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소멸의 시대에 재산 없이도 품위 있게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책. 저자는 언론계 구조 조정으로 신문사에서 퇴직당한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으로, 이미 붕괴하고 있는 복지 국가, 사회 구성원 다수의 빈민화 등의 조건 앞에서 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삶을 발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해학적이고 감동적인 한편, 현실적이고 냉정적이다. 허황된 것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직장을 잃고 돈을 잃을 수는 있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명하기만 하다면 돈이 없는 대로 우아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그 방법을 공개한다.
저자가 말하는 우아한 삶의 방법은 도시를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바쁘게 살 때 활용하지 못한 도시의 각종 문화적인 혜택을 저렴하고 알뜰하게 섭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물질적 부유함이 사라졌을 때 남아있는 다른 부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1부
절약의 불가피성
ㆍ상실에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 그러면 많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ㆍ우리의 경제적인 쇠퇴는 전적으로 불행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생활방식을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회이다.
ㆍ지나친 만족을 추구하지 마라. 감각적인 만족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과다한 만족 후에는 오히려 심신이 침체되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에게 일시적인 만족의 포기는 만족감의 고조로 이어진다. 언제나 흥청거리며 호사스럽게 사는 사람은 머지않아 다시없이 근사한 물건 앞에서도 더 이상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그것을 '한계 효용의 체감'이라고 부른다.
ㆍ소비가 미덕인 잉여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실망을 맛보게 된다.
ㆍ윤택한 삶은 많은 돈이나 물건을 쌓아 두는 것과 무관하다. 인간은 오로지 올바른 태도를 통해서만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너도나도 욕심을 부리며 손을 뻗치는 곳에서 포기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자신의 척도로 삼지 않는 자주성, 우리의 경제적인 쇠퇴는 전적으로 불행이 아니라 어쩌면 생활방식을 세련되게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바로 이런 올바른 태도에 속한다.
ㆍ변덕이 심하고 사물들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더 가난한 법이다. 항상 뭔가 불만스러운 탓에, 아주 가난하게 사는 부자들이 무척 많다.
망해도 의연하게 사는 방법
ㆍ놀이를 즐기는 소질은 여유를 부리는 능력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여유가 신성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오직 여유를 부리거나 재미 삼아 뭔가를 할 때에만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카푸터 호수에서 노를 저으며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 냈다. 전구는 무척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독일 어느 시계 수리공이 여가 시간에 발명했고, 인터넷은 전자계산기를 재미 삼아 연결시킨 몇 명의 컴퓨터 광이 고안했다. - 본문 63쪽에서
헝가리 사람들과 영국 사람들이 국적을 내세우는 것은 교만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특히 인생의 가혹한 순간에 적어도 어떤 특별한 것의 일부라는 감정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런던에서 한동안 같은 집에 살았던 친구 케빈이 어느 날 밤 삶에 지쳐서 배터시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만류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케빈이 뛰어내리지 말라고 그 남자를 설득한 논거는 라는 것이었다. 그런 비슷한 상황에서 독일인에게 이라고 말하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뛰어내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국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불쾌한 상황에서도 고개를 똑바로 쳐들고 걷는 일지 모른다.
제2부
우선 순위를 정하기
ㆍ진정한 가난은 물질적인 것의 결핍이 아니라, 건강이나 아름다움이나 부유함, 무엇을 좋든지 간에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ㆍ일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마치 놀이를 하듯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누구나 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역시 놀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놀이를 단순한 시간때우기 심심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놀이가 끝나더라도 공허함에 시달리지 않고, 또 놀이에서 지는 경우에는 새로운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집의 가치에 대해서
<멋진> 외식과 그 밖의 나쁜 습관들
ㆍ비로소 사난해져서야 품질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할 수 밖에 없을 때, 불필요한 일을 피하고, 정말로 중요한 일을 존중하기 시작한다.
