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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by mubnoos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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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그녀가 이 세상에 머리카락 한 오라기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ㆍ그 장소의 가장 큰 매력은 통풍기에서 새어나오는 창고의 시원한 바람이었다. 봄여름에 부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은 잠시나마 우리를 상쾌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거미줄이 처진 빗자잉며 그곳의 어둠, 불그스름하게 녹이 슨 촘촘한 철조망을 좋아했다. 

 

ㆍ가장 두려운 것은 머리가 깨져서 죽는 것이었다. 머리야말로 우리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는 행여나 머리를 다칠까봐 늘 조심했다. 돌팔매로 날아온 돌에 머리를 맞기라도 하면 끝장이었다. 당시 돌팔매질은 흔하디흔한 일이었으니까. 

 

ㆍ피. 피를 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끔찍한 저주와 역겨운 욕설이 난무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이다. 이것은 공식 같은 것이다. 

 

ㆍ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ㆍ릴라가 빛나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다른 학급 친구들에게 릴라는 끔찍한 아이일 뿐이었다. 

 

ㆍ시간이 지나자 릴리와 다른 아이들 간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릴라는 복잡한 계산을 거뜬히 암산으로 해냈고 받아쓰기에서 실수하는 법도 없었다. 

 

ㆍ릴라는 착해 보이는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아이였다. 릴라는 너무나 뛰어나서 우리 같은 평범한 아이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선생님들도 릴라에 비하면 어린 시절 자신들이 멍청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릴라의 완벽한 지성은 날카롭고 도발적이고 치명적이었다. 

 

ㆍ"네가 하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어."

 

ㆍ그녀의 약한 면을 감지함으로써 생긴 불편한 감정은 나의 우월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비밀스럽게 변질되었다. 

 

ㆍ움직이는 모든 육체와 그 육체를 구성하는 골격, 그것들을 사로 잡은 광기에 대해서 혐오감이 느껴졌다. '볼품없는 존재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다. 떨 벌어진 어깨며 팔, 다리, 귀, 코, 눈이 어두운 하늘 먼 곳에서 땅으로 추락한 괴물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신체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졌다. 

 

ㆍ이제는 릴라도 생리를 한다. 내게 먼저 찾아온 육체의 비밀스러운 변화가 이제는 여진처럼 그녀에게도 도달한 것이다. 이제 그녀도 변화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ㆍ"지진이 일어난다고 해도 난 춤을 춰야겠어."

 

ㆍ"그럴 필요 없어. 이제는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어."

 

 

 

 

 

 

 

 

 

 

 

https://www.youtube.com/watch?v=lXsn2LNOs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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