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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오디세이 / 유안 A. 애슐리

by mubnoos 2022. 1. 26.

 







레고 시퀀싱 LEGO SEQUENCING

 

 


자연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종들 중에서 번식에 성공하는 수컷은 5% 밖에 되지 않는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난 생명개체로써 주된 목적을 달성했다. 난 생식을 통해 자기복제에 성공한 수컷이다. 나의 복제품, 우리 딸 '재인이'는 올해 여섯살이 되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재인이는 레고 조립이나 블럭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의 딸과 나는 졸업작품 프로젝트를 코 앞에 둔 건축과 학생들과 다를바 없을 정도로 레고에 진심이다.

 

 

 

 


딸과 함께 레고를 하면서 느끼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레고는 완성품을 단숨에 제공하지 않는다. 일련의 과정을 수반하는 에너지와 절대적인 시간의 비용이 동반된다.
레고에는 부족하거나 불필요한 잉여 부품이 없다.
레고의 과정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그 구성을 역으로 재구현한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블록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거의 무한하다.
블록들의 다양한 구조를 함께 구성함으로써 딸과의 관계도 동시에 발전된다.

 

 

 



'게놈'과 '레고'의 차이는 무엇일까?

 

레고는 딸과 소통할 수 있는 '코드'이며, 서로의 의도와 생각을 가시화하는 촉매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포괄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DNA '코드' 또한 단순한 문자서열이 아니라 먼저 예상하고,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게놈 시퀀싱은 단순히 각 유전자의 구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유전자가 하는 일을 이해하는 일종의 '레고'이다.

 

연결해보자.


단순하고 반복적인(프랙탈)
레고 부품들(분자)
동봉된 설명서(DNA)에 따라
점진적으로 완성(유기체)된다.
완성품은 가두어서 보관하지 않으면(닫힌계)
형태를 유지(동적평형)하기 어려워
점점 분리되고(엔트로피) 종국에는 부서지고 분해되어
알 수 없는 부품들의 상태(무질서) 되어버린다. 분해된 블럭조각들로
딸과 나는 설명서에는 안내되지 않은 다른 형태(돌연변이)
구조물(표현형질)재구성하며
일종의 놀이(공진화) 한다
:)

 

 



'오딧세이'의 사전적 의미는 '경험이 가득한 긴 여정'이다. 변화는 점진적이다.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 유전공학의 발전 역시 도약하지는 않았다. 유전자 코드가 1950년대에 발견되고, 1980년대 유전공학, 2003년 인간 게놈 염기서열 분석, 그리고 게놈 시퀀싱까지. 이 '오딧세이'의 과정에서 게놈 시퀀싱을 포함한 유전공학은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비용은 절감되고 기능은 확장되어 간다. 인간의 유전자 코드는 그렇게 경험이 가득한 긴 여정을 진행 중이다.

 

 

 

 

 

 

 

'여행'책자 <게놈 오딧세이>의 가이드, Euan Angus Ashley가 안내하는 여행코스는 다음과 같다.


 인류는 게놈 시퀀싱을 통해 유전적 미래를 예측하고 질병이 발병하기 전에 진단 및 예방하며 인간의 진정한 의미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모든 사람이 게놈 시퀀싱을 사용할 수 있고, DNA 수준에서 특정 질병을 치료하도록 의학을 맞춤화 할 수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의료 시스템의 완전히 혁명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제공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GHkO8DCyTc 

 







 

 

 

서문

 

ㆍ우리는 유전체가 인간을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연결시키는 코드라는 걸 잘 안다. 유전체는 수백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가문의 역사가 새겨진 족보이자 인류의 역사를 품은 기록이기도 하다. 유전체는 유일무이하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유전체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며 과거에 있었던 적도 없다 (심지어 일란성쌍둥이끼리도 유전체의 구성이 서로 다르다). 유전체에는 키, 몸무게, 머리카락 색깔, 눈동자색부터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까지 한 사람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살지, 언제쯤 죽을지 유전체로 앞날을 대강 점칠 수 있다는 소리다.