가난해진 사람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보람 있는 이유
휴가 여행이 필요한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기술
ㆍ사람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옷을 건전하게 경멸하는 사람만이 우아하게 보일 수 있다.
ㆍ형편이 넉넉치 않은 사람은 쉽게 싫증나지 않고 빨리 해치치 않는 옷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품질에 높은 가치를 두어야 한다.
매스미디어를 건전하게 무시하는 방법
ㆍ얼마만큼이 '사회적인 통합' 기능을 위한 것이고, - 즉, 오로지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기 위한 것'이고 - 또 얼마만큼이 실제적인 욕구를 총족시키기 위한 것인지를 따져서 문화 소비에 임해야 한다.
아이들, 아이들
ㆍ부모가 자녀들의 소유 본능을 봉쇄하는 경우에는, 자녀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으로 자라지 못한다. '소유하려 하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원래 인간적인 욕구인 것이 분명하다. 그 실체를 먼저 분명하게 인식하고서 강압적으로 퇴치할고 하지 않아야만 그 욕구를 적절하게 억제할 수 있다.
아둔하지 않게 쇼핑하는 방법
ㆍ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세계관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소비할 의무가 있다. 소비는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표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질적인 과잉은 오랫동안 시민적인 예의범절과 명예의 문제였다. 다행히도 그 사이에 이런 풍조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ㆍ우리가 우리의 삶을 가볍게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을 주는 것으로 판명된 소비의 강요에 맞서서 자신을 지킬 때에 진정한 사치를 누릴 수 있다.
ㆍ잔돈에 인색하게 구는 일, 값싼 물건을 쫓아다니는 것만큼 돈을 낭비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제3부
왜 돈이 행복의 걸림돌인가
ㆍ다른 사람의 생활방식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우쳤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결코 부유해질 수 없다. 현재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보다 더 부유하고 더 화려하게 사는 사람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위를 향한 가능성은 그야말로 한이 없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
ㆍ출생과 소유의 모든 특권이 폐지되고 누구나 모든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마음 놓고 무한히 야심을 펼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자신들이 위대한 것을 이루라는 소명을 타고났다고 즐겨 상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날마다 경험을 통해 수정되는 잘못된 생각이다. 불평등이 일반적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인 경우에, 극심한 불평등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로 모든 것이 평등한 경우에는, 아주 미미한 차이도 마음을 상하게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주민들이 풍요 한가운데서 기이하게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닫.
ㆍ내 힘이 닿는 일에 내 자존심을 걸면 부자가 될 것이고,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에 내 행복을 걸면 가난할 확률이 아주 높다.
ㆍ로빈슨크루소으이 원칙을 매혹적이게 하는 것은 진부한 '긍정적인 사고'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삶의 우여곡절을 받아들이고, 희생자의 역할에 파묻히는 대신 끝까지 행위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능력이다.
ㆍ원래 어떤 삶이든 무게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행복하려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지하고 이루지 못할 꿈을 뒤쫓지 말아야 한다. 삶의 기복, 존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영원한 건강, 갈등 없는 배우자 관계, 물질적인 소원의 성취를 뒤쫓는 사람보다 어쨌든 행복한 삶을 영위한 가능성이 더 많다.
ㆍ결국 머지않아, 우리 모두, 정말로 모두가 예전보다 한결 더 가난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우아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법을 빨리 터득할수록 더욱 근심 걱정 없는 삶을 누리게 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욕구를 품은 사람들만이 부자로 살 수 있다. 비록 은행잔고가 줄어들지라도, 다행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들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노사회 / 정지우 (0) | 2022.02.22 |
---|---|
골렘 / 해리 콜린스 (0) | 2022.02.21 |
글쓰기의 철학 / 에드거 앨런 포 (0) | 2022.02.21 |
평소의 발견 / 유병욱 (0) | 2022.02.21 |
말장난 / 유병재 삼행시집 (0) | 2022.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