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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by mubnoos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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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죽음을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이분법적 측면에서 조명한 소설이다. 밀란 쿤데라는 대조적이며 전형화된 4명의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진지함과 가벼움, 사랑의 책임과 자유, 영원한 사랑과 순간적인 사랑 등 모순되고 이중적인 사랑의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특히 시간의 흐름을 파괴하는 독특한 서술형식은 이 소설의 주제의식인 니체의 영원회귀와 교묘하게 대칭을 이룰 뿐만 아니라 소설의 형식적 측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 기법을 실험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등장인물

토마시: 삶의 무게와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외과의사 

테레사: 진지한 삶의 자세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여종업원 출신 테레사

사비나: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롭기를 원하는 화가 사비나

프란츠: 사비나의 애인인 대학교수 

 

 

 

 

 

 

무거움과 가벼움의 차이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공존하는 토마시는 테레사와 사비나를 동시에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토마시와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테레사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토마시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한편, 자유분방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비나는 그 대가로서 조국 체코의 예술과 아버지, 그리고 진지한 애인 프란츠를 배신해야 하는 외로운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고수한다. 사랑과 성,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없이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이들은 오랜 방황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인간의 존재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1부 가벼움과 무거움

ㆍ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ㆍ영원한 회귀라는 사상은, 세상사를 우리가 아는 그대로 보지 않게 해 주는 시점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 두자. 

 

ㆍ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ㆍ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ㆍ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ㆍ그때 체험한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그것이 과연 사랑이었을까?

 

ㆍ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ㆍ그는 스스로도 놀랐다. 그는 자기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부터 첫 번째 부인과 헤어질 때 다른 사람들이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듯 환희의 분위기 속에서 이혼을 치러 냈던 그였다. 그때 그는 자신은 어떤 여자든 간에 한 여자와는 살 수 없고 오로지 독신일 경우에만 자기 자신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는 한 이불 속에 다른 사람과 들어가면 잠들 수 없는 체질이라고 단언하면서 자정 이후에는 모든 여자를 내쫓았다. 하긴 테레자가 독감에 걸려 그의 집에 머물었던 첫날에도 그는 그녀와 함께 자지는 않았다. 

 

ㆍ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ㆍ'에로틱한 우정'이 결코 공격적 사랑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는 고정 애인 하나하나를 긴 간격을 두고 만났다. 그는 이 방법이 완벽하다고 믿고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3의 법칙을 지켜야 하지. 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한 여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세 번 이상은 안 되는 거야. 혹은 수년 동안 한 여자를 만날 수 있지만 적어도 삼 주 이상의 간견을 두어야 해."

 

ㆍ에로틱한 우정의 불문율을 지킨다는 것은 토마시가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배제한다는 것도 의미했다. 

 

ㆍ나는 그들이 정사를 나누는 목적은 관능성이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잠에 있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토마시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ㆍ테레자는 여자들, 모든 여자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고 느꼈다. 모든 여자는 토마시의 잠재적 애인이었고, 그녀는 그것이 두려웠다. 

 

ㆍ누군가를 동정 삼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ㆍ에로틱한 우정을 끊고 살 수 없다고? 그렇다. 

 

ㆍ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그를 멍한 상태에 빠뜨렸고 동시에 그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라고 그에게 강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ㆍ베토벤은 무거움을 뭔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 같다. 무거움, 필연성 그리고 가치는 내면적으로 연결된 세 개념이다.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다. 베토벤의 영웅은 형이상학적인 무게를 들어올리는 역도 선수다. 

 

ㆍ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2부 영혼과 육체

ㆍ육체는 껍데기고, 그 안에서 뭔가가 보고, 듣고, 두려워하고, 생각하고, 놀라는 것이다. 이 무엇, 남아 있는 잔금, 육체로부터 추론된 것, 이것이 영혼이다. 

 

ㆍ그녀는 육체를 통해 자기를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자주 거울을 보았다. 그녀가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들키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거울을 보는 그녀의 시선은 은밀한 죄악의 흔적을 띠었다. 그녀를 거울로 이끌었던 것은 허영심이 아니라 거울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는 경이감이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것이 육체적 메커니즘의 계기판이라는 것을 잊었다. 그녀는 얼굴 구석구석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영혼을 본다고 믿었다.

 

ㆍ인간의 삶은 마치 악보처럼 구성된다. 미적 감각에 의해 인도된 인간은 우연한 사건을 인생의 악보에 각인될 하나의 테마로 변형한다. -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ㆍ테레자는 발거벗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수영장 주위를 행진했다. 토마시는 천장에 매달린 바구니 안에 서서 큰 소리로 외치며 노래를 부르고 무릎을 꿀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어떤 여자가 동작을 틀리면 그 여자를 권총으로 쏘아 죽였다. 

