는 사진 속 누드모델이든 무대 위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거대한 샴페인 잔 속으로 다이빙하는 전라의 배우든, 여자 배우들의 몸을 보면서 그 여인들만큼 자신들의 몸이 타는 듯한 갈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그러면서 에로틱한 흥분을 느낀다." 

 

ㆍ하나의 대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사실 그것의 재발견이다. 

 

 

 



6. 여자들의 위험한 판타지
*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50가지 그림자

 

ㆍ강간 판타지는 죄의식과 관계가 없다. 여성은 소녀 때부터 자신에게 부과되는 성적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신들을 옭아 맨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강간 판타지를 매개로 삼는다.

 

“수많은 여성 유력인사로부터 관념적으로 딱히 정리되지 못한 성 정체성 문제를 논의의 테이블로 끌어내줘서 고맙다는 편지들을 받았어요.”라고 말하는 미나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뉴욕 예술계의 한 여성은 ‘성욕 때문에 기꺼이 남성 위주의 질서에 순응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저라면 당신처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죠.” 

 

 

 

 



7. 얼어붙은 욕망
* 익숙한 파트너라는 저주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속, 배우자에 대한 정절이라는 구속 안에서라면 욕망의 대상이 됨으로써 느끼는 흥분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희미해진다. 단지 여성의 파트너가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그 파트너가 이미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더 이상 성욕에 이끌린 선택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8. 프로이트의 질문
*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질, G스폿, 자궁경관을 통한 오르가슴 등 여성의 절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추측들이 난무하다. 여기에는 격렬한 과학적 논쟁과 더불어 정치적인 논란도 얽혀 있다. 이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성의 에로스에 대해서는 비단 심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측면, 즉 여성의 외음부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자극에 대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9. 여자를 위한 마법의 신약
* 제약회사의 여러 시도들

 

성욕이 가장 강력해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아에서 벗어나 이 세상과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 그 황홀감이란 얼마나 놀라운(혹은 놀라웠던)가! 혼자 쓸쓸히 늙어가기 싫어서 또 고독의 공포를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안전하고 충성이 보장된 요새를 구축하느라 이런 순간들이 희생되고 또는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여성용 비아그라가 안전과 무아지경을 동시에 보장해줄 수 있을까?

 

 

 

 

 

 

ㆍ성에 대한, 특히 여성의 성에 대한 이야기에 어김없이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 있다. '도발적'이라든가 '자극적'이라는 단어들이다. 과연 누구에게 도발적이고 어떤 면에서 자극적이라는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