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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회학 / 석중휘

by mubnoos 2022. 2. 24.

 

착함이라는 기호 안에 ‘호구’가 숨어 있다면
나쁨이라는 기호 안에 ‘무엇’이 숨어 있을까?

 

 

 

프롤로그

ㆍ맞다. 그러고 보니 세상엔 늘 '선'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들 개개인의 생각과 그 생각의 마음속엔 말이다. 해서 우리는? 경험과 교육을 통해 나름 이 '선'의 높낮이를 정하고, 또 그 '선'의 변주에 따라 서로의 삶들을 재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선'에 대한 기준이,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모호하게 재단되어 있다는 거다. 이유는? 실체가 없는, 무형의 존재가 또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래서 더 그랬던 것일까? 그것을 이용한 세상의 속임과 배신들이 많은 것은, 물론 그것을 용인하며 얻은 성장이란 열매도 존재하기는 했지만. 해서 어쩌면? 이 이야기의 시작은... 맞다. 돌아보면 바로 그것으로부터였다. 우리가 모호하게 여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재단하고 판단하고 있는, 이 디자인의 '선' 말이다. 어찌되었든 난 늘 이유가 궁금했으니까.

 

 

 

 

 

 

 

+1 디자인의 배신

 

ㆍ낭만. 명사: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ㆍ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이들, 즉 '갑'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디자인으르 제시하는 건 사실 꽤나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바로 디자인의 과정 안에서, 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또 그 새로운 것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이해라는 걸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갑에게 디자인은 언제나 낯선 일일 수밖에 없기에. 

 

ㆍ'계급이 있었다. 아주 오랜전부터. 왜 그것이 생겼는지는 모른다. 원래 인간이 그렇다라고만.' - 레비스트로스

 

ㆍ역사는 어떤 시점에서 생산된 확실성이며, 그 시점이란 기억의 불완전성과 문서의 부적절성이 만나는 시점이다. 

 

ㆍ디자인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우며 재미있고, 또 거기에 더해 돈까지 벌 수 있다는 확신. 그래서 그럴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환상은, 아니 이 확신은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 단언컨대 말이다. 이유는? 디자인이 가진 원래의 기능이 그렇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그런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희박한, 그런 경우의 수이지만.

 

ㆍ디자인의 역할은 기억을 바꾸는 것이다. 바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또는 가졌으면 하는 그 기억들을 말이다. 

 

ㆍ우린 늘 그런 일상을 산다. 어떤 사건, 특히 사회적인 사건이 생기면, 다양한 추론을 통해 그것의 원인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그런 일상 말이다. 이유는? 바로 그 의미 파악을 제대로 해야만, 내가 해야 할 행동과 말을 정확히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속도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우리 사회를 흔들 만한 거대한 사건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사실 훨씬 더 많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상사들, 바로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말이다. 해서 혹자는 이런 현실적인 ‘의미 파악’을 ‘눈치’라고, 또 그 능력이 쌓이는 걸 ‘철’이 드는 과정이라고 한다.

 

‘체면’이란 것이 있다. 우린 이것을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여겼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맞다. 이건 아름다운 의미다. 하지만 우린 그것을 논하기 이전부터 계급이란 삶의 방식을 수용했고, 그로 인해 결국 이 배려라는 의미는 아주 이상한 모순의 형태로 변질되어버렸다. 바로 복종이란 형태, 또 차별이란 형태의 의미로. 

 

 

 

 

 

 

+2 디자인이 살았던 시간

ㆍ우린 그때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과 같은, 바로 그 시간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한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서, A급 인생으로 달려야만 하는 삶이, 너무 힘겨웠기 때문에.

 

ㆍ누군가는 인간을 부르짖었고, 누군가는 사상을 논했고, 또 누군가는 돈을 논했고, 또 누군가는 부를 쌓았다.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만났던 그때, 모더니즘이 한창인 시절에는 말이다. 자유? 맞다. 우리는 그때 그것을 자유라 불렀다. 그때에서야 비로소 허락되었던, 그제야 신으로부터 돌려받았던, 바로 그것을 향해 말이다. 하지만 그 자유라는 게 서로 처음이라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온전한 삶의 의미가 되어주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해서 그 누군가는? 또다시 반항을 시작했고, 또다시 자유를 새로이 외쳤다. 

 

ㆍ푸코는 궁금해졌다. '문화란 것의 우월은 존재하는 것일까?' 푸코는 경험을 통해 다음과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르 찾아내게 된다. 역사(문화)란 승자의 입장에서만 기록된다는 것, 그 역사(문화)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나머지의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는 그것을 사회적 권력이란 정의를 통해 설명하려 했다. 

 

ㆍ수학은 세상을 선명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학문이다. 

 

 

 

 

 

 

 

 

 

 

 

+3 욕망 그리고 디자인

 

ㆍ우리의 현실은, 아니 미처 제도화되지 못한 우리의 선택은, 아주 이상하고 모순적인 기호의 전형을 만들고 말았다. 세대갈등과 같은 표현으로 어물쩍 넘기려 했던 바로 이 이야기처럼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 희생은 당연히 당신들의 몫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ㆍ기호란 역사적 합의, 그것도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라고 말할 수있다. 그러해서 우린 늘 그 기호가 축적된 역사에 맞춰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고, 또 그것에 대응한 삶을 투영하며 지금이란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일도 잘한다고 했다. 또 많이 베풀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그래서 당신은 꼭 성공할 거라고 했다. 나를 잘 알았던, 아니 몰랐던 많은 사람들도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착한’의 뜻이 ‘호구’의 의미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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