 

ㆍ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의 처음에 일인당 수십억 달러나 들었던 비용은 20년도 지나지 않아 내가 요즘 출퇴근길 타고 다니는 보급형 전동자전거보다 저렵한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이 같은 기함할 만한 비용 감소는 수많은 과학적 발견의 동력이 되었고 임상의 학계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활짝 열었다. 더불어 최첨단 분석장비는 질병을 재정의하고, 의학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난치병 환우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이들을 구원할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우리가 질병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고 맞춤 의학 시대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분자현미경 덕분이다.

 

 

 



1부 의학의 탄생

 

 


1장 환자 1호

ㆍ만약 염기서열만 알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체를 읽어 의미 있는 해석을 이끌어내는 경지에 오른다면? 책의 글자만 읊기만 하는게 아니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떻까? 데이터를 지식으로 승화시키고 또 그것을 환자들에게 제대로 쓰이게 한다면?

 

ㆍ사람의 유전체는 체내 거의 모든 세포에 존재한다. '거의'라고 말한 것은 유전체가 없는 세포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혈구는 성숙해 가면서 핵을 잃는다. 산소를 압축해 보관해 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전체는 세포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금고 같은 핵에 보관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핵 밖에 나와서 미토콘드리아에 사는 유전자도 있긴 하다. 미토콘드리아는 각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소기관이다. 유전체는 한 마디로 엄청나게 긴 DNA 분자들의 묶음이다. 그리고 각각의 DNA 사슬은 뉴클레오티드라는 분자들이 길쭉하게 엮어 만들어진다. 뉴클레오티드는 특별한 종류의 당으로, 각각 adenin, guanine, thymine, cytosin 이라는 네 가지 염기 중 하나씩을 달고 있다. 여기서 네 첫 글짜 A, T, G, C만 따서 염기배열 순서대로 나열한 알파벳 60억 개짜리 목록이 바로 인간의 유전 암호문이 된다. 

 

ㆍ유전체 하나를 구성하는 DNA 분자의 양이 어느 정도냐 하면, 세포 하나의 유전체 DNA 분자들을 전부 끄집어내 반듯하게 펼 경우 전체 길이가 2미터쯤 된다. 이걸 꾸역꾸역 접어서 세포핵 안에 단단히 잠가 놓은 것이다. 고도의 압축이 가능한 것은 히스톤 histone 이라는 단백질 덕분인데, DNA 가닥이 히스톤을 중심으로 돌돌 말려 크로마틴 chromatine 이라는 조밀한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보통 사람의 유전체에는 염색체 총 23쌍이 들어있다. 22쌍은 상염색체이고 나머지 한 쌍은 X와 Y가 짝을 이루는 성염색체다. 이런 23가지 염색체 중 어느 하나 전체가 잘못해서 하나 더 복사되면 병이 되기도 한다. 

 

ㆍ유전자에서 시작해 단백질을 합성하려면 먼저 DNA의 정보를 리보핵산, 즉 RNA라는 작은 분자로 베껴와야 한다. 그러면 RNA는 세 문자씩 한 묶음으로 보고 메시지를 번역해 핵 밖으로 내보낸다. 각 문자 3개의 묶음은 아미노산 합성의 명령어이다. 

 

ㆍ단백질의 생산을 직접 당당하는 2만 여 개의 유전자가 전체 유전체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고작 2% 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8%는 왜 존재하는 걸까? 한때는 아무도 쓰임새를 모른다고 해서 이 부분을 '쓰레기 DNA'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전체에서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 않는 부분들은 어느 유전자를 켜고 끌지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인간 유전자의 절반가량은 이 부분에 본체와 비슷하게 생긴 가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 혹은 그렇다고 우리가 착각했었지만 훗날 밝혀진 바로 실은 옆에서 짝꿍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 유전자 카피들을 덤으로 쟁여 두는 셈이다. 솔직히 이 부분들이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건 인정한다. 지금도 유전체의 절반은 무엇을 뜻하는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무수히 반복되는 DNA 구절로 가득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환장할 노릇은 사람 유전체의 무려 10%가 먼 옛날 사람 몸에 침투해 완벽하게 정착한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라는 점이다. 

