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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 스테르담

by mubnoos 2025. 2. 28.

 

 

“퇴사하는 용기만큼이나 대단한 게 버텨내는 용기 아닐까?”

 
 
 

오늘도 묵묵히 출근하는 우리들의 품격에 대하여

직장인에게도 품격이 있을까?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존재. 그 기구한 운명 속에 사는 우리가 품격이란 단어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 직장인이란 단어는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월급에 팔랑이는 인생 같지만, 그 깊이와 뼈저림은 결단코 묵직하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툴툴대지만, 자신의 일을 해내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월급쟁이라고 스스로를 비웃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이를 긍휼히 여길 필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품격은 대개 마음의 여유와 관계되어 있다. 여유가 있으면 품격을 유지할 수 있고, 그 여유는 대개 경제력에서 나온다. 
 
•나는 당장 직장인에게 품격은 있을까란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쓰며 나와 주위를 돌아볼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을 따름이다. 질문은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고,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그 여정을 즐기고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인생의 묘미는 불확실성에 있다. 직장인의 그것은 더하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련하면서도 익사이팅한 그 운명은 다른 아닌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의 불확실성을 속단하고 불확실성이 덜해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없는 삶은 없다. 다만 내 것이 더 불확실해 보일 뿐. 
 
• 여행의 목적은 딱 떨어지는 답을 찾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1부 하루를 버텨내는 마음들

 
통근은 하루를 시작하는 길이다. 사람들의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비루하다. 가족을, 또는 자신을 건사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그렇게 비장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꾸역꾸역 회사로 향하는 모습은 비루하기 그지없다. 
 
나는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통근의 근자가 부지런할 근이란 걸 알고 생각이 달라졌다. 직장인인 우리는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치부하기 일쑤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버티기는 비겁한 게 아니었다. 수동적인 것도 아니었다. 버티기도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한 몸부림, 나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 버티다 보면 알게 모르게 근육이 생긴다. 버티기는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기 때문이다. 반작용이 커지면 커질수록 버티는 근육은 강해진다. 버티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타나 나를 안내하기도 하고, 정말로 내가 원하던 걸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뭔가 확실하지 않을 때, 어떤 길로 갈지 알 수 없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 난 계속해서 버텨보려 한다. 근육을 좀 더 단련시켜야 한단 마음으로, 아직도 배울 것이 천지라는 자세로.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신호일 테니 버티는 것에 대한 회의를 접기로 한다. 이러든 저러든, 모든 것은 결국 내 선택임을 잊지 않으면서 
 
반복을 통해 일을 습득하고, 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추게 되었다. 반복이 주는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건, 돌아올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숨 막히게 하지만, 반대로 그 일상이 오늘도 내가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 하루가, 지금 이 순간의 반복이 소중한 이유다.
 
개인과 회사는 생존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생존법은 다르다. 개인은 언제나 약자다. 인재로 불리거나 개체 수로 불리는 건 한끗 차이다. HR도 무서운 말이다. 우리는 자원, 인간 자원인 것이다. 
 
만들어가야 하는 것 역시 내 몫이다. 얼마나, 어떻게, 얼마만큼 만들어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앞길이 불분명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가 싶어도, 운이 너무 천천히 오는 건 아닌가 싶어도, 내가 가진 가장 큰 행운은 현재에 집중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직장이 많은 기회를 준다 하더라도 자부심이 그곳에서 오면 안 된다. 자부심은 말 그대로 나에게서 와야 한다. 남을 통해 내 꿈을 꾸면 안 되듯이, 자부심도 나에게서 나와야 한다. 
 
생존을 위한 모든 몸부림은 초라하다. 하지만 동시에 고귀하다. 
 
