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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토마스 쿤

by mubnoos 2021. 1. 27.

이언 해킹의 서론

 

본질적 긴장 The Essential Tension’구조전후로 발표했던 철학적 논문들을 모아놓은 뛰어난 책이다. 7

 

이 책은구조의 출간 50주년을 기념한다. 1962년은 오래 전이다. 우선 과학 그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9

 

1962년과 2012년 사이에는 다른 근본적인 차이도 있다. 그것은 이 책의 핵심인 기초물리학과 관련된 것이다. 1962년에는 정상상태 우주론과 빅뱅 이론이라는 두 가지 경쟁하는 우주론이 있었는데, 이들은 우주와 그 기원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상을 제공했다. 1965년 이후, 특히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거의 우연한 발견 이후, 정상과학으로서 풀어야 할 뚜렷한 문제를 잔뜩 가진 빅뱅이론만 남게 되었다. 10-11

 

이 책은 역사인가, 아니면 철학인가? 1968년에 쿤은 한 강연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시작했다. “나는 여러분들 앞에 실제 과학사학자로서 서 있습니다. 나는 미국 역사학회의 회원이지만 미국철학회의 회원은 아닙니다.” 11

 

구조는 과학의 진보가 절대적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직선적인 경로가 아니라는 당혹스러운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덜 적절한 관념, 덜 적절한 상호작용으로부터 벗어나는 의미에서의 진보이다. 13

 

상대성 이론과 양자물리학이 결합해서 오래된 과학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형이상학까지도 폐기해버렸다. 칸트는 절대적인 뉴턴 식의 공간과 한결 같은 인과성의 원리가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필요조건들, 즉 선험적인 사고의 원리라고 가르쳤다. 물리학은 그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원인과 결과는 그저 외양에 지나지 않으며 실재의 깊숙한 곳에는 불확정성이 존재했다. 당시 과학에서 혁명은 시대의 질서였다. 쿤 이전에 칼 포퍼(1902-1994)는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철학자였다. 16

 

전문학술지를 살펴보면, 여러분은 다음의 세 가지 유형의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라고 쿤이 적었다.
1.
중요한 사실 의 결정
2.
사실과 이론의 일치
3.
이론의 명료화가 그것이다. 19

 

정상과학을 퍼즐 풀이라고 특징 지은 것은 쿤이 정상과학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비쳐질 수 있다. 반대로 그는 과학활동이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그 대부분은 정상과학이라고 생각했다. 21

 

우리가 쓰는 패러다임의 고대어에 대한 영문 번역은 대개 사례example로 번역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보다는 가장 뛰어나고 가 장 모범이 되는 사례라는 범례(exemplar)에 좀 더 가까운 뜻으로 이를 사용했다. 그는 두 가지 유형의 논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종류는 근본적으로 연역적인 것인데, 여기에는 설명되지 않은 숱한 전제들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근본적으로 유비적인 것이었다. 24

 

변칙현상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anomaly에서 a부정의 의미이다. 변칙현상은 법과 같은 규칙성에 반하는 것으로, 더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예상한 것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34

 

쿤은 제9장에서 과학혁명의 필연성에 대해서 논한다. 그는 이러한 변칙현상, 위기,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패턴이 없다면, 우리는 진흙 속에 빠져버린 것과 비슷하다는 점을 주장하려는 듯하다. 쿤에게 새로움이란 과학의 품질을 증명하는 증명서이며, 혁명이 없다면 과학은 퇴화할 것이다. 35

 

이론은 예측에서 정확해야 하고, 모순이 없어야 하며, 적용범위가 넓어야 하고, 현상을 질서정연하고 정합적인 방식으로 제시 해야 하며, 새로운 현상이나 현상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하는 데에 효과적이어야 한다. 쿤은 이 다섯 가지 가치 모두에 찬동했으며, 그는 이런 가치들을 과학자 공동체 전체와 공유했다. 이것이 과학적 합리성의 부분에 다름 아니며, 이런 관점에서 쿤은합리주의자이다 . 41