 

 

 


2장 드림팀 결성

ㆍ거품 얘기 잠깐 하고 넘어가자. 비누나 세제에서 나오는 그 방울 말이다. 설거지를 하다 보면 냄비에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보곤 한다. 기름은 기본적으로 지방이라 물을 밀어낸다. 과학에서는 이런 성질을 소수성이라고 부른다. 세제는 물질의 층분리를 막아 주는 일종의 음이온성 계면활성제다. 사실 설거지에 항상 세제가 필요한 건 아니다. 대개는 깨끗한 수돗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기름때가 잔뜩 낀 그릇은 먼저 기름기를 떼어내야만 뽀득뽀득하게 닦인다. 그 작업을 해 주는 게 바로 세제다. 주방세제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무슨 상관이냐고? 형중 콜레스테롤을 잰다고 할 때 정확히는 핏속 지방 입자의 크기와 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기름범벅 그릇과 마찬가지로 지방은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지방이 장에서 흡수되어 혈류로 들어간 뒤에는 저희끼리 작은 덩어리로 응집한다. 바로 지단백이다. 대부분이 물로 된 혈액을 타고 지방 분자가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 모양새가 아니면 안 된다. 우리는 지단백의 크기에 따라 세분하는데 크기가 다른 지단백은 크기별로 체내에서 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 아마도 착한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표현은 익숙할 것이다.

 

 

 


3장 조카 리치 이야기

 

ㆍ유전자  염기서열이 레퍼런스 유전체의 다른 부위 염기서열과 잘못 비교됐다는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말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퍼즐조각을 틀린 위치에 갖다 놨던 것이다. 사고 경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쫓아다니며 괴롭힐 망령을 마주하게 됐다. 알고 보니 이 사달은 전부 유전체의 칼륨 채널 유전자 자리에 숨어 있던 '가짜 유전자' 탓이었다. 

 

ㆍ심각한 유전질환을 진단하는 유전체 검사법에서 분석하는 것은 전체 유전체 중 약 2%를 차지하는 유효 유전자들, 즉 엑솜만이다. 

 

 

 


4장 유전체를 밝히는 빛

 

ㆍ이 분야의 선두기업 중 하나인 일루미난 Illumina 의 CEO 제이 플래틀리 - 유리 슬라이드 한 장의 유전자 수천 종의 발현량을 한 번에 측정하는 기술을 마이크로어레이라고 한다. 이 기법의 핵심요소는 짧은 DNA 조각인 올리고뉴클레오티드인데, 당시 이 '올리고'의 생산으로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일루미나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ㆍ사실 처음에 일루미나는 솔렉사 인수를 유전자칩 사업 강화의 수단으로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솔렉스 기술을 등에 없고 연구개발을 가속한 일루미나는 곧 염기 75쌍을 한꺼번에 판독해 하루에 2.5기가베이스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2세대 유전체 분석기를 세상에 선보였다. 

 

 

 

 


5장 최초의 유전체 족보

 

 


6장 버펄로 버펄로 버펄로

 

ㆍ우리는 한 가족의 유전체를 분석해야 한다. 목표는 유전자 위치마다 자녀의 염기가 어느 부모에게서 온 것인지 추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이미 검사해서 완독된 식구들의 DNA 염기서열이고 미지의 정보는 어느 부모의 어느 염기가 어느 자녀에게 전해졌느냐다. 자녀에게 특정 염기문자 구절을 남긴 게 엄마인지 아빠인지가 그 다음 구절을 물려줄 부모에 대한 중요한 결정인자가 되는 것이다. 

 

ㆍ인간의 유전체는 꼭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DNA 가닥들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여기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변이형 염기서열도 덤으로 존재한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사람의 경우 자식 세대에서 염기 1억 개당 약 1개 꼴로 자연적 변이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저마다 40개 내지 80개의 변이형을 자체 창조해 보유하는 셈이다. 

