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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 / 장 폴 사르트르

by mubnoos 2022. 3. 10.

 

사르트르 문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대표 희곡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사르트르 실존주의 사상의 총체

 

 

 

 

 


 

 

 

 

닫힌 방 

ㆍ1943년 가을에 집필된 <닫힌 방>은 사르트르 연극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1944년 5월 당시 떠오르던 신예 연출가 레이몽 롤로에 의해 무대에 올려진 이후 지금도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상연되고 있다. 

 

ㆍ지옥에 갇힌 세 사람의 갈등을 그린 <닫힌 방>은 사르트르 작품 중 가장 연극적이면서도 가장 참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데, 시사 문제보다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밀접한 작품이기에 비평계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ㆍ<닫힌 방>은 호텔 급사처럼 보이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의 안내를 받아 전혀 지옥처럼 보이지 않는 한 장소로 세 영혼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1) 신문기자였던 가르생: 반전운동 신문을 주간하며 영웅인 척하던 가르생은 탈영하다가 체포되어 총살당했다.

 

2) 우체국 직원이었던 이네스 : 이네스는 여성 동성애자로서 애인의 남편을 자살로 몰어넣고서 그 애인과 함께 가스 사고로 죽었다.

3) 부유한 유한마담 에스텔: 에스텔은 젊은 애인과 불륜 관계로 얻은 아이를 살해하고 폐렴으로 사망했다.

 

창문도 출고도 없이 모든 것이 박탈된 상황이 그나마 이들이 지옥의 영벌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드러내 준다. 극이 서서히 진행되면 각자의 고백을 통해서 그들의 과거와 죽은 사연이 밝혀진다.

 

이러한 폭로와 더불어, 이네스로부터 비겁자가 아니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가르생, 가르생의 남성적 손길을 원하는 에스텔, 그리고 에스텔과의 동성애를 갈망하는 이네스 각각이 품은 욕망들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출구 없는 방에서 이들의 공존은 더욱 지옥 그 자체가 되고 만다. 결국 세 사람은 가르생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공식을 재차 확인하면서 막이 내릴 때까지 서로를 마주 본체 무대 위에 남는다.

 

 


 

ㆍ인간의 경우엔 자신이 살아 보기도 전에 미리 정해진 본질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사르트르는, 한 인간의 '본질'은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규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은 그가 한평생 살아가면서 계속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ㆍ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의식, 즉 '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고, 그래서 사르트르는 이것을 '무'라고 칭한다. 

 

 


 

ㆍ모든 손님들이 똑같은 질문을 해 대든데. 그들은 도착하면 "쇠꼬챙이들은 어디 있어요?"라고 합니다. 그 순간엔, 단언하지만, 그들은 세수 같은 건 생각도 못 하는 거죠. 그러나 일단 안심을 하고 나면 바로 칫솔 얘기를 꺼내더군요. 아니, 제발 생각 좀 할 수 없습니까? 한 번 물어봅시다. 도대체 왜 이를 닦겠다는 겁니까?

 

ㆍ완벽하군. 잠깐만. 잠깐만, 그런데 그게 왜 고통스럽지? 왜 그게 꼭 고통스럽다는 거지? 알겠다, 그러니까 단절 없는 생활이라는 거군요.

 

ㆍ당신 입 좀 가만히 둘 수 없어요? 당신 코 밑에서 팽이처럼 계속 돌고 있네요. 

 

ㆍ당신이 우연이니 뭐니 하는 게 우습잖아요. 꼭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켜야 되나요? 그들은 아무것도 우연에 맡기지 않아요.

 

ㆍ네. 그러면 우리... 우린 구원받게 될 겁니다. 입 다물기. 자기 속만 들여다보고 절대로 고개를 들지 않기. 동의하는 거죠?

 

ㆍ다 같이 조용히 다시 가서 앉아 눈을 감고 각자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엊어버리는 거예요. 

 

ㆍ나는 못됐어요.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남들의 고통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ㆍ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날 설득해야 돼. 내가 당신을 잡고 있는 거지.

 

ㆍ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악마와 선한 신 

ㆍ<악마와 선한 신>은 사르트르가 장 주네에 대한 글을 쓰던 1951년 초에 집필을 시작한 작품이다. 샤를 뒬랭이 관리하던 극단에서 연극을 가르치던 시절 세르반테스의 연극 <행복한 건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사르트르는 16세기 독일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신과 내기를 벌여서 악당에서 사제로 변신했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인간과 함께 행동하는 주인공을 그려 보인다. 

 

ㆍ읽기 위한 작품인지 공연을 위한 작품인지 규정짓기 애매한 이 작품은 사르트르의 희곡 중에서 가장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으로 꼽힌다. 