 

새로운 종들의 관계는 서로 교배할 수 없다는 사실로 특징지어지듯이, 새로운 전문분야들도 어느 정도는 서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것이 진짜 내용을 가지는 상호 공약불가능성의 개념이 활용된 경우이다. 43

 

혁명은 과학의 영역을 바꾸며, 심지어 (쿤에 의하면) 우리가 자연의 일정한 측면에 대해서 말하는 언어 그 자체를 바꾼다. 여하튼 혁명 은 새로운 부분의 자연을 연구하도록 우리를 굴절시킨다. 쿤은 혁명이 격변을 일으킬 정도의 어려움에 직면한 이전 세계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진보한다는 격언을 만들었다. 이것은 미리 설정된 목표를 향한 진보가 아니다. 이것은 한때 잘 작동했지만, 더 이상 새로운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진보이다. 벗어나는이라는 생각은 과학이 우주의 유일한 진리를 향해서 나아간다는 지배적인 관념에 의문을 던진다. 모든 것에 대한 유일하게 참되고 완벽한 설명이 오직 하나 존재한다는 생각은 서양의 전 통에 깊이 박혀 있다. 이것은 실증주의의 아버지인 콩트가 인간의 탐구의 신학적 단계라고 불렀던 시기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다. 45

 

요즘의 분석철학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진리에 대해서 수많은 이론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쿤은 소박한대응이론correspondence theory’을 거부했다. 이는 참된 진술이 세상의 사실에 대응한다는 이론이다. 순환성에 근거할 수만 있다면, 아마 빈틈없는 분석철학자들 대부분은 똑같은 입장을 취할 것이다. 여기서 순환성이란 진술을 말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임의적인 진술이 대응되는 사실을 명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47

 

언론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책의 목록을 꼽을 때에도구조는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실제로우리가 지금 홀려있는 과학의 이미지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영원히. 50

 

 

 

저자의 서문

 

나는 패러다임이 어느 일정한 시기에 전문가 집단에게 모범이 되는 문제와 풀이를 제공하는, 보편적으로 인식된 과학적 성취라고 간주한다. 55

 

 

1. 서론

 

역사의 역할 아마도 과학은 개별적인 발견과 발명의 누적에 의해서 발달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바로 이 학자들은 과거의 관찰과 믿음에서 온과학적인요소, 그들의 선대 과학자들이 주저하지 않고오류미신이라고 못박았던 것들로부터 구별하는 데에서 점차 곤경에 빠지고 있다. 63

 

3-5장에서 정상과학을 검토하고 나면, 결국 우리는 그러한 연구를 가리켜서, 자연을 전문적인 교육에 의해서 제공된 개념의 상자들에 끼워 맞추려는 격렬하고 헌신적인 시도라고 묘사하고 싶어질 것이다. 66

 

때로는 정상적인 문제, 즉 기존의 규칙과 과정에 의해서 풀려야 하는 문제가 그것을 거뜬히 풀 수 있는 가장 유능한 학자들의 되풀이 되는 공격에도 풀리지 않는다. 또 어떤 경우에는 정상연구normal research의 목적으로 고안되고 만들어진 도구가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무리 애를 써도 전문적 예측과는 들어맞지 않는 변칙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즉 어떤 전문분야가 과학활동의 전통을 전복하는 변칙현상들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을 때, 드디어 비정상적인extraordinary 탐구가 시작되는데, 이는 그 전문분야를 과학의 실행을 위한 새로운 기초가 되는 일련의 새로운 공약으로 이끈다. 전문분야의 공약에 변동이 생기는 비정상적인 에피소드들이 바로 이 책에서 과학혁명이라고 부르는 사건들이다. 과학혁명은 전통준수적인 정상과학 활동을 보완하는 전통파괴적인 활동이다. 67

 