 

 

 


7장 스타트업, 그 시작

ㆍ제한효소를 유전자 가위로 사용하는 일명 '유전자 편집' 기술은 바이-돌 법안의 유명한 수혜 사례다. 1981년 스탠퍼드가 이 기술의 특허 사용권을 제넨테크 Genetech 사에 넘기면서 생명공학게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ㆍ그 열쇠는 바로 생명공학기업의 현직 CEO이면서 우리 연구에 유전체를 기증한 인물인 존 웨스트였다. 존이 누구던가. 공학도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이며, 경영진을 설득해 임상 영역에서 염기서열의 기본이 되는 기술을 사들임으로써 회사를 지금의 위치에 올래놓은 최대공로자가 아니던다.

 

https://www.personalis.com/john-west/ 

 

John West

John West Personalis’ CEO, John West, first became involved in DNA sequencing and DNA sequence interpretation in 1982. In the 1980’s, he led the development of an automated DNA sequencing system based on pattern recognition from autoradiographs, and li

www.personalis.com

 

 

 

 

 

 

 

 

2부 의사 가운을 입은 탐정

 

8장 보려고 해야만 보이는 병

 

ㆍ실제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오디세이라는 단어를 '다사다난하거나 위험한 오랜 여정 혹은 경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병명을 찾기까지 인고한 세월을 생각하면 그들의 시간도 오디세이에 충분히 비견할 만하지 않을까 한다.  



9장 아일랜드 남자가 가져온 행운

ㆍ의료진은 환자의 유전체에서 의심되는 모든 변이형 유전자들 가운데 NGLY1 유전자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할 실력이 되어야 한다. 또 그 환자를 버트런드와 연결시킬 일종의 네트워크 역시 필수 조건이다. 

 

ㆍ국내외 수많은 환자들과 유전체 연구팀이 모여 수 년간 이어진 노력 끝에, 마침내 우리는 수수께끼를 풀고 새로운 질병을 정의 내릴 수 있었다. 모든 비밀은 NGLY1 유전자에 있었다. 남은 문제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지 였다. 

 

 

10장 총알배송되는 치료약

 

ㆍ단백질은 체내 세포에서 온갖 일을 도맡아 한다. 그래서 늙거나 망가진 단백질은 그때그때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NGLY1 유전자가 만드는 N-글리카나제1 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데, 단백질에 붙은 당 분자를 잘라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 전처리를 거치지 않은 단백질은 재활용되지 못한다. 만약 이 단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결과는 말도 못 하게 참혹하다. 분해됐어야 할 단백질들이 체내에 계속 쌓이기만 한다. 단백질 재가공 기능이 비슷하게 고장 나 일어나는 다른 병들 중 파킨슨병과 낭성 섬유증 같은 것은 이미 유명하다. 

 

 

11장 센트럴파크의 말발굽 소리

 

ㆍ유전체 검사는 유전자 전체를 훨씬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 준다. 그뿐만 아니라 유전체 내 어딘가에 커다란 DNA 덩어리가 잘못 삭제되거나 삽입되어 있으면 그것을 예리하게 감지하기도 한다. 

 

ㆍ의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의학적 추론을 가르칠 때 '오컴의 면도날' 원칙을 따르라고 교육한다. 한 환자에게 두 가지 희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보라는 것이다. 

 

ㆍ보통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합성 엔진을 코딩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길 때 이런 유의 대사장애가 일어난다. 미토콘드리아는 살아 있는 모든 세포 안에서 ATP라는 에너지 분자를 생산하는 생체발전소다. 각 미토콘드리아 안에는 일명 복합체 I~V라고 하는 복합체 I 부터 IV 까지의 변형이 대사장애를 불러온다. 

 

 

 

 

 

 

 

3부 심장의 우여곡절

 

12장 위스키 어 고고

 

ㆍ전기충격이나 심페소생술을 자꾸하면 심장이 놀라 점점 약해진다. 