 

ㆍ벗은 몸. 그게 어때서! 정상적인 거죠! 정상적인 모든 것은 아름다운 거예요.

 

ㆍ그것은 현기증이었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극복할 수 없는 추락 욕구.

 

 

 

 

 

 


3부 이해받지 못한 말들

ㆍ나에게는 이 설명밖에 없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공적인 삶의 연장이 아니라 그 대척점이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선의와 자비에 자신을 내던지고 싶다는 욕구였다. 마치 포로가 되려면 먼저 자신의 모든 무기를 내던져야 하는 군인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방기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아무런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그는 언제 공격당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나는 프란츠의 사랑이란 언제 공격이 올지 끊임없이 기다리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ㆍ희극적인 것과 자극적인 것의 거리는 종이 한 장 차이일까?

 

ㆍ그녀는 모욕을 거부하기는커녕 마치 기꺼이 공개적으로 강간당하는 여자처럼 도발적이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이 모욕감을 노출했으며 끝내는 더 이상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토마시를 밀어 쓰러뜨렸다. 

 

ㆍ여자로 사는 것, 이것은 사비나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이다.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장점이나 실패로 간주될 수 없다. 

 

ㆍ쾌락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프란츠는 온 몸을 활짝 펼치고 그의 영원한 어둠 속으로 녹아 들어가 그 자신이 영원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그의 내면 어둠 속에서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외양은 점점 위축되는 법이다. 눈을 감은 남자는 자기 자신을 폐기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불쾌한 일이며, 그래서 사비나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아 자기도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어둠은 무한성이 아니라 다만 그녀가 보는 것과의 불화, 보이는 것에 대한 부정, 보는 것의 거부만을 의미했다. 

 

ㆍ사랑한다는 것은 힘을 포기하는 것이다. 

 

ㆍ사비나에게 있어 진리 속에서 산다거나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중 없이 산다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사비나는 자신의 사랑을 감춰야만 한다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진리 속에서' 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ㆍ공개적으로 변한 사랑은 무게를 더할 것이고 짐으로 변할 것이다. 

 

 

 

 

 


4부 영혼과 육체

ㆍ애교란 무엇인가? 딱히 그 실현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지만 성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애교란 성교가 보장되지 않는 약속이다. 

 

ㆍ내 생각에는 오히려 이것이 이 남자로 하여금 더욱 단호한 모습을 보이도록 충동질했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한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 접촉을 통해 그녀는 순식간에 불안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마치 이 접촉을 통해 기술자는 자기 육체를 드러낸 것 같았고, 그녀도 문제는 그녀가 아니라 오로지 그녀의 육체임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녀를 배신했고, 그래서 그녀가 자신으로부터 멀리 다른 육체들 속으로 추방했던 그 육체. 

 

ㆍ그가 그녀의 옷을 벗겼고, 그동안 그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키스를 했을 때, 그녀의 입술은 호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성기가 젖어 있는 것을 느끼고 그녀는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흥분했고 그 때문에 흥분이 더욱 고조된 것을 느꼈다. 그녀의 영혼은 이미 지금 벌어지는 모든 것에 은밀하게 동의했으나 이 커다란 흥분을 지속하기 위해 그 동의가 침묵 상태로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알았다. 

 

ㆍ관능은 정맥에 주입된 아편처럼 퍼져 나갔다. 그녀는 남자 품에서 버둥거리며 그를 닥치는 대로 때리고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ㆍ남자는 자기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영혼의 여자에게 저항하지 않는다. 토마시는 결코 사랑의 함정 앞에서 안전하지 못하고, 테레자는 매시간, 매분마다 그를 위해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ㆍ그녀는 낯선 남자의 성기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이 성기에 근접해 있는 자기 자신의 성기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주 가깝게 다가와서 아주 다른 이물질처럼 보였기 떄문에 불쑥 더욱 선정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육체를 원했던 것이다. 

 

 

 

 

 

 

 


5부 가벼움과 무거움

ㆍ범죄적 정치 체제는 범죄자가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발견했다고 확신하는 광신자들이 만든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을 처형하며 이 길을 용감하게 지켜 왔다. 훗날 이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광신자들은 살인자였다는 것이 백일하에 밝혀졌다. 그러자 누구나 공산주의를 비난했다. 이 나라의 불행과 독립의 상실과 합법적 살인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당신들이오! 이런 비난을 받는 사람들은 대답했다. 우린 몰랐어! 우리도 속은 거야! 우리도 그렇게 믿었어! 따지고 보면 우리도 결백한 거야!

 

ㆍ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ㆍ인간을 여러 범주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인간이 일생 동안 종사하는 이런저런 직업으로 그들을 인도한 이러한 깊은 욕구에 입각한 것이리라. 

