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학의 힘에 의해 휘둘러진, 순진한 자기애에 대한 두 가지 엄청난 폭력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 중 첫 번째 것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세계의 보잘것없는 한 점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며…두 번째는 생물학 연구에 의해 인류가 특별히 창조된 존재라는 특권을 박탈당한 채 동물 세계의 후손으로 내던져졌다는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36
‘카하링간’이라는 단어는 무화과 나무의 한 종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깊은 뿌리와 거대한 가지가 나무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나무와도 흡사한. 다른 애니미즘 종교처럼 카하링간교도 모든 동물과 사물에는 영혼과 의식이 있으며, 정령이 매일의 사건을 다스리므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가르친다. 353
카하링간교의 핵심은 현실의 음적 측면인 또 하나의 현실, 즉 또 하나의 우주가 나란히 존재한다는 개념에 있다. 눈에 보이는 우주는 거울처럼 다른 우주를 비추는 영상에 지나지 않는다. 유대교나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에서 가르치는 천당과 지옥과는 달리, 이 평행한 우주는 먼 곳에 있지도 내생에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평행한 우주는 현실이며, 바로 지금 여기 존재한다. 이승에서는 꿈이나 환상을 통해 그곳에 다녀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무당들이 특별한 힘을 갖고 있는 이유이다. 353
인간의 눈에 오랑우탄은 소원하고 냉담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서로 털고르기를 해 주는 일도 거의 없고, 음식도 나누어 먹지 않으며, 누가 싸워도 도와주는 법이 없으니까. 그러나 침팬지와 거의 99%의 유전인자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 인간들은 감정적으로 보나 사회적 행동양식으로 보나 침팬지와 유사하다. 우리는 전적으로 순수한 동기를 갖는 일이 거의 없으며, 상대방을 완전히 신뢰하지도 못한다. 오랑우탄에게는 인간과 침팬지에게는 불가능한 솔직함과 담백함이 있다. 사회적 음모 속에서 사는 침팬지는 우리 인간을 연상시키고, 오랑우탄의 순수함은 우리가 남겨두고 떠난 에덴동산을 떠올리게 한다. 373
내가 자카르타에 갈 때마다 엘렌트는 자기 집에서 묵도록 했다. 그녀는 전통적인 자바 문화의 산물인 요란한 칠을 한 가죽인형 놀이인 와양 쿨리트와, 이 인형을 갖고 인간 배우가 연기하는 오랑와양 공연에 나를 데리고 갔다. 이 같은 자바의 많은 공연들은 위대한 힌두교의 서사시인 마하브하라타에 기초를 두고 있어, 등장인물들은 전통적인 바아니들과 매우 흡사했으며 마치 이웃사람들처럼 생명력이 느껴졌다. 511
질서가 깨진 자리에 들어설 혼돈을 두려워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종종 끝없는 토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화를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곤 한다. 511
인류진화의 증거는 우리의 엉덩이와 무릎과 발가락에 있다. 초기 인류와 대형 유인원들 간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두 발로 똑바로 서서 걷는데 있었다. 오랑우탄은 특히 나무꼭대기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데 능하며, 두 팔을 땅에 대고 능숙하게 걷는 아프리카 유인원들조차 반만 지상에 서 생활한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두 발로 걷는 것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이 자유로워짐에 다라 도구를 사용하거나 먹이를 운반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608
호미니드 선조와 대형 유인원의 두 번째 차이점은 사회조직에 있다. 밀림이 베어져 나간 곳에서 오랑우탄 학살이 벌어짐을 목격했듯 이, 이 느리고 고독한 유인원이 사방이 탁 트인 사바나 지대에서는 약탈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최초의 호미니드로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무리를 이루어 살았음에 틀림없다. 이들이 어떤 형태의 집단을 이루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성별 분업이 이들 집단의 중요한 특성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강력한 이유들이 있다. 609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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