 

ㆍ만약 일루미나를 설득해서 우리 환자의 검체부터 분석에 들어가게 한다면? 그러고는 그동안 내부 전산시스템을 서둘러 정비할 수만 있다면 기적처럼 해결책이 짠 하고 나타날지 몰랐다. 

 

ㆍQT 연장 증후군을 야기하는 변이 - HERG - 파리가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모양새가 미국 LA에 있는 유명 나이트클럽 위스키 어 고고에서 1960년대에 유행하던 고고 댄스의 동작과 흡사했다. 그때부터 이 유전자의 이름은 인간 에테르 고 고고 약자로 HERG Human EtheR a Go-go가 되었다. 

 

 

 

13장 당신은 몇 개의 유전체로 되어 있나요?

 

ㆍ퍼스날리스의 CEO 존 웨스트

ㆍ한 생명체의 몸속에 여러 종류의 유전체가 존재하는 것을 의학에서는 체세포 모자이크 현상이라고 부른다. 모자이크 현상은 분열하는 세포에서 바삐 복사되는 DNA에 돌연변이가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ㆍ키메라 현상 : 타인의 유전체가 들어 있는 세포를 내 몸에 품는 것

 

ㆍ결국은 암뿐만 아니라 외과적으로 절제한 모든 비정상 조직에 유전체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모자이크 현상을 확인할 목적을 유전체 분석으로서는 가장 적절한 방식일 것이다. 과학의 수많은 정설이 그랬듯 모든 세포에 똑같은 유전체가 들어 있다는 단순해서 아름다운 원칙이 사실이 틀렸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14장 셰이크, 래틀 앤드 롤

 

ㆍ보통 심장의 종양은 따로 구분해 '점액종'이라 부르는데, 양성종양과 악성종양 사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특징을 갖는다. 심장 내부를 통과하는 고압 혈류는 점액종을 압박해 살랑살랑 움직이기만 하게 된다. 그러나 단단한 장기조직만큼 발육을 확실하게 차단하지 못한다. 어쨌든 심장 안은 기본적으로 물속 환경이기 때문이다. 

 

ㆍ생어 분석법으로 유전자들의 염기서열을 해독해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지목하기만 하면 됐다. 단순했고 그래서 훌륭한 전략이었다. 

 

ㆍ이식수술의 장점은 명확했다. 새 심장은 완전히 다른 유전체를 갖고 있으니 더 이상 심장종양을 만들지 않을 터였다. 이 사실만 생각하면 결론은 이미 정해진 듯했다. 하지만 내 심장이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의 심장을 달고 사는 삶이란 번거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건 애교다. 가장 흔한 게 감염이고 종양, 그러니까 진짜 암인 종양도 이런 합병증에 포함된다. 이미 걸린 병 하나를 없애는 대신 새로운 병 여럿을 얻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5장 소나무숲지에 흐르는 강

 

ㆍ심장이 더러운 피를 받아 거른 뒤 깨끗해진 피를 다시 공급하는 작업을 멈추면 그 순간부터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뇌는 이런 유의 환경 변화에 몹시 취약하다. 심장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무게로는 체중의 2%밖에 안 되는 뇌는 체내에서 소비되는 산소의 거의 20%를 혼자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산소 농도에 예민하기로는 해마 라는 부위가 최강이다. 해마가 새 기억 형성을 돕는 곳인 까닭에, 심정지 후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회생한 사람은 흔히 단기기억소실 증세를 보이곤 한다. 산소 공급이 단 1분만 끊겨도 해마는 크게 놀라 모든 작업을 전면 중단해 버린다. 그 상태가 몇 분 더 이어지면 충격은 손상이 되고 급기야 영구적인 상흔으로 남는다. 그뿐이 아니다. 활성산소라는 유독한 대사 부산물이 쌓이면 초산화물이나 과산화수소 같은 것들이 뇌세포막을 속부터 망가뜨린다. 심폐소생술을 3분 넘게 지나 시작할 경우, 심정지 환자의 생존 확룔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5분을 넘겼다면 정신을 온전히 차릴 가망히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만약 8분 넘게 심장이 정지했다면,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ㆍ심장이 제 힘으로 피를 뿜어내지 못할 때 CPR만 제대로 해도 몇 시간은 무사히 버틸 수 있다. 