 

ㆍ'자아'의 유일성은 다름 아닌 인간 존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에 숨어 있다. 인간은 모든 존재에 있어서 동일한 것, 자신에게 공통적인 것만 상상할 수 있을 따름이다. 개별적 '자아'란 보편적인 것으로부터 구별되고 따라서 미리 짐작도 계산도 할 수 없으며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베일을 벗기고 타인으로부터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ㆍ수많은 여자를 추구하는 남자는 두 범주로 쉽게 나뉠 수 있다. 한쪽은 모든 여자에게서 자기 고유의 꿈, 여자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찾는다. 다른 쪽은 객관적인 여성 세계가 지닌 무한한 다양성을 수중에 넣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첫 번째 부류의 집착은 낭만적 집착이고, 또 다른 집착은 바람둥이형 집착이다. 

 

ㆍ이 여자의 개별성을 정의할 수 있는 화학적 공식으로 이 기억을 농출하려고 애썼다. 그는 마침내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공식을 찾아냈다.

1. 격렬함을 곁들인 어색함

2. 중심을 잃고 쓰러진 사람의 겁먹은 얼굴

3. 총구 앞에 항복한 군인의 두 팔처럼 추켜올린 다리

그는 이 공식을 되뇌며 다시 한 번 세계의 한 편린을 차지한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상상의 메스로 우주의 무한한 화폭의 가느다란 천 조각을 절개했다는 느낌.

 

ㆍ우주 어디엔가 우리가 두 번째 태어나는 행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한 지구에서 보낸 전생과 거기에서 익힌 경험을 완벽하게 기억한다고 해 보자. 그리고 이미 두 번의 전생 체험을 가지고 세 번째로 태어나는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류가 매번 더욱 성숙하면서 다시 태어나는 다른 행성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영원회귀에 대한 토마시의 생각이다. 

 

ㆍ이런 모든 것과 사랑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6부 대장정

ㆍ1980년 <선대이 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읽고서야 사람들은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중 전쟁 포로가 된 그는 영국군 장교와 같은 감옥에 수용되었다. 그들은 공동변소를 사용했다. 스탈린의 아들은 변소를 항상 더러운 채로 내버려 두었다. 영국인들은 당시 우주에서 가장 권세 있는 남자의 똥일지라도 그들의 변소를 똥투성이로 만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에게 훈계를 하며 변소 청소를 강요했다. 그는 화를 내며 그들과 언쟁하다가 주먹다짐까지 했고 끝내는 수용소 소장의 접견을 요청했다. 그는 소장이 그들의 분쟁을 조정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똥을 두고 입씨름하기에는 독일인 수용소 소장이 너무도 자만심에 도취되어 있었다. 스탈린의 아들은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러시아 말로 끔찍한 저주를 하늘에 퍼부으며 수용소를 둘러싼 고압 철조망으로 달려갔다. 그는 철조망에서 숨을 거두었다. 거기에 매달려 있는 그의 육체는 다시는 영국인의 변소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ㆍ스탈린의 아들은 편안하게 살지 못했다. 모든 단서로 추정하건대 그를 낳은 여자를 결국은 그의 아버지가 총살했기 때문이다. 

 

ㆍ스탈린의 아들은 똥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 스탈린 아들의 죽음은 전쟁의 광범위한 바보짓 중 유일한 형이상학적 죽음이었다. 

 

ㆍ키치는 모든 정치인, 모든 정치 행위의 미학적 이상이다. 

 

뭐라고? 키치(Kitsch)를 모르고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밀란 쿤데라의 '키치'의 의미 - YouTube

 

ㆍ전체주의적인 키치 왕국에서 대답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모든 새로운 질문은 배제된다. 따라서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셈이다.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장치의 화폭을 찢는 칼과 갖은 것이다. 

 

ㆍ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예요.

 

ㆍ키치의 원천은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다. 

 

ㆍ그는 대장정이 똥보다 더 무겁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천칭에 자기 목숨까지도 기꺼이 올려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전혀 증명할 수 없다. 천칭의 한쪽 접시에는 똥이 있었고, 스탈린의 아들은 몸뚱이 전부를 다른 접시 위에 올려놓았지만 천칭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7부 카레닌의 미소

ㆍ인간은 소유자이자 주인인 반면, 동물은 자동인형,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ㆍ낙원에 대한 향수,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고 싶지 않은 욕망이다. 

 

ㆍ공표는 하나의 충격, 완벽한 맹목의 순간이다. 공포에는 모든 아름다움의 흔적이 결핍되어 있다. 오로지 우리가 기대하는 미지의 사건이 내뿜는 광폭한 빛만 보일 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슬픔이란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을 상정한다. 

 

ㆍ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k0xQU4DB-6I 

https://www.youtube.com/watch?v=VJTx9Hm1q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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