응용범위가 얼마나 전문적이든 간에, 새로운 이론이 이미 알려진 것을 단순히 누적적으로 보완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거나 혹은 전혀 없다. 새로운 이론이 동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이론의 재구축과 기존 사실의 재평가가 필요한데, 이는 본연적으로 혁명적인 과정이며, 한 사람에 의해서나 하룻밤 사이에 완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69

 

 

2. 정상과학에로의 길

 

이 책에서 정상과학 normal science’은 과거에 있었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확고히 기반을 둔 연구활동을 뜻하는데, 여기서의 성취는 더 나아간 실천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특정 과학자 공동체가 한동안 인정한 것을 말한다. 73

 

물리광학에서 패러다임의 이러한 전환들은 과학혁명이며, 하나의 패러다임으로부터 혁명을 거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연속적으로 이 행하는 것은 성숙한 과학에서의 통상적인 발달양상이다. 그러나 뉴턴의 연구가 출현하기 이전 시대의 특징적인 양상은 그렇지 않으며 , 이 차이는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다. 76 “진리는 혼동에서보다는 실수로부터 더 쉽게 나타난다.”-F. Bacon. Novum Organum. 84

 

 

3. 정상과학의 성격

 

패러다임은 전문가들 그룹에 시급하다고 느낀 몇몇 문제를 푸는 데에 경쟁 상대들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라는 이유로 그 지위를 획득 한다. 그러나 보다 성공적이라는 말은 단일한 문제에 대해서 완벽하게 성공적이라든가,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상당히 성공적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91

 

나는 사실적 과학탐구에는 오직 세 가지 정상적인 초점이 있다고 보는데, 물론 이것들은 항상 구별되거나 또는 영구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패러다임이 사물의 본질에 대해서 특히 뚜렷하게 흥미롭다고 밝히는 사실들의 부류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그 사실들을 적용함으로써 패러다임은 그런 사실들을 정확도를 높이고 더욱 다양한 상황 속에서 확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93

 

두 번째 사실의 결정은 패러다임 이론으로부터 유도되는 예측들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사실의 결정이다. 이는 일상적이지만 첫 번째 것보다 작은 규모로 행해지며 그 자체로서의 흥미는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다. 94

 

나는 실험과 관찰의 세 번째 부류가 정상과학의 여타 사실 수집활동을 모두 포괄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패러다임 이론을 명료화 하기 위해서 수행되는 경험적인 연구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남아있는 이론적 모호성의 일부를 해결하고 이전에는 단지 관심을 끄는 것에 그쳤던 문제들에 대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허용하게 된다. 이 부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을 설명하려면 이를 다 시 세 가지로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부다 수학적인 과학에서는 명료화를 겨냥한 실험의 일부가 물리적 상수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96

두 번째는 과학자들이 정량적인 법칙을 얻기 이해서도 노력한다는 것이다.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나타내는 보일의 법칙, 전기적 인력에 대한 쿨롱의 법칙, 생성된 열량을 전기저항과 전류에 연관 짓는 줄의 관계식 등이 모두 이 범주에 든다. 97

 

실상 정성적 패러다임과 정량적 법칙 사이의 관계는 매우 일반적이며 긴밀하기 때문에, 갈릴레오 이래로 실험적 측정에 필요한 장치가 고안되기 한참 이전에도 패러다임의 도움을 받아 그러한 법칙을 추측할 수 있는 경우가 흔했다.

