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판되어 화제가 되었으나, 파격적 소아성애 묘사로 인한 외설 논란이 일어 다음해에 판매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1958년 미국에서 다시 발간되었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파리 출생인 37세 중년 남자이며 문학 강사인 주인공 험버트는 미국 뉴저지에 방을 얻어 생활 하던 중, 하숙집 여주인 샬로트의 열두 살 난 외동딸인 말괄량이, 야생마 같은 이미지의 롤리타에게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녀의 곁에 있기 위해 샬로트와 결혼한다. 험버트의 일기를 보고, 롤리타에 대한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된 샬로트는 충격을 받아 밖으로 나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험버트는 롤리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한다. 그러나 롤리타는 험버트의 병적인 애착에 염증을 느껴 다른 남자(퀼티)와 도망치고 3년의 추적끝에 험버트는 롤리타를 가로채 간 퀼티를 찾아내어 살해하고 투옥된다. 험버트는 복역 중 관상동맥 혈전증이라는 병으로 사망하고 롤리타 또한 험버트가 죽은 한달 후 딸을 사산하고 자신도 죽고 만다. 이 충격적인 소설은 어린 소녀, 작은 요정들에 대한 성적도착증을 다룬 이야기로 님페트, 롤리타 콤플렉스, 롤리타신드롬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롤리타: 어느 백인 홀아비의 고백]
- 저자가 존 레이란 가상의 인물을 편집자로 등장시킨 것은 트릭이자 문학적 유희의 일종이다. 저자는 편집자를 자신의 대역이 아닌 허수아비로 데려다 놓고 정신병리학의 전문가연하는 그의 말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 맨얼굴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가면이 될 수 있다.
- 비극이되 소통되거나 공유될 수 없는 비극이다.
- 롤리타는 독자의 몫과 작가의 몫이 구분되는 작품이다.
- 님펫의 자격조건이 아홉 살에서 열네 살까지다. 그 나이를 넘어서면 롤리타도 님펫의 자격을 상실한다.
- 롤리타 자체가 잃어버린 시간의 은유이다.
- H.H. 험버트 험버트
- 독자가 분통을 떠뜨릴 만큼 모호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작품을 통틀어 외설적인 단어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 요컨대 '불쾌하다'라는 말은 '독특하다'라는 말의 동의어인 경우가 종종 있으며, 위대한 예술작품은 모두 독창적이고, 바로 그러한 본질 때문에 크든 작든 충격적인 놀라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 우리는 저자를 혐호하면서도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제1부
-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 아침에 양말 한 짝만 신고 서 있을 때 키카 4피트 10인치인 그녀는 로, 그냥 로였다. 슬랙스 차림일 때는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의 이름은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 나는 유명한 스파이가 되고 싶었다.
- 우리는 갑작스럽게, 서투르게 뜨겁게, 고통스럽게, 미친 듯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절망적이라는 말도 덧붙여야겠다. 서로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충족시키려면 실제로 서로의 영혼과 육체를 송두리째 받아들여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나는 이 비참한 기억들을 거듭거듭 뒤적이며 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인생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그 아득한 여름의 빛 속에서였을까. 아니면 선천적 이상을 입증하는 최초의 사례에 지나지 않았을까?
- 돌이켜보면 내 젊은 날은 달리는 전망차가 일으키는 아침 눈보라인 듯 열차 승객의 눈앞에서 흩날리는 휴지조각처럼 창백하고 반복적인 파편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훌쩍 지나가버린 듯하다.
- 그녀의 다리, 살아 움직이는 사랑스러운 다리가 살짝 벌어지고, 내 손이 갈구하던 곳에 닿는 순간 그녀의 앳된 얼굴에 쾌감과 고통이 섞인 야릇하고 몽롱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보다 조금 높은 곳에 앉아서 혼자 희열을 맛보다가 입맞춤에 응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마치 졸음에 겨운 듯 나른하고 힘없는 움직임이 애처로울 정도로, 드러난 무릎은 내 손목을 사이에 끼우고 조였다가 풀어주곤 했다. 떨리는 입술이 신비로운 미약의 쓴맛을 느끼듯 일그러진 채 쌕쌕 숨을 들이마시며 내 얼굴로 다가왔다. 사랑의 고통을 덜어보려고 처음에는 마른 입술로 내 입술에 거칠게 문질렀다. 나의 연인은 초조한 듯이 머리를 홱 젖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 다시 살그머니 다가왔고, 나는 그녀가 열여준 입술을 마음껏 탐하면서 내 심장, 목, 창자까지 모두 아낌없이 주고 싶어 내 열정의 기둥을 그녀의 서투른 손길에 기꺼이 내맡겼다.
- 아홉 살에서 열네 살 사이의 소녀들 중에는 자기보다 나이가 두 배 또는 몇 배쯤 많은 나그네 앞에서 자신의 참된 본성을 드러내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자기에게 매료된 나그네에게 그녀들은 인간이 아니라 님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는 이 선택받은 소녀들을 ‘님펫’이라 부르고 싶다.
