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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김신지

by mubnoos 2024. 10. 28.

 


 
 
 
주인의 기록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무엇이든' 기록해보세요.
 

 

Q1. 기록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있을까?

‘기록’이 만들어낸 AI, ChatGPT에게 묻는다. 불필요한 기록은 무엇일까? ChatGPT는 일회성 대화나 특정 맥락에서만 의미 있는 정보는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록의 의미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고, 순간적으로 나온 정보라 하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어쩌면 ChatGPT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Q2.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면 좋을까?

기록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번거롭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기록하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기록은 좋은 것이고, 꾸준히 하면 ‘더’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면 ‘더더’ 좋을까? 기술은 점점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지만, 과연 '완벽한' 기록이 바람직할까? 결국 중요한 것은 기록할 정보를 선택하는 기준이다. 필요한 것만 기록하고, 불필요한 것은 남기지 않는 기준. 그래서 기록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라, 왜 기록하는가라는 질적인 문제이다.
 
 

Q3. 기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1) 일기를 쓰고, 2) 순간, 3) 영감, 4) 사랑에 대해서 기록한다. 무엇을 기록해야 할까? 기록은 어쩌면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롱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노트와 우표, 지폐들을 발견했다. 그 순간, 아버지의 수집품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의미 있는 'ㅎ'의 순간들에 대한 집착이라고 느꼈다. 삶에 대한 집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취약하다. 아버지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연결된 자신의 삶을 소유하셨던 게 아닐까? 기록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실제로 소유하게 하진 않더라도, 그것들과 연결되고 소유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유의 과정일 수 있다.
 
기록을 통해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인'이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소유한 사람이다. 기록을 통해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기적 아닐까?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타인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만든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 기준은 기록해야 할 것들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Prologue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지금이 단 한 번 뿐이라는 걸. 같은 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 기억하고 싶다면, 이 순간을 적어서 미래로 부쳐두어야 한다는 걸. 

 

기록한다는 건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순 없으니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더 중요해지고, 덜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해지겠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겪게 됩니다. 

 

개록은 적는 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남기는 등 어떤 식으로든 순간을 붙잡아두려는 모든 시도를 기록이라 여기며 썼습니다. 기록은 메모와도 조금 다릅니다. 그때그때 적어둔 메모가 한 알 한 알의 구슬이라면, 기록을 그것을 꿰는 일에 해당하니까요. 
 



기록하는 법, 첫 번째.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매일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팁

1) 목표는 가능한 한 작게 만들기

2) 그 행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3) 신호와 보상 만들기

 

'이 달의 새로움'이란 항목도 추천합니다. 이달에 처음해 본 일이나 생전 처음 먹어본 음식, 처음 만난 사람, 처음 알게 된 사실 등을 적어보는 거죠. 별것 없을 듯하지만, 생각보다 이달 들어 처음으로 경험한 것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기록하는 법, 두 번째.
순간을 수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를 지탱해주는 건 결국 삶의 사소한 아름다움들이니까요. 

 

웃음은 두 사람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
 




기록하는 법, 세 번째.
영감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영감은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오지 않습니다. 올 생각이 없거든요.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언제나 이쪽입니다. 영감은 일상으로부터 받아 적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기록하는 법, 네 번째.
사랑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 걸음, 미소를 기록하기

 

가족의 삶을 인터뷰하기
 




Epilogue 기록은 어디까지나 즐거워야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게 편한 방식으로 기록하되,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 지속하세요. 

 

단순한 진실이에요. 기록은 쉽지만, 기록하지 않는 건 더 쉽기에 하지 않거나 못할 뿐입니다.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무엇이든 기록해보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