 


 

 

1막

 

1경

막이 오르면, 파렴치함과 잔인함으로 독일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하는 최고의 장수 괴츠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은 대주교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돌아가는 상황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무대 한쪽에 보인다. 괴츠는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형 콘라드를 배반하고 대주고 편에 붙어서, 발란을 일으킨 보름스를 대주교의 허락도 없이 포위 공격하는 중이다. 조명이 번걸아 비추는 무대의 다른 한쪽에서는 저항 중인 보름스의 성곽 위에서 봉기를 주도하는 나스티가 사태를 지휘하고 있다. 평등주의 기독교 신자인 나스티의 주장은 가난한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신부 하인리히와 대립한다. 다른 사제들을 모두 감금해 버린 군중들은 보름스 주교관 앞에 모이고, 주교는 하인리히를 배신자로 몰아세우며 부르주아들에게 도시의 성문을 적에게 열어줄 것을 부추긴다. 이에 반대하는 나스티가 군중을 선동하여 약탈을 범하게 하고 주교를 살해한다. 주교는 죽어가면서 도시의 비밀 열쇠를 하인리히에게 쥐여 준다.

 

2경

보름스를 포위 공격 중인 괴츠의 진영에서는 장교들 사이에 일종의 공무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괴츠는 심리적인 카리스마로 그 반역의 음모를 와해한다. 괴츠는 완전한 자유의지에 따라 악을 선택한다는 생각으로 잔혹한 학살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애인 카트린을 창녀처럼 함부로 다루며 등장해서는, 그날 밤 보름스를 공격하겠다고 통지한다. 마침 하인리히가 동료 사제들을 군중의 손에서 구하고자 가난한 자들을 배신하고 도시의 열쇠를 건네주겠다고 제안하며 괴츠를 찾아온다. 괴츠는 하인리히의 분열된 영혼 속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모습을 본다.

 

3경

그런데 우연히 하인리히의 배반을 전해 들은 나스티 역시 괴츠에게 일부러 잡혀 오고, 괴츠에게 그의 사생아 신분을 환기하며 가진 자의 꼭두각시 노릇 대신에 같은 처지의 가난한 자들 편에 서서 도시에 입성할 것을 설득한다. 신의 의지를 놓고 신학적 토론을 벌인 끝에 괴츠는 내기를 하나 제안한다. 만일 주사위를 던져서 자신이 지면 스스로 악을 포기하고 선에 봉사하는 성인의 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괴츠가 내기에서 지고 자신의 새로운 운명을 따르기 위해 퇴장한 뒤, 남겨진 카트린이 괴츠가 속임수를 써서 일부러 내기에 졌다는 사실을 알아채면서 1막이 끝난다.

 

 

 

 

 

2막

절대 선을 선택한 괴츠의 고독이 그려진다.

 

 

4경

 회심한 괴츠가 이제까지의 죄 많은 삶을 포기하고, 형 대신 물려받은 자신의 영지를 모두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선에 대한 이 절대적 선택은 괴츠를 다른 인간들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들어, 농부들에게 여전히 거부당할뿐더러 영주들에게서도 증오의 대상이 된다. 나스티는 급진적인 농민 봉기를 준비하고 있는 카를에게 봉기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명령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라고 설득하는 한편, 태양의 마을이라는 기독교 공동체를 꿈꾸는 괴츠에게도 자신을 도와 봉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도록 종용한다. 하지만 괴츠는 이를 거부한다. 

 

5경

괴츠는 자신의 땅을 나눠 준 농부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지만, 그들을 미혹해 면죄부를 팔고 있는 사제 테첼의 수완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하인리히가 나타나 괴츠에게 죽어 가는 카트린의 소식을 전하고, 나스티에게는 농민들의 봉기가 임박했음을 알리며 그것을 막을 계책을 제안한다.

 

6경

하인리히의 책량이 성공하며 모든 사제들이 주민들을 버리고 숨어 버린다. 분노 대신 겁에 질린 농부들은 모두 교회 안으로 피신하고, 그 속에서 괴츠는 죽어 가는 카트린을 발견하다.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녀를 절망에서 구원하고자 하는 괴츠는, 죽어 가며 고해신부를 찾는 카트린을 위해 자기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어 신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성흔을 받은 척한다. 이로써 카트린은 평화롭게 죽게 되고, 기적에 탄복한 군중들은 드디어 괴츠를 따르기 시작한다. 단 한 사람 힐다라는 명철하고 순수한 젊은 여인만이 속지 않는다. 그녀는 카트린을 간호하면서 함께 절망하고 괴로워했지만 그 과정에서 괴츠에게 연민을 품게 된다. 