 

ㆍ그 결과, 심장 모터 분자인 미오신의 중쇄 유전자 하나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 코아티쿡의 저주는 유전체에서 원래는 G여야 하는 알파벳 딱 하나가 A로 잘못 들어가면서 벌어진 결과였다. 이제 이 가족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었다. 드디어 원인이 드러났으니 모든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다음에 필요한 사람만 마침 요즘 잘 나오는 제세동장치를 사용하면 되었다. 

 

ㆍ어느 한 부모로부터 변이서열 하나만 물려받았을 확률이 50%이고 엄마와 아빠에게서 하나씩 둘다 받았을 확률은 25%, 그리고 아무 위험요소도 없이 유전자가 깨끗할 확률이 25%였다. 

 

ㆍ한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그 사람이 상대방을 대하는 말과 행동, 그가 자라온 환경, 역경을 만날 때 발휘하는 정신력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16장 인생의 열쇠를 노래하다. 

 

 

 

 

 

 

 

 

4부 정밀하고도 정확한 의학

 

17장 슈퍼휴먼

 

ㆍ도핑 검사 결과를 판정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혈액의 얼마만큼이 본인의 적혈구로 되어 있느냐를 보는 것이다. 이 수치, 즉 헤마토크릿은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혈액 검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 적혈구, 백혈구, 혈장 이렇게 세 부분으로 분리한 뒤 간단한 산수만 하면 끝난다. 평범한 사람의 피는 전체 부피의 35~45%가 적혈구로 되어 있다. 고지대 훈련으로 수치를 조금 더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그래 봐야 40 후반대가 고작이다. 그렇기에 체육계에서는 도핑 검사 숫자가 50을 넘으면 선수의 불공정 행위를 의심하는 게 보통이다. 55보다 높은 수치는 아예 잘 나오지도 않는다. 

 

ㆍVO2 max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법은 이렇다. 선수가 가장 힘들어 할 즈음에 날숨 중의 산소 함량을 측정한다. 해수면 높이의 평지에서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늘 21%이므로, 선수가 운동에 소비한 산소의 양은 금방 간단히 계산된다. 이 숫자는 지구력 종목의 성적 순위 예측에 특히 높은 적중률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는 1분 동안 체중 1킬로그램당 산소 25~35밀리리터를 흡입할 수 있다고 한다.)

 

ㆍ슈퍼휴먼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그들이 특별한 이유는 유전체를 보면 한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평범한 다수도 지금보다 약간 더 특별해질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병마는 퇴각할 것이다. 슈퍼휴먼들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18장 정밀의학

 

ㆍ선발주자는 아이슬란드의 디코드 제네틱스 deCODE Genetics였다. 1996년에 민관합작투자로 설립된 디코드는 30만 국민 대부분에게서 의료차트, 가계기록, DNA 검체를 연구에 이용해도 좋다는 동의를 확보한 상태였다. 

 

ㆍ나의 스탠퍼드 동료인 마누엘 리바스는 유전체에서 어떤 질병이나 유전자와 관련된 부분 혹은 특정 염기서열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검색엔진을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인터넷 구역권 안에 사는 지구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린 유전체 판 구글어스인 셈이다. 

 

ㆍ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검사영상 데이터베이스는 영국 바이오뱅크가 10만 명 이상의 전신 MRI 스캔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ㆍ전체 현황을 살펴보면, 저마다 최소 10만 명 이상을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바이오뱅크 프로젝트가 세계 각국에서 6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19장 유전체 수술

 

ㆍ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유전자 치료제가 표적 세포에 실수 없이 당도하고 거기서 또 세포막을 통과해 핵까지 들어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체 수리라는 추가 임무까지 주어진다. 그런데 약효성분을 올바른 목적지로 보내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DNA 그대로 혈관에 주사하고는 알아서 목적지를 찾아가라고 바랄 수는 없다. 그랬다간 DNA 대부분이 혈관이나 다른 체조직에서 분해될 게 뻔하다. 운 좋게 목적지 세포에 도착했더라도 다시 세포핵에 침투하자면 또 산 너머 산이다. 그마나 다행인 건 어머니 자연이 유전물질을 세포에 보낼 매우 효과적인 배송 수단을 일찍이 준비해 뒀다는 것이다. 바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바이러스 감염이다. 