지금까지의 용기가 무언가를 쟁취하고, 성취하고, 이루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요즘 세상에 필요한 용기는 포기할 줄 알고, 느리게 갈 줄 알며, 쥐고 있는 것을 놓는 것이다. 할 수 있다고 용기 내어 말하는 것과 할 수 없다고 용기 내어 말하는 것의 차이. 후자가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임을 우리는 안다. 전자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결심이라면, 후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한 두려움도 감내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ㆍ 통근ㆍ 통근하는 모든 존재는 부지런하다
ㆍ 버티기ㆍ 비겁한 게 아니다. 또 다른 선택이다
ㆍ 반복ㆍ 반복은 언젠가 끝난다
ㆍ 생존ㆍ 우리를 구해줄 어벤져스는 누굴까
ㆍ 사춘기社春期ㆍ 질풍‘노勞’도의 시기
ㆍ 운칠복삼ㆍ 나의 가장 큰 운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ㆍ 열심의 가치ㆍ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ㆍ 월급쟁이ㆍ ‘쟁이’라는 자기 연민과 ‘장이’라는 자부심의 무한 반복
ㆍ 자부심ㆍ 나에게서 찾아야 하는 이유
ㆍ 역성장ㆍ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
ㆍ 나를 사랑하는 법ㆍ 스스로를 위한 매너
ㆍ 용기ㆍ 용감한 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ㆍ 나는 부속품이 아니다ㆍ 우리의 역할이 그러할 뿐
ㆍ 불안ㆍ 불안해도 괜찮다, 괜찮다
ㆍ 변검술사ㆍ 오늘도 가면을 들고 출근한다
ㆍ 냉정과 열정 사이ㆍ 미지근함의 미학
ㆍ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ㆍ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ㆍ 직장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ㆍ 거꾸로 가서 더 소중하다
ㆍ 조직개편ㆍ 이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ㆍ 멀리 보는 연습ㆍ 어떤 일이 있어도 방향은 잃지 않아야 하니까
ㆍ 사유 인간事由人間ㆍ 사유는 사유에서 나온다
ㆍ 근자감ㆍ 나를 사랑하는 데 근거가 필요할까?
ㆍ 확실한 미래ㆍ 가장 확실한 건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ㆍ 텅 빈 사무실ㆍ 마침내 고요해진 전쟁터에서
 
 
 


2부 아무 일 없다는 듯, 오늘도 출근




ㆍ 오늘도 일을 미루고 말았다ㆍ 어차피 완벽하지 않을 거면서
ㆍ 리더ㆍ 상사들이 그러는 이유
ㆍ 먹고산다는 것ㆍ 야근을 하다 서로 배고프다고 난리였다
ㆍ 그놈의 이미지ㆍ 허상이 아니다, 적어도 직장에서는
ㆍ 연예인과 직장인ㆍ 인기와 인정 사이
ㆍ 친구보다 먼, 타인보다 가까운ㆍ 딱 그 정도의 거리가 참 좋다
ㆍ 불완전한 타인ㆍ 어차피 혼자이고, 외롭고, 이기적이다. 사람은, 직장인은
ㆍ 다름과 틀림ㆍ 다른 건 다른 것일 뿐
ㆍ 뒤끝ㆍ 아마도 사람이니까
ㆍ 휴가 중 전화ㆍ 휴가 갔다고 회사를 안 다니는 건 아니라서
ㆍ 부고訃告ㆍ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되는 순간
ㆍ 관심ㆍ 여유가 없어도 먼저 가져보는 것
ㆍ 질문 권력ㆍ 질문을 권력으로 쓰지 않기를
ㆍ 회의ㆍ 회의 하다 회의가 든다
ㆍ 상처ㆍ 마음에 붙이는 반창고의 수를 줄이고 싶다
ㆍ 끝판왕ㆍ 마지막 결재자를 쓰러뜨리고 포효하다
ㆍ 마일리지ㆍ 나는 오늘 무엇을 쌓고 있는가
ㆍ 면접ㆍ 다소 잔인한 만남
 
 


3부 나의 일을 하러 가는 시간



ㆍ 사원증ㆍ 보기보다 무거운 목걸이
ㆍ 구두ㆍ 신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어릴 땐 몰랐다
ㆍ 계산기ㆍ 신입 시절부터 쓰던 사물과의 이별
ㆍ 미스터리ㆍ 회사 생활은 미스터리 그 자체
ㆍ 드라마ㆍ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ㆍ 준비운동ㆍ 준비운동 할 새도 없이 또다시 달려나간다
ㆍ 월급ㆍ 우리를 꾸준하게 만들어주는 것
ㆍ 엑셀은 거짓말하지 않는다ㆍ 어쩌면 직장에서 가장 정직한 존재
ㆍ 에러 메시지ㆍ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ㆍ 주말ㆍ 소중한 건 짧기 마련
ㆍ 자유ㆍ 바람도 무작정 자유롭지만은 않다
ㆍ 바탕화면ㆍ 모든 사람의 바탕화면이 같을 거라는 착각
ㆍ 텔레비전ㆍ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있고 싶어서
ㆍ 날씨ㆍ 다 날씨 때문이다
ㆍ 뉴스ㆍ 각박한 세상에 무심한 우리의 각박함
ㆍ 택시ㆍ 탈까 말까
ㆍ 신호등ㆍ 인생의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라면 조급할 수밖에
ㆍ 평일 오후 2시ㆍ 참 낯선 오후의 거리
ㆍ 술ㆍ 위하여!
ㆍ 폭식ㆍ 끝없이 허기지다고 아우성치는 마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