- 야릇한 기품, 종잡을 수 없고 변화무쌍하며 영혼을 파괴할 만큼 사악한 매력이야말로 또래 가운데 님펫과 어중이떠중이를 가르는 기준이다. 롤리타와 같은 부류는 남들이 들어갈 수 없는 매혹적인 시간의 섬에서 노닐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때그때의 현상이 지배하는 공간적 세계에 훨씬 더 종속된 채 살아간다.
- 건전한 뭇 아이들 속에서 치명적인 작은 악마를 한눈에 알아보려면 예술가인 동시에 광인이어야 한다.
- 그녀를 알아보는 찰나에 섬광처럼 떠올랐던 그 영상, 그 전율, 그 충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그 강렬함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내 영혼의 진공은 그녀의 빛나는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남김없이 빨아들여 내 죽은 신부의 모습과 하나하나 비교해보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잠시 후 이 새로운 소녀, 이 롤리타, 나의 롤리타는 그녀의 원형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 육체는 자기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았지만 정신은 육체의 하소연을 모두 외면해버렸다.
- 단테도 겨우 아홉 살 먹은 베아트리체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
- 나의 롤리타는 꿈 많은 천진함과 섬뜩한 천박함을 동시에 지녔다. 광고나 잡지 사진에 등장하는 들창코 아이처럼 앙증맞기도 하고, 구대륙의 어린 하녀처럼 어렴풋한 관능미도 있다. 시골 갈봇집에서 어린애로 변장한 젊디젊은 매춘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그 짙은 사향 냄새와 진흙탕 속에서, 그 더러움과 죽음 속에서 문득 티 없이 맑고 깨끗하며 다정한 일면이 드러나기도 하니, 오 하느님, 오 하느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롤리타가, 나의 롤리타가 해묵은 내 욕망을 되살려냈고, 그리하여 롤리타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 내가 미친 듯이 소유해버린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창조물, 상상의 힘으로 만들어낸 또하나의 롤리타, 어쩌면 롤리타보다 더 생생한 롤리타였다.
- 완벽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연은 그런 일을 해낸다.
- 나는 공용 공간 곳곳을 배회했다. 하반신은 기뻐하고 상반신은 슬퍼했다. 욕정의 얼굴은 늘 우울하기 때문이다.
- 내가 이런 것들을 일일이 설명하는 까닭은 한없이 비참한 지금 상황에서 새삼스레 그것들을 되새겨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님펫을 향한 사랑이라는 기이하고 무시무시하고 미칠 듯한 세계 속에서 지옥 같은 부분과 천국 같은 부분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더러운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이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나는 바로 그 경계선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전혀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왜 그럴까?
- 로마법에 따르면 여자는 열두 살부터 결혼할 수 있었다.
제2부
- 우리는 길바닥에서 생활하는 특이한 종족을 알게 되었다. 히치하이킹을 하는 인간, 학명으로는 '호모 폴렉스'인데, 그 속에도 수많은 아종과 변종이 있었다.
- 아빠답게 다정한 태도로 로의 뒷머리에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넣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마지못해 끌려오는 귀염둥이를 우리의 작은 집으로 데려가서 저녁식사 전에 짤막한 정사를 즐기곤 했다.
- 님펫을 어루만질 때의 희열에 견줄 만한 기쁨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느낌의 수준이 다르고 차원이 달라서 아예 비교할 수도 없는 희열이다. 우리가 아무리 말다툼을 해도, 그녀가 심통을 부려도, 온갖 소란을 피우고 오만상을 찡그려도, 천박하게 굴어도,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위험하고 지독하게 절망적일지라도 나는 스스로 선택한 낙원에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었다. 비록 하늘마저 지옥불의 빛깔을 닮았지만 그래도 낙원은 낙원이었다.
- 어쩌면 그때 이미 나는 미쳐가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 그녀가 아동용 테니스복을 입고 살굿빛 팔다리를 드러낸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님펫다웠습니다.
- 그녀는 테니스보다 수영을, 수영보다 연극을 더 좋아했다.
- 인생이란 이렇게 일상적인 즐거움과 더불어 저절로 굴러가기 마련이라고 믿는다는 듯이.
- 아직 내게는 총이 있고, 아직 나는 자유로운 몸이다. 도망자를 뒤쫓는 것도, 내 동생을 죽이는 것도, 자유다.
-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양심이란 아름다움을 즐긴 대가로 치르는 세금 같은 것
- 기괴하고 짐승 같은 동거생활을 하는 동안,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롤리타는 날이 갈수록 가정생활이 아무리 불행해도 근친상간의 패러디 같은 관계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나는 너를 사랑했다. 내 비록 다리가 다섯 달린 괴물이었지만 너를 사랑했다. 내 비록 비열하고 잔인했지만, 간악했지만, 무슨 말을 들어도 싸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때로는 네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고, 그때마다 지옥의 괴로움을 맛보았다, 나의 아이야. 롤리타, 씩씩한 돌리 스킬러
- 퀼티가 총알에 얻어맞고 피투성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팔팔한 이 사내는 침대 위로 기어올라가더니 어수선하게 헝클어진 이불을 주섬주섬 끌어당겨 온몸에 휘감았다. 나는 담요를 덮은 퀼티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쏘았다.
- 나는 사형을 반대한다.
- 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
mubnoos
딸 가진 아빠로서는 굉장히 파괴적이고 불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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