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 미래에 대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형태의 지침이 바로 역사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고, 무엇을 어떤 이유로 그르쳤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우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 나는 심각하게 균형을 잃은 오늘날의 '상인형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람들의 관점과 가치는 다른 여러 기준에 의해 틀을 갖추기도 한다. 예컨대 가족, 젠더, 그리고 인종적 요인도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대적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직업적 요인이다.
- 일을 통한 경험이 사람들의 가치를 형성한다.
- 일터의 관습과 행동양식, 또는 아비튀스(habitus) 같은 것들이 기본적 가치들이다.
- 오늘날 더욱 압도적인 힘을 가진 부류는 이전과는 다른 현인들이다. 바로 서기 또는 전문가형 '현인-테크노라트'들이다.
네 가지 카스트
현인-사제 | sages/priests |
지배자-전사 | rulers/warriors |
상인 | merchants |
소작농 | peasants |
- 이 책의 핵심은 상인 집단이 권력을 쟁취하는 고통스런 과정에 관한 내용인데, 나는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할 것이다.
1) 정점에서 몰락하는 카스트로부터 다른 카스트로 역전과 복귀를 거치며 나타나는 권력 이동의 양상
2) 특정 카스트가 다른 카스트들을 점진적으로 포섭해가는 형식
1장 카스트 투쟁
― 상인, 오랜 속박에서 벗어나다
- 최초의 인간 사회에는 국가는 커녕 카스트도 거의 없었다.
- 상인이 성공하려면 천천히 사고 빨리 팔아야 한다. 상인은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상황을 이용할 줄 알아야 했다.
- 정보의 가치를 중시한 점은 상인 집단과 현인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지만, 학습에 대한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상인 집단은 추상적 사유, 복잡한 규칙에 얽매인 체계나 철학적 사유보다는 신속함과 명민함을 선호했다. 또한 교육을 학구적이거나 현인 엘리트 집단이 독점하는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모두에게 개방된 것으로 봤다.
- 빌린 돈을 통해 거래하지 않는 교역 중심지는 지상 어디에도 없다.
- 인도의 상인 사회에서는 '신용'과 '명예'를 의미하는 단어가 같았다.
- 부자가 부자인 이유는 열심히 일하는 데다 명민하기 때문이다.
- 중국식 사고방식에 따르면 금전이야말로 모든 선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다. 금전에 관한 한 중국 사람들은 도덕도 자비도 전혀 따지지 않는다.
- 네덜란드는 상인집단이 압도하던 연안 도시들의 연맹이었다.
2장 철의 주먹과 벨벳 장갑
― 누가 전쟁의 과실을 누리는가
- 상인은 행동과 두뇌 회전이 빨라야 하며 말투가 알아듣기 쉬어야 한다.
- 국부론은 상업사회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정당화하는 책이다. 이책에서 상업에 대한 인간의 애착이야말로 인간의 품성을 규정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상업이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었다. 스미스는 모든 인간은 '운반, 물물교환, 그리고 거래'하려는 욕망과 '자신의 조건을 향상시키려는' 두 보편적 욕망이 있기 때문에 거리의 배달꾼이든 철학자든 관계없이 본능적으로 상인이라고 봤다.
- 스미스는 물물교환을 고결하게 여겼다. 낯선 이에게 공감을 얻어내어 폭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웅변술과 설득술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 기업과 국가는 노동 분업이 가져온 일의 전문화를 통해 다른 기업과 국가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스미스는 자신의 조건을 향상시키려는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고된 일에 강력한 자극제가 되며, 상업 사회의 미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치품이 부여하는 지위에 대한 경쟁적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 스미스는 시장경제와 소비자 사회가 인간 본연의 체제이며 폭력과 국가의 개입이 많지 않아도 진화한다고 생각했다.
- 산업자본가들의 사고방식을 가장 영향력 있게 대변한 인물은 '자조론'을 출판한 새뮤얼 스마일스다. (자기 계발서의 원조)
- 당시 영국의 대인도 정책은 인도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인도의 상업 집단에게는 오로지 무역과 금융 분야에만 전념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규모와 비용이 크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대기업 운영에는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이외의 것이 필요했다. 즉, 관료 조직이라는 '보이는 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 니체는 세계가 전사와 현인의 합일체인 초인이 통치하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바그너나 니체 같은 전사 애호가의 사상에서 상인 집단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기업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그너와 니체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 공산주의자들은 단순한 임금인상뿐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이 요구한 사회 변화의 핵심은 시장 체제 철폐와 생산 공장에 대한 노동자 집단의 민주적 통제였다.
3장 오만과 파국
― 제1상인시대는 어떻게 저물었나
- 예수는 다른 아니라 '근대 비지니스의 창시자'였다. 그는 몸소 업계의 밑바다가에서 열두 명을 선발하고 후일 이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조직을 키웠다.
- 유럽 대륙에서는 상업 분야든 현인적 지식 분야든 부르주아가 되었다는 것은 교양, 즉 교육을 통해 획득한 취향은 물론 화술과 옷차림 그리고 행동거지에 있어 특정한 방식을 몸에 익혔음을 뜻했다.
- '인생이란 그냥 나이 먹어가면서 즐기며 사는 것이다.'
- 각국 통화를 전쟁 전 환율에 따라 금을 맞추는 금본위제를 채택하면 각 정부의 과다 지출과 과도한 화폐 발행 충동을 제어할 수 있다.
- J.P. 모건이 독일에 차관을 제공하여 마르크화를 금본위제로 복귀시키는 일을 맡았다.
- 금본위제로 귀환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자국의 경제체제를 짓누르는 결과를 낳았고 성장세도 미약했다.
