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평소의 시간이다
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 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 치약에게는 늘 비극적인 결말이 내정되어 있습니다. 마개를 열고 나면, 결국은 몇 달 안에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됩니다. 왜일까요? 그것 치약이 못나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치약은 내용물이 담긴 튜브와 한 개의 마개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출구는 있지만, 입구는 애초에 설계되어 있지 않으니까. 누구도 짜낸 만큼의 치약을 튜브 안으로 집어넣어주지 않으니까.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쳐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세상의 치약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요? 저는 그것이, '평소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날들을 얼마나 풍부하고, 충만하게 보내느냐가 우리를 치약이 될 운명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독서, 평소의 음악, 평소의 여가,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 특별한 것 없는 보통의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이 특별한 생각으로 태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PART1 평소의 관찰
ㆍ빅파이란 이름에 기대했다가 그 스몰함에 좌절하는 게 인생일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기대치를 조금씩 낮추게 되는 것 아닐까? 살면서 수없이 많은 '빅파이'들을 만나고, 그런 이름을 가진 것들이 실은 별것 아닌 확률이 많다는 경험치를 조금씩 쌓아가는 것 아닐까?
ㆍ빅파이의 영문 이름은 Big Pie 가 아니라 Vic pie.
ㆍ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우리 인생은.
ㆍ가장 감동적인 글은 필자가 말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당시의 상황을 보여줄 때 나온다. - 톨스토이
ㆍ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것에,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다.
ㆍ미식가란, 맛있는 음식만 먹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ㆍ벚꽃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금방 지기 때문이다.
ㆍ'없음'이 있어야 우리는 비로소 '있음'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나 봅니다.
ㆍ사소한 것이 결정적인 것을 말해줍니다.
ㆍ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휘발됩니다. 그리고 한 번 사라지면 좀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붙잡아두지 않았다면,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면, 누구의 것도 아닌 채 사라졌을 생각들. 역시, 적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습니다.
PART2 평소의 메모
ㆍ세계운 세계는 항상 우연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ㆍ나의 취향이 단단하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나의 취향만큼 남의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면, 평소 ‘취향 시야’를 넓혀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내 취향의 한계 지점이 어디까지인지를 충분히 탐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빅데이터 밖에 자신을 놓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미 꽤 굳건한 취향을 가진, 세상의 변화에 헉헉대며 따라가는 사람이지만, 주문을 외우듯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봅니다.
ㆍ뭔가를 복잡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고 있을 확률이 많다.
ㆍ생각해보니, 살면서 만난 인생의 문장들은 늘 간결했습니다. 하지만 간결한 것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ㆍ누구의 손에도 답은 없다. 그러니 묻는 것이 부끄러울 이유도 없다.
ㆍ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습니다.
ㆍ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이다.’ 이것은 관계의 유지뿐만 아니라 시작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첫째, 그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하지만 내 의지가 있다고 다 친해질 순 없을 겁니다. 좋은 사람은 늘 좋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법이고, 그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일 테니까요. 그러니 둘째,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기꺼이 시간을 낼 만큼,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것이 능력이든, 경험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든.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노력’이라는 의지가 개입되어야 하는 겁니다. ‘신호’와 ‘노력’. 운명과는 꽤 떨어져 있는 단어 아닌가요.
ㆍ자신만의 단단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만, 남의 안목도 존중해주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발견한 가능성을 남의 안목에 더해주는 사람. 제가 아는 멋진 어른들은 대부분 이런 존중의 미덕을 가지고 있었어요. 나이를 먹으면, 기술을 따라가는 것엔 약해질 수밖에 없겠죠. 지금도 헉헉대며 겨우 따라가는 중인걸요. 기술엔 약해도 안목을 가진 멋진 어른이 되는 삶. 그리고 남의 안목을 존중해주는 삶. 제가 꿈꾸는 삶입니다.
ㆍ하나의 점을 찍고 모든 사람들이 달려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ㆍ리더의 제1능력은 동기부여력이다.
ㆍ과잉시대일수록 안목입니다.
PART3 평소의 음악
ㆍ새로운 계절이 오면 마중 나갈 음악이 필요합니다.
ㆍ취향도 힘이 된다.
ㆍ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입니다.
PART4 평소의 밑줄
ㆍ용기란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다.
ㆍ10년 뒤 당신은, 당신이 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될 것이다. - 마크 트웨인
ㆍ사람은 물 같아서,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호수가 되기도, 폭포가 되기도 한다.
ㆍ모든 것을 할 자유. 아무거도 하지 않을 자유.
ㆍ중요한 건 ‘시작’입니다. 시작하는 용기입니다. 때론 무책임하게 던져놓기. 미리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기. 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 프로젝트는 일단 해보기. 솔직히 두렵고 걱정되지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 이것이 제게 꼭 필요했던, ‘용감하지 않은 자를 위한 용기’랄까요? 용기 없다는 걸 책에서까지 밝혀놨으니, 저도 앞으론 조금 더 용기 내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겠어요? 용기에 대한 멋진 두 문장으로도 용기가 나지 않으시는 당신을 위해, 제 ‘평소의 밑줄’ 리스트에서 하나를 더 주섬주섬 꺼내봅니다.
ㆍ오래전부터 든 생각이지만,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의 끝에 닿으면 어떤 영역이든 굉장히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문학이든, 스포츠든, 광고든, 예술이든, 경영이든,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이들은 만나면 굉장히 쉽게 이야기가 통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의 인터뷰에서 제가 자주 발견하는 화두는 이런 것들이에요. 기본. 자존. 몰입. 동기부여. 디테일.
ㆍ몰두하는 이의 뒷모습은 멋집니다. 몰두의 시간은 분명 선물을 안겨줄 거예요. 그 몰두의 시작이, 남의 강요가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의 결과라면. 당신이 보낸 몰입의 시간은 급하게 집어넣은 지식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당신을 닿게 할 겁니다. 시간의 힘으로 얻은 것들이 더, 더, 더, 존중받는 사회를 만나길 희망합니다. 기왕이면 그 사회가, 내가 사는 이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에필로그
평소의 힘
ㆍ때론 그 감정들 때문에, 그리고 그 감정들을 우리 인생에서 또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루를 산다는 기분이 듭니다. '평소'를 흘려보내지 않으면 '평소'를 만끽하다 보면, '평소'는 슬그머니 우리에게 반짝거리는 기쁨들을 선물합니다. 그것이 제가 밑줄 긋고, 적어두고, 간직하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ㆍ인생의 보석들은, 평소의 시간들 틈에 박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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