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다. 퇴근 시간이 몇 분 안 남았다. 매주 수요일 퇴근시간 즈음에 생각하는 것들 중 한 가지는 '내일 하루만 더 하면 된다' 라는 생각이다. 수요일은 일주일이라는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이 봉우리만 넘으면 일주일의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수요일까지는 달려야 한다. 하지만 수요일의 봉우리를 일단 넘고 나면 목요일의 내리막길 타고 내려가면 주간 산행길은 한층 여유로워 진다. 요새 확실히 느끼는 것은, 금요일은 예전같지 않지 않다는 점이다. 분명히 요새 금요일의 업무량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줄었다. 바꿔 말하면 다수가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다가 먼 미래가 되지 않아, 금요일 조차도 일을 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곤 한다.
하나의 현상은 전체의 방향의 힌트를 내포한다.
그렇다면 순차적으로 주4일제, 그리고 목요일도, 수요일도, 화요일도, 결국엔 월요일도 일을 안 하게 된다면, 혹은 안 해도 된다면? 그 빈자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몫인가? 우리는 그 친구들을 두려워해야 하는 일인가? 반겨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지구를 정복할 새로운 종의 출현인가? 용불용설의 이론처럼 원활히 기능하지 않고 불필요하다면 결국에는 시간은 필요없는 것들을 제거하지 않을까?
인간은 사라질까? 아마도 사라질 것이다. 수요일의 봉우리에서 허리를 펴고 고갤 들어 멀리 보니 그곳에는 일과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마치 지금 우리가 흑인노예제도를 과거의 넌센스따위로 취급하듯, 조만간 임금근로제도 역시 넌센스 따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난 이 넌센스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원래 인간은 일을 하지 않는게 디폴트였다. 이 디폴트의 항상성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일도 출근해야 하고, 금요일도 출근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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