 

 

 

 

3막

괴츠는 사랑을 설파혐 폭력에 맞서 보지만 좌절하고 신의 죽음을 확인한다.

 

 

7경 

괴츠와 알트바일러 주민들은 태양의 마을을 건설하고 사랑을 유일한 교리로 삼는다. 카를이 나타나서 괴츠를 거짓 예언자라고 고발하지만 오히려 주민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힐다의 보호를 받는다. 나스티는 괴츠에게 봉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며 오합지졸인 농민군의 지휘를 맞아 줄 것을 요청한다. 

 

 

8~9경

농민군의 진영에 찾아간 괴츠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투를 포기하라고 설득해 보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폭력에 가담하기를 거부하여 다른 농민들의 원한을 산 태양의 마을은 파괴되고 만다. 폐허를 목도한 괴츠는 인간의 악함을 절감하고, 고행과 금식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로 결심한다. 

 

 

10경 

그 후 육개월이 경과하고 괴츠가 주사위 내기를 통해 절대 선을 선택했던 밤으로부터 일 년이 지난 날 하인리히가 그를 찾아온다. 성스러움의 불가능함을 확인하러 돌아온 하인리히는 고행으로 폐인이 되어 가는 괴츠에게 나스티의 농민군이 패배했음을 전하고 그 책임을 물어 모두가 괴츠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가 농민군의 지휘를 거절했기 때문에 전투에 졌다는 것이다. 괴츠는 하인리히에게서 자신이 행한 일들에 대해 평가를 듣고자 하고, 이를 계기로 신학적 논쟁이 벌어진다. 괴츠는 자신의 모든 행위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신은 인간의 일에 무관심하며 그래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인간에게는 오직 인간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친 괴츠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하인리히는 자신과 똑같이 증와 절망 속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괴츠가 그 지옥에서 혼자 벗어나려 하는 것을 보고 그를 교살하려 하지만 오히려 괴츠이 칼에 찔려 죽는다. 신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된 괴츠는 힐다를 다시 받아들이고 자신을 잡으러 오는 농민들을 기다린다. 

 

 

11경

사기가 저하된 농민들을 미신으로 다독여 보려는 카를과 나스티 앞에 괴츠가 끌려온다. 괴츠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타협을 받아들이고 농민들의 분노와 함께할 뜻을 전한다. 힐다와 나스티의 권유로 피츠는 반란군의 우두머리가 되기로 하고 다음 전투를 준비한다. 

 

 

 


 

 

 

ㆍ신께 선택받은 자에게는 나쁜 소식이 있을 수 없다네.

 

ㆍ그럼, 아무 걱정들 하지 말게. 콘라드의 패배는 하나의 징조니까. 징조? 신께서 내게 보이신 징조지.

 

ㆍ신께서 그들에게 이 전쟁을 허락하셨나요? 신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셨지. 이분은 신의 허락 없이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지, 다만 인간들의 못된 마음에서 태어나는 악만 빼고. 

 

ㆍ그래서 주님이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거야. 전능하신 주님께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ㆍ너희 교회는 창녀야, 자신의 호의를 부자들에게 팔았거든. 네가 나의 고해를 들어주겠다고? 네가 나의 죄를 용서해 주겠다고? 너의 영혼은 탈모증에 걸렸어, 신께서 그걸 보시고 이를 갈고 있지. 

 

ㆍ자네가 거짓을 지어내는 건 아닐지 몰라도, 진실을 말하고 있진 않아. 

 

ㆍ소름 끼치도록 싫은 한 명보다는 이만 명이 낫죠. 

 

ㆍ배신자일 때 배신을 하는 법이지. 그러니 너는 배신할거야.

 

ㆍ너는 무질서를 낳잖아. 그리고 무질서는 기존의 질서를 가장 잘 유지시키지. 

 

ㆍ선이란 한 명의 병사처럼 섬기는 거야. 괴츠, 그런데 어떤 병사가 혼자 힘으로 전쟁을 이기겠자? 겸손해지는 것부터 시작하게.

 

ㆍ신께서 원하신다면 나를 얼마든지 시험에 들게 하시길. 나는 그분도. 내 사명도 의심하지 않을거야. 그래도 신이 나를 의심하신다면 그것은 그분이 미쳤기 때문이지.

 

ㆍ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깝게 느껴졌는지 몰라. 내가 악인이었을 때는. 팔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았지. 팔을 뻗으니 그게 바람처럼 사라졌어. 그러니까 그건 신기루인 거지? 선이란 것이 가능한 거야?

 

ㆍ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무이고, 만일 인간이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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