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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선거

by mubnoos 2021. 10. 19.

 

 

 

 

 

 

선거는 불편한 느낌들을 수반한다. 예컨대,
1)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무엇을 먹어야할지 고민해야하는 느낌, 
2) 어떤 메뉴를 선택하더라도 절대로 맛있을 것 같지 않은 느낌, 그리고 
3) 이미 주문한 사람들은 본인의 음식만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자신이 주문한 것과 같은 것을 주문하라고 공공장소에서도 강요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메뉴를 선택한 사람들과는 심지어 실랑이까지 하는, 
불편한 느낌들이다. 권력을 선택하는 것은 어딘가 불편하다.



권력과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모두 에너지, 즉 '힘'의 선택과 관련되어 있지만, 선거가 더 불편한 점은, 음식을 고르는 것과 달리, 선거에서 '아무거나' 찬스를 쓰면 의식이 없거나 무책임한 시민이 되기 때문에 공동체를 위한 나름의 이유와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선거가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었다면 선거는 이미 불법이었을 것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실제로 선거가 진정 불편한 이유는, 내가 (심지어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서 선택한 대통령'들'이 감옥에 갔거나, 자살을 했거나, 허수아비였다거나, 사기꾼이거나, 살인자였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들이 왜 그랬을까?' 보다 더 궁금한 점은, '시간이 돌리더라도 그들은 다시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들은 왜 그렇게 그 '힘'을 가지고 싶었던 것일까? '도대체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걸까?' 



'거대한 불편함을 감수하며, 거짓말하고, 싸우고, 연기하여 얻으려고 하는 그 힘이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힘은 정말 그 힘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이야기하듯, 타인들(국민들)을 위한 것일까?' '타인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저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혀 다른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사뭇 틀렸을 수도 있다. 오히려 에드워드 윌슨의 말처럼, 정치가들은 이타적인 집단선택을 하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은 권력을 통해 단지 더 많이 (혹은 전부를) 가지려고 하는 단순한 진리에 부합하는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쇼미더머니 래퍼들의 정신 없어도 일관성 있는 주제들이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플라톤의 국가론에 의하면, 이미 민주정체는 부를 향한 투쟁이 극한으로 전개되고, 무제한의 자유 탓에 욕심과 쾌락에 빠진 나라로서 잘못된 국가 체제이다. 그들이 지독한 욕심쟁이가 아니라는 설명은 가능한가? 차라리 재난지원금을 모아 그들이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루에 천만원씩이라도 월급을 주는 건 어떨까? 보상이 노력이 비해서 작아서 그런건 아닐까? 이건 어딘가 일종의 근본적인 재난이다.

요즘은 정치적 색상이나 위치보다는,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자격보다는, '합리성'이 더 중요한 PC의 시대인 것 같다. 여기서 합리성이란 생존에 유리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전에 중요시 되었던 도덕적인 기준보다도 생존에 유리한 합리성이 더 큰 기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책에서도 나왔듯이 정치는 악한 것도 선한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은 생존에 유리한 권력이 선택과 평가의 기준인 것 같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국가가 허상이라면 권력 또한 허상아닐까? 순수한 의미의 힘이란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얘기했듯, 힘이란 것은 '힘이 있어 보이게 하는 것' 그 자체가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