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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카를로 로벨리

by mubnoos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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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면서 기성 가치들을 모두 거부하다 보니 그 무엇도 분명해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 건 눈앞의 세상이 올바르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삶의 방식과 관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아직 읽지 않은 책 속에 눈부신 보석들이 감춰져 있는 것 같았다.

 

 

 

 

제1장 막다른 길, 양자중력 앞에 서다

  • 20세기 과학적 대혁명의 두 가지 중대한 사건: 1) 양자역학(미시세계), 2) 일반상대성이론(중력의힘)
  • 양자역학이 사용하는 시공간에 대한 개념은 일반상대성이론과 모순되는 과거의 개념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이 사용하는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개념 역시 양자역학과 모순되는 과거의 개념이다. 두 이론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물리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형상의 규모에 따라 양자역학이나 일반적상대성이론 중 하나를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견고하게 확립된 지식의 일부가 되었다. 두 이론은 전통 물리학이 지닌 개념적 기반을 각각 일관성 있게 바꾸었지만,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중력이 양자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10-33cm 미만의 영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매우 극단적인 규모이긴 하지만, 어쨌든 서술할 수는 있어야 한다. 우리의 세계는 양립 불가능한 두 이론을 모두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정도로 작은 규모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자연에도 존재한다. 우주 대폭발 때에도 존재했을 것이며, 블랙홀 근처에도 존재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이해하려면 이 규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 이론을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임무가 ‘양자중력’의 핵심 문제이다.
  • 이것은 분명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학부 마지막 해에, 나는 20대의 젊은 패기로 이 문제를 내 인생을 바칠 도전 과제로 삼기로 결심했다. 시간, 공간 등 기본적인 개념들을 연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인다는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이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교수님들도 ‘막다른 길이나 다름없다’, ‘일자리를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주제를 연구해서 튼튼한 연구팀에 들어가라’는 등의 조언을 하며 나를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조언은 청춘의 즐거운 고집을 더욱 굳건하게 해줄 따름이었다.

 

 

 

 

 


제2장 공간, 입자, 그리고 장

  • 공간을 세상의 거대한 '통'이라고 보는 방식 - 이 공간 개념에서는 공간을 일정하고 균일하며 특정한 방향도 없고 유클리드 기하학을 적용할 수 있는 거대한 상자로 보고 그 안에서 세상의 일들이 일어난다고 여긴다. 
  •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발견이 위대한 이유는 위의 장이 전하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독립적 개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전자기장은 전하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전자기장은 항상 존재하는 독립적인 개체이며, 때때로 전하의 존재에 따라 변화할 수는 있지만 전하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자기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전하가 필요하지는 않다.
  • 어떤 물체를 봤을 때, 우리는 그 물체를 직접적으로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와 눈 사이의 전자기장의 진동, 즉 그 물체가 반사한 빛을 감지하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

  •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낸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업적에서 직접적인 경험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이론은 그때까지 인류가 세상에 대해 알게 된 지식에 집중해서 얻은 순수한 사유의 결과물이었다.
  • GPS는 일반상대성이론 없이는 작동될 수 없다.

 

+

 

양자역학

  • 미시적 차원의 세계에서는 항상 '알갱이'의 특성, 즉 불연속성이 발견된다.
  • 작은 에너지 덩이들, 즉 '에너지 양자'들이 모여 에너지를 형성한다. 장도 마찬가지이다.
  • 모든 움직임에 우연한 요소인 본질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 미시적 차원에서 볼 때 물체들의 변화는 확률의 지배를 받는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매우 명확하게 계산할 수는 있지만, 미래를 확실히 예견할 수 없다.

 

=

 

 

양자중력

  • 중력장의 개념으로 대체되어야 하는 것은 공간이 아닌 시공간의 개념이다. 공간만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고 확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 전체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률을 따르는 시간이란 대체 무엇일까?

-> 루프 양자 중력 loop quantum gravity (루프이론)

 

 

 

 

 

 


제3장 루프이론의 탄생

  • 루프 그 자체가 공간이다.
  • 우주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오직 '공간 필라멘트'로 짜여져 있다. 

 

 

 

 

 


제4장 시간과 공간: 인간이 지닌 세계관의 기본 개념

  • 나는 과학과 철학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그저 과학인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 과학적 과정이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더 나은 방식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고방식을 탐험하고, 바로 여기서 유효성을 끌어낸다. 과학이 내린 답이 항상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가 공중에 떠 있는 유한한 규모의 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 인간은 각자의 생각에 매여 있으며 그 생각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믿음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밑에서 지구를 받치고 있는 존재는 없다는 주장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럼 지구는 왜 떨어지지 않는단 말인가? 실제로 아낙시만드로스에게도 당연히 이러한 질문이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물체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는 자기 스스로에게 향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어떤 방향으로도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날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기준으로 볼 때 아낙시만드로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이것은 당황스러운 주장이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공간과 지구에 대한 개념, 그리고 물체를 떨어지게 하는 힘인 중력에 대한 인간의 관념적 틀을 완전히 다시 그렸다.
  • 비판적 사고는 과학의 기반 그 자체이다. 즉, 우리의 세계관이 항상 부분적이고 주관적이며 불확실하고 조악하며 단순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 나은 이해를 추구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고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도,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다. 인간은 늘 자신의 생각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우리는 스스로의 생각을 외부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고칠 수 없으며, 오류 안에 있으면서 오류가 어디에 발생했는지를 찾아내야만 한다.
  •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란 우리의 무지가 얼마나 방대하고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역동적인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우리를 전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확신이 아닌 의심이다.
  • 과학은 마치 철을 정제하듯 정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조금씩 다듬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 지식의 추구는 끊임없는 모험이다. 