마지막으로 패러다임을 명료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세 번째 유형의 실험이 존재한다. 다른 것들에 비해서 이 실험은 자연에 대한 탐구작업에 가까우며, 자연의 규칙성에서의 정량적 측면보다도 정성적 측면을 더 많이 다루는 시대와 과학들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98

 

정상과학의 다른 어느 유형보다도 패러다임 명료화의 문제는 이론적이면서도 동시에 실험적이다. 104

 

나는 이 세가지 유형의 문제들, 의미 있는 사실의 결정, 사실의 이론과의 일치, 그리고 이론의 명료화 등은 실험과학과 이론과학 양쪽에서 정상과학 문헌 모두를 차지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과학문헌의 모두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일반적이 아닌 비정상적인 문제들도 들어 있으며, 이런 비정상적인 문제의 풀이는 과학적 활동 전부를 특별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문제들은 요구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문제들은 정상연구의 진보에 의해서 마련된 특별한 경우 에 한해서 출현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에 의해서 다루어지는 문제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압도적 다수는 보통 앞에서 약한 세 가지 범주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된다. 패러다임 아래에서의 연구는 여타의 방법으로는 수행될 수 없으며, 그 패러다임을 버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 정의하는 과학의 실행을 중단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곧이어 실제로 그러한 패러다임이 폐기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폐기가 바로 과학혁명이 돌아가는 축이 된다. 105

 

 

4. 퍼즐 풀이로서의 정상과학

 

정상연구의 문제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마도 그 연구가 개념적이거나 현상적으로 중요한 새로운 발견을 얻어내는 것을 거의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106

 

퍼즐의 결과가 본질적으로 흥미로운 것이냐 또는 중요한 것이냐는 퍼즐에서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대조적으로 참으로 급박한 문제들, 이를테면 암치료라든가 평화를 영속시키는 계획 같은 것은 전혀 퍼즐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대체로 이런 문제들에 아무런 해답도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08

 

나는 규칙은 패러다임으로부터 파생되지만 패러다임은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조차도 연구의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바이다. 116

 

 

5. 패러다임의 우선성

 

표준 해석이나 규칙으로 어떻게 환원되는가에 대한 합의가 없이도 패러다임은 연구를 이끌 수 있다. 정상과학은 부분적으로 패러다임을 직접 점검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것은 흔히 규칙과 가정의 정식화의 도움을 받지만 그렇다고 이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사실상 하나의 패러다임의 존재는 어느 완벽한 규칙의 집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조차 하지 않는다. 119

 

 

6. 변칙현상 그리고 과학적 발견의 출현

 

정상과학은 사실이나 이론의 새로움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성공적인 경우에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거나 뜻밖의 현상들이 과학 연구에 의해서 끊임없이 베일이 벗겨졌고, 과학자들에 의해서 첨단의 새로운 이론들이 또 다시 거듭 창안되었다. 129

 

발견은 변칙현상(anomaly)의 知覺, 즉 자연이 패러다임이 낳은 예상들을 어떤 식으로든 위배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비롯 되는데, 이러한 예상들은 정상과학을 지배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변칙현상의 영역에 대한 다소 확장된 탐험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그 변칙현상이 예상한 것으로 귀결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이론을 조정하는 경우에 종결된다. 130

 

정상과학이 새로움을 지향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는 탐구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그렇게 효과적인지를 보기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과학의 발달에서나 최초로 수용된 패러다임은 보통 그 과학의 종사자 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관찰과 실험의 대부분을 상당히 성공적으로 설명하는 듯이 느껴지게 된다. 그러므로 더욱 발달함에 따라서 정교한 장치의 제작과 심오한 의미의 용어와 숙련의 개발이 이루어지며, 개념이 점점 더 세련되면서 상식적인 원형과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으로 이런 전문화는 과학자의 시야를 크게 제한하며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 상당히 저항하게 만든다. 과학은 점점 경직되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패러다임이 과학자 집단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분야에서는 정상 과학이 더 상세한 정보와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정확한 관찰과 이론의 일치로 과학자들을 인도한다. 146

 

 

 7. 위기 그리고 과학 이론의 출현

 

 

8. 위기에 대한 반응

 

하나의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결단은 언제나 그와 동시에 다른 것을 수용하는 결단이 되며, 그 결정으로까지 이끌어가는 판단은 패러 다임과 자연의 비교 그리고 패러다임끼리의 비교라는 두 가지를 포함한다. 165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과학자들은 뒤죽박죽된 세계에서도 살 수 있어야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나는 다른 책에서 그 필요성을 가리켜서 과학 연구에 내재된본질적 긴장 essential tension’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167

