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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기록 / 트레바리

by mubnoos 2025. 1. 3.

주인의 기록

 

 

어떤 기록을 시작하든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든' 기록해보세요.

 

 

 

 

 

 

Q1. 기록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있을까?

‘기록’이 만들어낸 AI, ChatGPT에게 묻는다. 불필요한 기록은 무엇일까? ChatGPT는 일회성 대화나 특정 맥락에서만 의미 있는 정보는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록의 의미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고, 순간적으로 나온 정보라 하더라도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어쩌면 ChatGPT는 아직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Q2.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면 좋을까?

기록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번거롭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기록하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기록은 좋은 것이고, 꾸준히 하면 ‘더’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면 ‘더더’ 좋을까? 기술은 점점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지만, 과연 '완벽한' 기록이 바람직할까? 결국 중요한 것은 기록할 정보를 선택하는 기준이다. 필요한 것만 기록하고, 불필요한 것은 남기지 않는 기준. 그래서 기록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라, 왜 기록하는가라는 질적인 문제이다.

 

 

 

Q3. 기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1) 일기를 쓰고, 2) 순간, 3) 영감, 4) 사랑에 대해서 기록한다. 무엇을 기록해야 할까? 기록은 어쩌면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롱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노트와 우표, 지폐들을 발견했다. 그 순간, 아버지의 수집품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의미 있는 'ㅎ'의 순간들에 대한 집착이라고 느꼈다. 삶에 대한 집착,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취약하다. 아버지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연결된 자신의 삶을 소유하셨던 게 아닐까? 기록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실제로 소유하게 하진 않더라도, 그것들과 연결되고 소유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유의 과정일 수 있다.

 

기록을 통해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인'이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소유한 사람이다. 기록을 통해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기적 아닐까?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타인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만든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 기준은 기록해야 할 것들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