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시시하게 느껴지지? 마치 바늘로 콕, 구멍 난 풍선처럼. 느슨하고, 시시하고, 편안하기까지하다. 이런 감정들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한편으로는 안정된 상태인 듯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낯설고 불안한 느낌이기도 하다. ; 마치 익숙하지 않은 조용한 방에 홀로 남겨진 기분처럼.
편안한 느낌? 어색하다. 편안한게 언제였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색한 걸까?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원하던 것들을 성취하거나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는 뜻일까?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거나 만족감을 느껴서 이전의 긴장감이나 열망이 자연스럽게 사그러든 결과일까? ; 마치 언덕을 힘겹게 오른 후 잠시 숨을 고르는 것 처럼.
편안함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늘 무언가를 쫓고 성취하기 위해 애쓰는 삶에 익숙해져 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갑자기 찾아온 평온함은 오히려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 마치 늘 시끄러운 곳에 있다가 조용한 곳에 오면 오히려 느껴지는 불안감처럼.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여유일까? 지난 풍파를 겪으면서 이전에는 날카롭게 느껴졌던 자극들이 둥글게 다듬어지고, 매사에 초연해지는 자연스러운 변화일까? ; 마치 오래된 가구처럼.
그 감정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흐르는 대로 나를 맡기는 것이 지혜일까? 감사가 필요한걸까? 욕심이 필요한걸까? 도전이 필요한걸까? 현재의 편안함 속에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 마치 잠시 멈춘 배가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위해 바람의 방향을 살피는 것처럼.
난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죽기 전에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은 나의 욕심일까? 끊임없이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 마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하고 몰입해야 할까? 지금의 시시함을 극복하고 다시 활력을 느끼기 위한 자연스러운 끌림일까? ; 마치 멈춰 있던 악기에 다시 활을 대는 것처럼.
뭔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점으로 돌아올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나를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가? ; 마치 혼란스러운 머릿 속을 정리하는 지도처럼.
섣불리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현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멀리 나아갈 방향을 필요한 시점일까? ; 마치 안개낀 망망대해에서 방향의 초점을 찾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