 

ㆍ사람 유전체도 8%는 남겨진 바이러스 DNA라고 하니, 인류는 오래전부터 바이러스와 함께 진화해 온 셈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바이러스는 치료용 DNA의 유용한 운송 수단이 된다. 초창기에는 체내에서 증식하지 않고 올바른 세포를 정확히 인식해 감염시키기만 하는 바이러스 설계에 중점을 두고 유전자 치료 개발이 진행됐다. 목표는 건강한 유전자를 이 유전자를 필요로 하는 세포에 전달하는 것이다. 

 

ㆍRNA간섭제 투입 전과 후의 측정치를 비교했더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후보약물 한가 변이형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잠재웠을 뿐만 아니라 세포 수축력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오늘날 RNA 침묵 기술에 기초한 신약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배경에는 수많은 공로자들의 땀방울이 있다. 

 

ㆍ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3대 난관은 수송과 수송 그리고 수송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약물 설계보단은 약을 표적장기에 보내는 게 훨씬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으로 접근성 좋은 혈액세포와 혈액질환은 유전자 치료의 타깃으로 인기 만점이다. 

 

ㆍ최근 유전자 치료는 정상 유전자 카피를 보충하거나 RNA 침묵기술을 통해 결함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이뤘다. 그런데 만약 유전체를 수술하듯 고치는 게 가능하다면? 유전체 자체에서 변이 염기서열을 편집해 정상 염기서열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유전체 수술은 유전자 치료 연구자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다. 

 

ㆍ특히 결정적인 한 방은 CRISPR 였다. 박테리아 방어체계인 CRISPR의 발견에는 유전체 특정 영역을 겨냥해 그곳만 복구하는 것이 마침내 가능해졌다는 중대한 의의가 있었다.

 

ㆍ유전체를 읽고 해석할 줄 안다는 건 또 다른 기회를 뜻한다. 인간이 스스로 유전체를 고쳐 적고 치명적 오류를 바로잡을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20장 미래의 의학

 

ㆍDNA를 길게 끊어 읽을 방법이 팩바이오의 기술만 있는 건 아니다. 일명 나노포어라는 특별한 단백질을 활용해도 롱리드의 기술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원리는 이렇다. 수많은 나노포어를 일렬로 늘어놓고 여기에 DNA나 RNA를 떨어뜨리면 이 핵산분자들이 나노포어의 구멍을 통과해 지나간다. 기다린 실을 바늘 귀에 꿴다고 상상하면 된다. 분자가 구멍을 통과할 때마다 나노포어 전체에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데, 지나간 염기문자가 무엇인지에 따라 그 순간 전류의 세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ㆍ유전체 분석을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장의 실시간 진단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ㆍ미래의 의학은 질병 예방도 훨씬 똑똑하게 할 것이다. 유전체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모든 이가 갖가지 질병에 걸릴 위험성을 미리 알기 쉬워질 테니 말이다. 이런 위험성 프로파일을 바탕에 깔고 개개인의 환경적 위험 모니터링을 병행하면 각자 예방의학 실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환자는 본인의 위험인자 정보를 들고 가 담당의사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고 그 정보는 환자의 의료차트에 빠짐없이 기록된다. 더불어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가 공유된다. 

 

ㆍ언젠가는 우리가 수백만 인간과 수십억 병균의 유전체를 모두 읽어 내는 날이 올 것이다. 과연 그때 우리는 유전체를 편집해 어떤 질병을 어디까지 정복할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