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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신문 171

by mubnoos 2022. 3. 26.

존재는 다름이다. 무한히 넓은 우주 공간에서, 끝없이 계속되는 시간의 연속선에서 모든 것은 고유한 자신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그것이 생명체이건, 무생물이건, 크기가 크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건, 이 세계에서 똑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주의 먼지조차 그 성분과 크기와 질량이 다르다. 구분하지 못할 쌍둥이도 그 염기서열이 다르며, 극히 작은 세균도 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다.

 

내 한계를 인정하지 못한 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생각으로 다른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ㆍ쿠사마는 강박신경증과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다가 눈만 뜨면 보이는 물방울을 그리면서 고통을 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교토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어머니가 안정적인 결혼을 강요하며 그림을 모조리 뺴앗아버렸다. 쿠사마는 당시 일본의 남존여비 문화와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녀는 서점에서 우연히 본 미국의 유명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 화보의 세련된 작품에 반했다. 미국대사관의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 화가의 주소를 알아내고 편지를 주고 받았다. 1957년 오키프의 추천서와 도움을 얻어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ㆍ쿠사마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 '미국 예술계를 모두 정복하겠다'고 소리쳤으나 현실을 혹독했다. - 갈수록 정신병이 심해져 먹지 않고 자지도 않는 날이 셀 수 없이 많았다. 44세가 된 1973년 병세가 점점 심해지자 모든 것을 접고 돌연 귀국하여 도쿄의 정신 병원에 자진 입원했다. 

 

ㆍ그녀는 지금도 93세의 나이로 병원 앞에 마련한 '쿠사마 스튜디오'와 정신병원을 오가며 창작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녀에게 예술 활동은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는 힘이었다. 

 

ㆍ그녀는 초등학교 시절, 집안의 넓은 정우너에서 처음 본 호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못생긴 호박의 푸짐한 모습이 나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