- 위기 국면에서 연방준비제도가 큰 잘못을 저질러 엉뚱한 시점에 이자율을 높여 원활한 화폐 공급을 차단했다. 결국 연방준비제도의 그릇된 선택 때문에 별것 아닌 단발성 경기 후퇴가 불필요하게 거대한 경제불황으롤 바뀌었다. 연방준비제도의 현인형 관료 집단이 통화 공급을 풀어주었다면 1920년대식의 자본주의가 계속 번영했을 것이다.
- 히틀러는 열정적인 바그너풍의 전사라기보다는 자유분방한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보헤미안 독학자에 가까웠다. 그는 한때 예술가를 꿈꾼 적이 있고 건축 분야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성향이 바뀌기를 원했다.
"유약하지만 강해지기를 원했고, 제대로 교육받지는 못했지만 모든 분야에 두루 학식을 갖추려 한 인물이다. 진정한 군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그 자신이 군인이 될 필요가 있는 보헤미안이라 하겠다." - 나치주의는 군국주의와 포퓰리즘, 인종주의를 뒤섞어 사회적 위계질서를 새로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 마오쩌둥은 가장 성공적인 게릴라지도자 중 하나였다.
4장 ‘똘똘이’들의 시대
― 테크노크라트와 노동자 연대의 짧은 성쇠
- 케인스는 영국의 자유시장주의 기득권 사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간 케인스가 주창해 온 국가 개입주의가 갑자기 시대의 표준으로 등극했고, 그의 사상도 새 시대의 정통론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
- 자본주의가 인간의 가장 혐오스런 몇 가지 면모에 보상을 내린다. - 케인스
- 미국 달러화는 금에 연동되었고, 그 밖의 통화들은 달러화에 연동되었다.
- 노동자들이 경쟁적인 소비재 구매를 통해 지위를 확보하는 데 여념이 없는 풍조가 만연했다.
- 전사 집단의 위세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현인-테크노크라트 집단은 더욱 평등한 사회 건설 과업의 주도권을 쥐었다.
- 체 게바라는 분명 공산주의자였지만,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 카스트로는 "자본주의는 인간을 굶겨 죽일 수 있겠지만, 공산주의는 자유를 파괴하여 인간을 죽이는 체제"라는 유명한 일성을 남겼다.
-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스탠리 큐브릭 - 기술과 폭력이 서로 뗄 수 없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줬다.
5장 다보스맨의 독주
― 상인 패권은 무엇을 소환하는가
-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 우리는 더 적절한 표현이 없어서 탐욕이란 단어를 써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탐욕은 좋은 것이란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탐욕은 옳기도 합니다. 그리고 탐욕은 성과를 가져옵니다. - 게코
- 정보통신 업계에 창출된 일자리의 대부분은 교육 수준이 높은 소수의 집단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실제로 생산하는 사업은 미국보다 제조업 친화성이 뛰어난 아시아 국가들로 이전되었다.
- 현인 집단으로부터 상인 집단으로 기업 통제권이 넘어감으로써 엄청난 부를 소유한 소수 엘리트들이 출현하리라는 것이 예정된 일이었다.
-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중국의 국유 기업 부문을 오늘날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 중국정부 경제전략의 문제 요인
1) 소수의 대기업에 투자를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방 정부 간의 경쟁을 고무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사실
2) 노동자 집단의 임금 관련 요구를 억누르고 터무니 없는 수준의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했다는 점에서 서구 신자유주의 세력의 전략과 비슷하다. - 전체적으로 보면 인도와 중국이 다보스 시대로부터 최대의 수혜를 누린 국가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 오사마 빈 라덴의 행적을 보면 제국주의라는 이슈가 당시 중동의 정치지형을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를 실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투적 저항노선이 본래 온순했던 상공인 계측에까지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 패권을 장악한 전사 집단은 미국의 군사력이 여전이 온건 상인 및 소비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 민간 은행이 가장 합리적인 투자 선택을 한다는 맹목적 믿음은 오히려 금융시장의 붕괴, 투자 부진, 그리고 부채를 가져왔다.
- 상인 집단이 현인 집단의 심도있는 조정행위를 수용하기를 완강히 거부했고, 결국 붕괴가 발생했다.
- 신용 공급이 없으면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은 인구 대부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제 자본시장으로부터 돈을 융통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왜냐하면 국제 자본시장은 본질적으로 변덕스러워서 투자 대상에 대한 신뢰를 눈 깜짝할 사이에 거둬버릴 수 있게 때문이다.
- 상인 집단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에도 발을 넓혔다. 특히 이들이 돈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국 정치권에 구축한 영향력은 상당하다.
-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난맥상이 심화되면서 전사 집단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에필로그 : 권력의 균형점
- 생산이나 일자리보다는 기꺼이 무역과 금융분야를 선택할 것이다.
- 가치관과 권력 관계 양 측면에서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강경파와 온건파를 망라한 상인집단을 확고히 통제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와 테크노크라트적 현인, 창의적 현인 집단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
- 상인 권력의 성채인 금융부문은 모든 개혁 조치의 핵심 사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산업 경제계는 두 형식의 자본주의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발 빠른 유연성을 고무하는 혁신적 자본주의다. 둘째는 혁신을 통한 효과적 대량생산을 이끄는 대기업형 자본주의다. 이 두 성격의 자본주의를 결합해야 하는 이유는 특히 후자가 어느 사회든 막론하고 인구의 대부분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자본주의는 상인 집단 고유의 적응력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적응력이 결여된 대규모 조직은 민간과 정부 부문을 막론하고 신선한 사고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한편 대기업형 자본주의는 전문적이고 테크노크라트적인 조정의 문화를 더욱 배양하고 고예산 연구 프로젝트와 장기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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