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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 이어령

by mubnoos 2022. 2. 23.

 

ㆍ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01 뜨고 날고

ㆍ여러분이 '그냥' 날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풀어야 할 인간의 삶과 문명 문제는 어떤 공식도 존재하지 않는 5차 방적식과 비슷합니다. 여러분의 젊음과 갈루아의 젊음이 닮았다는 것이지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수학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차가운 하숙방에 엎드려 홀로 밤을 지새운 갈루아의 외로운 모습을 생각해보십시오. 추상적인 수학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는 프랑스 혁명기에 지하운동을 하다가 투옥되기도 하고 끝내는 동료와의 결투로 목숨을 잃기까지 합니다. 

 

1치 방정식이 수렵 채집 시대,

2차 방정식이 농업 목축 시대,

3차 방정식이 산업 시대,

4차 방정식이 정보 시대,

5차 방정식은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다음 문명과 같다는 뜻입니다. 

 

ㆍ꼭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지요. 1차에서 4차까지 풀고 난 다음 다시 5차의 고차방정식에 도전하는 것, 즉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날려는 것은 그 자체가 존재의 의미요 충족인 까닭입니다. 

 

여러분은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자율성의 새로운 기류 위에 뜬 대학생들입니다. 이제 자유롭게 자신의 힘으로 날아야할 때가 온 것이지요. 뜨는 것은 바깥의 힘에 의한 것이지만 나는 것은 자체 동력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것은 바람 탓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부모 탓, 사회 탓, 정치 탓, 아무리 탓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은 초, 중, 고 환경처럼 타율과 의존이 아니라 모든 제도와 운영이 자율을 토대로 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02 묻고 느끼고

ㆍ젊은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 

 

ㆍ공부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일까요. 궁금한 것을 푸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ㆍ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젊은이의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ㆍ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ㆍ물음표각 브레이크라고 한다면, 느낌표는 엑셀레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ㆍ그래드웰의 '블랭크 이론' -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는 경우 대개는 2초 동안에 좋다 싫다가 결판난다. 

 

 

 

 

 

 




03 헤매고 찾고

ㆍ진리는 나그네요 방황이다.

 

ㆍ'예스'와 '노'의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인간은 가장 많은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된다. 

 

ㆍ개미의 곡선 흔적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노이즈'가 됩니다. 정보이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잡음'이지요. 원하지 않는것,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섞여 있는 것, 옥에 섞인 티 같은 것입니다. 직선이 순수성이라면 우여곡절의 곡선은 노이즈라고 불러도 좋을 겁니다. - 누가 노이즈를 좋다 하고 기생충을 반갑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방황이란 말처럼, 이 노이즈라는 것도 반전시키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니지요. 기생충이 그렇듯 노이즈도 반드시 우리 삶 속에 따라다니겍 마련인 자연현상의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노이즈를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예상치 않았던 효과가 생기고 발전을 꾀할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이즈와 기생충 때문에 완고한 철옹성 같은 경직된 시스템이 변화하거나 붕괴되기도 합니다. 

 

ㆍ세렌디피티 - 실수나 우연을 통한 창조성

 

ㆍ비범한 것을 평범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세렌디피티란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평범한 것도 비범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과 눈을 지닌 사람에게만 우연이나 실수까지도 행운이 되는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이 찾아옵니다. 

 

 

 

 

 

 

 

 




04 〈나나〉에서 〈도도〉

ㆍ관점이라는 것은 내 마음 안에 품고 있는 자유이면서도 떄로는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편으로 쏠리는 편향성을 갖게 됩니다. 쏠린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것이고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한쪽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인데도 늘 삶의 반쪽 밖에는 볼 수 없게 합니다. 

 

ㆍ선택은 결핍이며 후회며 아쉬움입니다. 

 

ㆍ이것이냐 저것이냐로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를 모두 취하는 방법은 없는가?

 

 

 

 

 

 

 




05 섞고 버무리고

ㆍ나와 너의 경계가 사리지고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링크되면 몇 천 년 내려온 소유 모델 자체가 애매해집니다. 