 

문제가 생긴 좁은 영역에 과학적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그리고 과학자들이 실험적 변칙현상을 그 자체로서 인식하도록 대비함으로써, 위기는 흔히 새로운 발견들을 낳게 된다. 180

 

거의 예외 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이러한 근본적 창출을 이룬 사람들은 아주 젊든가 아니면 그들이 변형시키는 패러다임의 분야를 아주 새롭게 접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점은 명시적으로 밝혀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그 이유는 확실히 이것이 이전 활동 때문에 정상과학의 전통적 규칙에 매이는 일이 거의 없고, 특히 이전의 규칙들이 해볼 만한 게임을 더 이상 정의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목격하고 그것들을 대치할 다른 규칙들을 착상하기가 쉬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82

 

 

9. 과학혁명의 성격과 필연성

 

과학혁명이란 보다 옛 패러다임이 양립되지 않는 새 것에 의해서 전반적이거나 부분적으로 대치되는, 누적적이지 않은 발전의 에피소드이다. 그러나 이외에 말해야 할 것이 더 있는데, 그 본질적 요소는 한 가지 물음을 더 제기함으로써 잡힐 수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어째서 혁명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정치적 발전과 과학의 발전 사이에는 엄청난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유비 관계가 양쪽에서 혁명이라는 은유를 정당화시키는가? 184

 

일단 진영의 양극화가 발생하면, 정치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실패한다. 각각의 진영들은 정치적 혁명이 수행되고 평가되는 제도적 매트릭스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하며, 서로 간의 혁명적인 차이를 조정하는 데에 필요한 초제도적인 틀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혁명의 투쟁에 나선 당파들은 결국 흔히들 무력을 포함한 대중 설득의 기술에 호소하기에 이른다. 혁명은 정치제도의 진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그런 역할은 혁명이 부분적으로 정치 외적이고 제도 외적인 사건들이라는 사실에 의존한다. 186

 

예기치 못했던 새로움을 누적적으로 쌓는 일은 과학적 발전의 규칙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예외이다.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과학이 누적성이라는 이미지가 보여주는 이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과학은 이런 이상과는 종류가 다른 활동일 것이다. 190

 

뉴턴에서 아인슈타인 역학으로의 변환은 사물이나 개념을 추가적으로 도입하지 않았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 변환은 과학자들이 세계를 보는 데에 사용하는 개념적 네트워크가 변화한 것이 과학혁명임을 특히 분명하게 보여준다. 198

 

 

10. 세계관의 변화로서의 혁명

 

사람이 무엇을 보는가는 그가 바라보는 대상에도 달려 있지만, 이전의 시각-개념 경험이 그에게 무엇을 보도록 가르쳤는가에도 달려 있다. 그러한 훈련이 없는 상태에서는,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처럼, “꽃이 피고 벌이 윙윙거리는 혼동(유아가 경험하는 혼란스러운 세상이라는 뜻으로 제임스가 쓴 표현)”만이 존재할 뿐이다. 212

 

새로운 패러다임을 채택한 과학자는 해석자이기보다는 차라리 거꾸로 보이는 렌즈를 낀 사람과 비슷하다. 이전과 똑같은 무수한 대상들을 마주 대하고 그렇게 변함없는 대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학자는 대상들의 세부적인 것의 여기저기에서 속속들이 그 대상들이 변형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223

 

그러나 감각적 경험이 확고하고 중립적인 것일까? 이론이란 주어진 데이터에 대해서 인간이 붙여놓은 해석에 불과한 것일까? 지난 3 세기 동안 서양철학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한 인식론적인 관점은 즉각적으로 분명히그렇다라고 못을 박는다. 나는 진전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관점을 완전히 철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런 관점은 더 이상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며, 중립적 관찰언어를 도입함으로써 그것을 기능하도록 만들려는 시도들은 현재 전망이 없는 것 같다. 229