 

 

 

 

 


제5장 블랙홀이라는 이상한 ‘시간펌프’

  • 어떤 물체가 뜨겁다는 것은 그 물체의 미시적 성분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빠르게 진동하며 블랙홀의 온도를 높이는 원자는 바로 블랙홀 표면에 위치한 루프들이다. - 루프의 미시적 진동
  • 시공간 그 자체가 확률적으로 나타나는 이론에서 말하는 시간이란 결국 무엇일까?
  • 중력장이 강할수록 소요시간은 길어지고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 한 우주 안에 이토록 다른 시간의 흐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6장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되기 10년 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각각의 개체라기보다는 한 개체의 두 측면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발견을 특수상대성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우리는 보통 두 가지 사건(예를 들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존 레논 사망’)은 항상 시간 순으로 정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다른 사건은 ‘나중에’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어떤 시점’에 그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 질문이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질문은 무의미하다.
  • GPS 시스템은 궤도상의 위성과 지구 사이에서 신호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장소에서 각각 다른 사건이 일어난 경우, 어떤 사건이 ‘먼저’ 일어났는지를 논하는 것은 대개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안드로메다은하에서 무슨 일이 어떤 ‘시점’에 일어났는지를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시간이 있고,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시간이 있다. 두 시간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서로 연결할 수는 없다.
  •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 우주의 일생에 맞춘 우주 시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주 속의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에는 지역적인 조건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마치 일기예보 같은 상황이다. 각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날씨처럼 시간도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어의 ‘시간(temps)’이라는 단어에는 ‘날씨’라는 뜻도 존재한다.
  • 각기 다른 시간을 가진 물체들이 조우하거나 신호를 주고받을 때, 우리는 그 시간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적 서술을 통해 세상을 표현할 때 ‘시간’과 ‘공간’이라는 분리된 개념 대신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시공간이란 일종의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의 집합 같은 것이다.
  •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우리는 시간 그 자체를 절대로 측정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적 현상을 세고 있을 뿐, 시간 그 자체를 측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시간을 측정할 때 보편적 변수인 시간의 존재는 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가 아닌 하나의 가정일 뿐이었던 셈이다.
  •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관계적인 개념이 된다. 시간은 사물들의 다양한 상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낼 뿐이다.
  • 우리는 이 세상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란 각각의 물체가 다른 물체에 비해 변화하는 방식일 뿐이다.
  • 최근 기초물리학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존재를 제외한 새로운 세계관이 정착되고 있다. 오래전 과학적 세계관에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던 것처럼, 관용적인 공간과 시간의 개념 역시 기초물리학의 범위 안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물체들 간의 관계라는 개념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사고방식의 혁명이지만, 나는 우리가 방정식 안에 시간변수를 개입시키지 않고 다르게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의 물리학(고전물리학) 법칙들은 우주 어디서나 유효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 시간을 실재성이 결여된 개념으로 전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당연히 실재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시간 개념은 함축적 가정과 전제들이 가득한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개념이다. 시간은 전부 받아들이거나 전부 버려야 하는 일괄적인 개념이 아닌, 인간의 감각이 지닌 한계 때문에 뒤섞여 나타나는 직관적인 개념이다. 
  • 시간과 무관한 근본적 이론으로부터 거시적인 차원의 시간을 찾아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바로 시간은 오직 통계열역학적인 맥락에서만 나타난다는 관점에서 나왔다. 시간이란 미세한 규모의 차원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보다 큰 규모, 즉 거시적인 차원에서만 드러나는 창발 현상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이 세상의 세부 요소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지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을 이루는 모든 세부요소를 원자 규모로 파악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감각의 한계 때문에 평균값과 결과 정도밖에는 인지할 수 없고, 바로 여기서 시간이라는 전반적인 개념이 파생된 것이다. 마치 수 많은 분자들이 진동할 경우 전반적인 차원에서는 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시간을 창발 현상으로 간주하는 아이디어는 양자역학과 열역학에서 출발한 '열시간'
  • 시간의 '전'과 '후'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엔트로피화의 방향에 지나지 않는다.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시간은 '열이 식는 방향'인 셈이다.

 

 

 

 


제7장 ‘모든 것의 최종이론’을 향해

  • 끈이론에서는 기본입자를 점입자가 아닌 작은 끈으로 본다. 끈과 루프는 분명 닮은 구석이 있지만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끈은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작은 선 형태의 입자이지만, 루프는 공간 그 자체(중력장)이기 떄문이다.
  • 끈이론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10차원 공간과 초대칭적 입자들이 필요하다.

 

 

 

 

  • 카를로 로벨리의 루프양자중력이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공간이나 시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은 알갱이화된 중력자들의 연결망이고, 시간은 사건과 사건의 관계일 뿐이다. 우리는 이를 직관적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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