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ㆍ복수는 개인의 안녕, 영토, 긍지, 명예, 자존감, 신분, 역할을 위협하는 것들을 억제한다. 앙갚음은 부당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ㆍ우리는 모두 잠재적 복수자다.
ㆍ'복수는 차게 대접해야 제맛인 요리다.'
ㆍ우리는 복수 없이 살 수 없다.
제1장 복수의 뿌리
ㆍ복수는 인간의 끈질기고 강력한 욕구다. 우리의 생물사회적 기질에 붙박이로 섞여서 전수되고, 슬픔, 비탄, 굴욕감, 분노 같은 격한 감정으로 촉발되는 원초적 본능이다. 작게 무리 지어 유랑하던 선사 시대 수렵채집 집단들은 일반적으로 공동생활을 즐겼고, 자원을 공유했다. 고기 분배의 부정행위자나 대장으로 행세하려는 자로 인한 따른 분쟁은 위반자를 따돌리거나 추방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집단의 안위에 대한 보다 심각한 위협, 가령 살인이나 부녀자 납치는 보다 혹독한 심판을 요했다. 바로 우두머리 남성에 의한 보복 살인이다. 패권과 짝짓기를 위한 이런 투쟁은, 성공하는 집단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해당 집단에 진화적 우위를 제공한다.
ㆍ복수를 싸잡아 죄악시하는 것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사실 인간관계는 도덕적 비난이나 법의 견책을 받지 않을 정도의 소소한 대거리를 전략적으로 수반한다. 복수가 잃은 것 자체─재산, 가족, 친구 등─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복수를 통해 부수적 상실─자부심, 명예 등─은 회복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복수를 노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도 이렇게 말했다. “만약 원수가 명예를 훼손했다면, 복수로 그것을 복구할 수 있다. …또한 복수는 내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거기서 비로소 합의와 조정이 의미를 가진다.” 제삼자 보복은 해주지 못 하는 일이다. 이것이 결투가 불법이 된 후에도 결투 문화가 한참 존속한 이유고,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사법 절차에 의존하지 않는 응징이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복수는 타인들의 빈축을 산다. 그렇다고 복수를 원하고 꿈꾸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ㆍ'만약 원수가 명예를 훼손했다면, 복수로 그것을 복구할 수 있다. 또한 복수는 내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거기서 비로소 합의와 조정이 의미를 가진다.' - 니체
제2장 신의 심판
ㆍ복수가 순전히 이타심에서 가해자를 교화하기 위해 나온 행동일 때는 관용이 따른다. 그러나 의도성의 순수성은 실증이 어려운 애매한 개념이다.
제3장 복수 문학
ㆍ'소설은 진실을 말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 카뮈
ㆍ한 죽음이 정의의 이름으로 다른 죽음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가해로 손해를 회복할 수 있을까?
ㆍ내가 믿는 바를 옹호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일안가?
ㆍ아동 문학이라고 복수가 등장하지 않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거기서 복수에 대한 일관적인 메시지를 찾으려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복수는 나쁘고 부끄러운 짓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작품도 있지만, 복수는 정당성과 권능을 상징한다는 인상을 주는 작품도 있다. 또는 복수를 재밋거리로 다루기도 한다. 복수가 어른 세계에서 차지하는 양가적 입지를 아동 문학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복수의 입문서라고 할까.
제4장 눈에는 눈
ㆍ함무라비 법전은 표면적으로는 만인에게 공평한 법의 실현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당시에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사회 계급이 엄연히 존재했고, 따라서 모두가 공평한 대우를 받은 건 아니었다. 상위 계급 바빌로니아인이 같은 계급 시민의 눈을 상하게 했다면 마땅히 자기 눈도 내놓아야 했지만, 평민을 눈멀게 한 경우라면 60세겔만 내면 그만이었다.
ㆍ사법 정의라는 문명화의 얼굴 아래에는 복수가 끓고 있고, 자칫하면 언제든 야만의 뿌리를 드러낼 수 있다.
제5장 핏빛 명예
ㆍ명예 복수의 중추에는 체면이 있다.
제6장 사적 원한의 끝
ㆍ여자는 남자에 비해 폭력적 대응을 꺼린다.
ㆍ전체 인터넷 다운로드의 35%가 음란물이고, 미국에서는 4000만 명이 규칙적으로 포르노그래피에 접속한다. 영국에는 성적 흥분을 위해 포르노그래피에 의존하는 사람이 130만명이다.
ㆍ포르노 접속자에게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은 공격 불능성과 탈개인화를 제공하는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제7장 보복과 전쟁
ㆍ정의의 복수는 참전의 강력한 명분이자 수사다.
ㆍ우리는 강간할 때는 여자를 여자로 봤고, 죽일 때는 돼지나 다름없는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난징 대학살은 전시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대량 학살 중에서도 최악의 야만적 범죄로 꼽힌다.
ㆍ나치 독일에서는 유대인 소녀들이 독일 군인들에게 빈번하게 강간당하고 매춘을 강요당했다.
제8장 일과 원한
ㆍ대개의 직장 내 복수는 보다 미묘하게, 심지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용인과 아량의 한계치는 항상 시험받는다. 거기에 위상, 자존감, 기세가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우위를 선점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 싸움에서 복수가 경쟁과 보이지 않게 버무려진다.
제9장 정치 보복
ㆍ악의적 정치인 또는 악의적 정권이 옛날부터 연마해서 익숙하게 써먹는 무기가 있다. 바로 인신공격이다. 인신공격은 상대를 깎아내려 상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신공격은 대중매체가 정치를 사유화하는 경향이 강한 풍토에서 더욱 극성을 띤다.
ㆍ정치 보복의 최후의 장이 있다. 바로 회고록이다.
맺는 글_ 복수의 끝은 어디인가?
ㆍ이제는 복수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복수의 실행 여부와 방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회나 문화에 따라 복수의 허용치와 허락된 복수의 방법이 다르다.
ㆍ복수는 해악으로 치부되지만 그렇다고 백해무익하다고도 할 수 없다.
ㆍ용서를 강조하는 윤리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불필요한 죄책감을 유발한다.
ㆍ인간 문명은 반복수주의라는 허울을 덮어쓰고 있다.
ㆍ복수를 유발하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분노다. 본노를 유발하는 상황이 바로 복수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흔히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다음과 같다.
1) 박탈감
2) 불평등, 불공평, 불공정한 느낌
3) 배신감
4) 착취당한 느낌과 이용당한 느낌
5) 좌절감
6) 수치심
7) 시기와 질투
ㆍ분노를 유발하는 상황들은 그 분노를 유발한 대상에게 전가되고 복수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의 많은 원한이나 증오 범죄는 대부분 이런 감정에서 비롯된다.
ㆍ복수는 부정적인 것이기만 할까? 사실 복수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복수는 때로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손상된 자존감과 명예를 세우는 것이며,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ㆍ복수의 대안
1)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마음속으로의 복수
2)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
3) 나쁜 기억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연습을 시도하는 것
4)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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