 

오리-토끼 실험은 동일한 망막에 맺힌 영상을 얻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음을 입증한다. 거꾸로 보이는 렌즈는 서로 다른 망막 영상을 받은 두 사람이 똑같은 것을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리학에는 이와 동일한 효과를 보여주는 증거들이 대단히 많으며, 그로부터 제기되는 의구심은 실제적인 관찰언어를 제시하려고 했던 역사적 시도에 의해서 더욱 깊어진다. 230

 

 

11. 혁명의 비가시성

 

교과서가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과학 활동의 시초로부터 출발하여 오늘날의 패러다임들 속에 구현된 특정 목표들을 향해서 진력해온 것이 된다. 흔히 건축에서 벽돌을 쌓아 올리는 것에 비유되듯이, 과학자들은 당대의 과학 교과서 속에 제공된 정보더미에 또 다른 사실, 개념, 법칙, 또는 이론들을 하나씩 하나씩 추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이 발전되어온 방식이 아니다. 현대 의 정상과학에서의 퍼즐들은 대부분 가장 최근의 과학혁명이 완결되기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 중 과학의 역사적 시초까지 거슬러 오를 수 있는 문제들은 거의 없다. 보다 앞선 세대들은 그들 나름의 도구와 해결의 규범을 가지고 그들 고유의 문제들을 연구했다. 248

 

 

12. 혁명의 완결

 

패러다임의 검증은 주목할 만한 퍼즐들을 풀기 위해서 끊임없이 거듭된 실패가 위기를 초래한 뒤에야 비로소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때조차도 위기의식은 패러다임의 대안적 후보를 출현시킨 다음에야 일어나게 된다. 퍼즐들에서 그러하듯이, 과학에서도 검증상황 은 단순히 단일 패러다임과 자연과의 대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검증은 과학자 공동체에 충실하려는 두 개의 경쟁적 패러다임 사이에서의 경합의 일부로서 일어난다. 254

 

우리는 이미 경쟁하는 패러다임의 추종자들이 어째서 상대방의 관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가에 대한 몇 가지 이유들을 살펴보았다. 그 이유들은 총괄적으로 혁명 이전과 이후의 정상과학 전통에서의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라고 표현되었으며, 우리는 여기서 그것들을 간단히 요약하기만 하면 된다. 258

 

내가 더 이상 잘 설명하기 힘든 의미에서, 경쟁적 패러다임의 제안자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그들의 연구를 수행한다. 하나는 서서히 낙하하는 속박된 물체들을 다루고, 다른 하나는 계속해서 운동을 반복하는 진자를 다룬다. 한쪽에서는 용액이 화합물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혼합물이다. 한쪽은 평평한 형태에, 다른 한쪽은 곡면 형태의 공간에 포함된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두 그룹 의 과학자들은 같은 방향과 같은 관점에서 보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어느 것을 본다는 뜻은 아니다. 양쪽이 모두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영역에서는 그들은 서로 다른 것들을 보며, 대상들이 서로 맺는 다른 관계 속에서 그것들을 본다. 261

 

막스 플랑크는 그의과학적 자서전 Scientific Autobiography’에서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서글프게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 반대자들을 납득시키고 그들을 이해시킴으로써 승리를 거두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자들이 결국에 가서 죽고 그것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기 때문에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263

 

 

13. 혁명을 통한 진보

 

예를 들면 경제학자들이 그들 분야가 과학이냐 아니냐에 관해서 사회과학의 다른 여러 분야의 학자들보다 논쟁을 덜 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 그것은 경제학자들이 과학이 무엇인가를 알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이 합의를 이룬 것이 경제학이기 때문인가? 더 이상 단순히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관점은 과학과 진보의 관념 사이의 뒤얽힌 관계를 드러내는 데에 도움이 되는 逆을 가 질 수 있다. 276