 

ㆍ정보화 시대에서는 누구나 나비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정보 공간에서는 누구나 수신자이며 동시에 발견자입니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우고 팔고 사는 상대적 관계들이 다 같이 어울리는 쌍방향 시스템으로 되어 있지요. 

 

 

 

 

 

 




06 꿀벌이 만든 연필

 

ㆍ모든 사고의 형태학은 원과 사각에서 시작됩니다. 

 

ㆍ벌집은 왜 육각형인가.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연필을 제작하는 공정처럼 재료를 최소화하고 공간을 최대화하려는 수단에서 이루어진 형태라는 점입니다.  - 도형 가운데서도 면적 둘레 길이가 가장 짧은 도형은 육각형이다. 즉 정육각형은 가장 넓은 공간을 가장 최소한의 재료로 둘러 싸고 있는 가장 효율이 높은 도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ㆍ"최소의 재료를 가지고 최대의 면적을 지닌 용기를 만들려 할 때 그 용기의 주위는 육각형이 된다."

 

ㆍ자연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학습 대상이다. 

 

연필처럼 유연한 사고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펜이나 볼펜 같은 경직된 사고형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생각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을, 편견을, 그리고 일상성에 토대를 둔 도구적 사고를 지울 수 있는 하나의 지우개. 연필과 함께 붙어 있는 지우개. 이것이 앞으로 다가오는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게 될 새로운 사고의 틀일 것입니다. 쓰고 지우고, 지우고 또 쓰십시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지우개가 달린 연필로 사고해야 합니다.

 

 

 

 




07 〈따로따로〉〈서로서로〉

 

ㆍ삶이란 결국 빈칸 메우기와 같습니다. 반은 운명처럼 주어진 문자가 있고 그 옆에는 마음대로 자신이 써넣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백이 있습니다. 

 

ㆍ빈칸은 비어 있는 것입니다. 비어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데, 인간은 그 빈칸을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듯이, 그리고 공백을 그대로 둔 채 생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온리 원은 외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귀함, 그리고 그 독립적 가치인 자기 삶의 결을 뜻합니다. 여러분은 목숨을 걸고 그 어둡고 좁은 산도를 지나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들입니다. 누가 명령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세상에 나올 날짜와 시간을 정한 것입니다. 생명이, 출산이, 이미 독창성을 지닌 것 아닙니까. 

 

ㆍ독창성은 남들이 당연시하는 것, 이미 해답이 나온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08 앎에서 삶으로

ㆍ지혜가 지식이 되고, 지식이 정보가 되고, 정보가 자료가 된다. 젊은이들이은 거꾸로 가라. 정보에서 지혜로. 

 

ㆍ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 공자

 

ㆍInformation -> Knowledge -> Wisdom

 

ㆍ보행의 목적은 보행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목적지에 가려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춤은 어디로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춤을 추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요. 그래서 목적지에 이르면 보행은 멈추지만 춤은 음악이 끝날 때까지 혹은 지쳐서야 비로소 끝이 납니다. 때문에 걷는 것은 유용하지만 지루하고, 춤은 유용하지는 않으나 즐겁습니다. 

 

 

 

 




09 나의 별은 너의 별

ㆍ문화코드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축구를 즐기는 것이 개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야만스럽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스포츠 가운데 유독 축구만이 손을 쓰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지요. 손은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문명의 상징이 아닌가. 그리고 다 큰 어른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한 사람(골키퍼)를 괴롭히는 것도 잔학한 짓 아닌가. 무법천지의 훌리건 역시 다른 스포츠 관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야만이 아닌가. 심지어 미국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상식에 위배되는 실언을 하자, 대학시절의 축구경력을 들먹이며 헤딩을 많이 해서 머리가 그런 것이 아니냐고 비꼰 정적들도 있었다. 

 

 

 

 




에필로그

ㆍ바다는 초록색 지우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