 

자연과학자들과는 달리 흔히 사회과학자들은 예컨대 인종차별의 결과라든지 경기 순환의 원인 등의 문제처럼 주로 해결책의 강구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견지에서 연구문제를 선택하는 것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어느 쪽 그룹이 더 빠른 속도로 문제들을 해결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 281

 

정상상태에서 과학자 공동체는 그 패러다임이 규정하는 문제나 퍼즐들을 푸는 데에 굉장히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더욱이 그 문제들을 해결한 결과는 필연적으로 진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다. 283

 

과학에서 힘은 곧 정의라는 명제를 제시하게 되는 셈인데, 사실 이 명제는 패러다임 사이의 선택을 결정하는 과정과 권위의 성격을 억누르지만 않는다면 전혀 틀린 것은 아닌 명제이다. 권위만이, 특히 비전문적 권위만이 패러다임 사이의 논쟁에서 결정권자의 역할을 한다면, 이 논쟁의 결과는 혁명이기는 하겠지만 과학혁명은 아닐 것이다. 과학의 존재의미는 어느 특별한 유형의 공동체 구성원들에 게 패러다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에 달려 있다. 285

 

 

과학에는 자연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진리에 부합되게 하는 하나의 설명이 있으며, 과학적 성취에 대한 합당한 측정이란 우리를 그 궁극적 목표에 얼마나 근접시켰는가를 나타내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되는가? 만일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향한 진화를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의 진화로 대치할 수 있다면, 다수의 혼동스런 문제들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귀납 의 문제가 이 미로의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289

 

다윈의 이론에서 생존을 위한 유기체들 간의 단순한 경쟁의 결과인 자연선택이 고등 동식물과 더불어 인간을 만들 수 있었다는 믿음은 가장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측면이었다. 특정한 목표가 없는데, ‘진화’ ‘발전’ ‘진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용어들은 갑자기 자기 모순적인 것으로 비쳐졌다. 291

 

 

후기-1969

 

 패러다임은 어떤 주어진 과학자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믿음, 가치, 테크닉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을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그 집합의 한 가지 요소인 구체적인 문제 풀이를 가리키는데, 이것이 모형이나 예제로서 사용될 때 명시적인 규칙을 대신해서 정상과학의 남은 퍼즐을 푸는 기초가 된다. 294

 

전혀 다른 자극들이 동일한 감각을 일으킬 수 있고, 똑 같은 자극이 전혀 다른 감각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끝으로 자극에서 감각으로 가는 경로는 부분적으로 교육에 의해서 조건화된다.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길러진 개인들은 때로는 마치 다른 사물을 본 것처럼 행동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자극을 감각과 일대일로 동일시하려고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제로 자극과 감각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318 적절하게 프로그램된 지각의 메커니즘은 생존의 가치가 있다. 서로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이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 서로 다른 지각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서, 그들이 아무 지각이든지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22

 

정상과학의 실행은 범례들로부터 습득한, 대상들과 상황들을 유사성 집합들로 분류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데, 이때 유사성 집합은어 떤 점에서 유사한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서도 분류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원초적이다. 그러면 혁명의 한 가지 핵심적 측면은 유 사성 관계들 중 일부가 변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동일한 집합으로 묶였던 대상들이 혁명 후에는 서로 다른 집합들로 분류되며, 그 반대도 일어난다. 328

 

어느 이론 또는 세계관을 자신의 고유한 언어로 번역한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이전에 낯설었던 언어를 단지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토착민처럼 살면서 그 언어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전환은, 그렇게 하 기를 바라는 좋은 이유가 있더라도, 한 개인이 심사숙고해서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번역을 배우는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그는 그런 전환이 일어났다는 것과, 어떤 선택을 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언어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33 어떤 비판자들은 내가 서술(description)과 처방(prescription)을 혼동해서, ‘사실is’당위ought’를 함축하지 않는다는 유서 깊은 철학적 명제를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337

 

 

역자해설

 

이번에 출간한과학혁명의 구조(이하구조 2012년에 시카고 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토머스 쿤의 The Structure of Scienctific Revolutions의 제4판을 번역한 것이다. 쿤의구조 1962년에 초판이 나왔고, 1970년에 1년 전인 1969년에 쿤이 쓴 후기를 달아서 재판이 나왔다. 342

 

구조라는 책의 핵심주장은 잘 알려져 있다. 과학의 한 분야는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불리는 뛰어난 성취를 획득함으로써 정상과학(normal science)에 진입한다. 정상과학 은 패러다임을 확장하고 명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쿤의 분석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에 안주하여 대체로 세 가지 유형 의 연구활동에 종사하게 된다. 첫째로 패러다임의 틀 속에서 자연 세계 현상들의 본질에 대한 사실 탐구, 둘째로 직접 관찰한 사실과 기본 이론들로부터 예측되는 결과를 비교 설명하는 작업, 셋째로 예측과 사실 사이에 부합되는 정도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의 패러다 임의 수정, 보완 및 명료화 작업이 그것이다. 342-343

 

전통적인 과학철학자들은 어떠한 실험이나 관찰이 이론의 예측과 다른 결과를 내면 그 이론은 반증되어 폐기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쿤에 의하면, 패러다임의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과학자 공동체는 이런 반증 사례를 패러다임으로 흡 수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그 사례를 무시하는 식으로 반응을 하지, 한두 가지의 반증 사례 때문에 패러다임을 폐기하거나 하지 는 않는다는 것이다. 343

 

변칙현상(anomaly)이 심각해지면서 위기가 발생을 하고 위기의 국면에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경쟁하는 패러다임이 하나 또는 그 이 상 등장하게 된다. 이어지는 과학혁명에서 과학자 공동체가 점차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이때 연구방법과 현상을 지각하는 관점에서 대규모 재조정이 수반되며, 개념체계 역시 재구성의 과정을 겪게 된다. 344 쿤의 주장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온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 사이의 비교에 관련된 것이다. 쿤은 이것이 합리 적인 잣대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344

 

한쪽에서는 특정한 현상이 설명하기 힘든 변칙현상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법칙과도 같은 당연한 현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이 둘을 어떻게 합리적인 기준만으로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쿤의 질문이다. 쿤은 이 상황을 유명한 공약불가능성(incom mensurability)이라는 개념으로 정식화하는데, 이 개념은 특히 과학철학 분야에서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344-345

 

두 패러다임 사이에 공약불가능성이 존재하고, 이것이 정상과학에서 누적적이고 연속적인 발전에 균열을 가져온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채택될 경우에 과학자들은 기존의 현상을 새로운 언어로 기술하고,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며, 새로운 데이터를 내어놓는다. 또 과거에 다루어진 모든 문제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이 중에서 잊히는 것이 발생한다. 345

 

쿤의 구조는 세계에 대한 인간의 과학적 인식이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 점이 쿤이 가져온 혁명 19세기 다윈의 혁명만큼이나 큰 반향과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또 수용되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그리고 아직도 충분히 수용되지 못한) 이유이다. 346

 

 

구글 학술검색에 따르면,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현재까지 58천회 이상 인용이 되었다. 이는 20세기에 출판된 모든 책과 논문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된 기록이다. 쿤은 1922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나서 1943년 물리학 전공으로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라디오 통신과 관련한 전쟁 연구에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 그는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박사과정을 밟는다. 348

 

 

쿤의 구조는 과학철학 분야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주류 과학철학은 논리실증주의 (혹은 논리경험주의)와 포퍼의 과학철학이었다. 쿤은 이러한 과학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이 역사적이고 실제적으로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대해서 경험적, 사회적 측면에서 설명을 제시한 다음에 이로부터 규범적 결론을 이끌어냈다.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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