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는 탐미주의나 자연주의나 인도주의 같은 사상적 테두리를 싫어했으며, 문학 이념의 벽을 넘어 보편에 닿고자 열망했다. 그는 일본 전통 미학과도 거리를 둔 채 인간 보편의 심리를 추구했는데, 바로 그러한 일반성에 그의 미학의 진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과 생활의 틈바구니에서 그저 멍한 불안 때문이라는 유서만을 남기고 죽고 말았듯이, 그가 구하던 이데아란 오히려 지상에서 아득히 먼 별빛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현재 그의 이름은 가장 권위 있는 신인 작가상의 타이틀로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에게 문학적 세례를 준 것으로 유명하다.
라쇼몬은 스자쿠 대로에 있는 헤이안쿄의 정문, 라조몬(羅城門)을 의미한다.
라쇼몽
삶의 대한 집착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에고이즘
주인에게서 해고당한 하급 무사가 비가 내리고 있는 황폐한 라조몬의 아래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이대로 도적이 될까라고 생각하면서도 단행하지 못한다. 라쇼몬 위 누각으로 들어가자, 사람의 기척이 난다. 그것은 나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생활하기 위한 양식을 얻기 위해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는 노파였다. 그녀는 그것을 자신이 살기 위해서이며, 여기 죽은 사람도 생전에 살기 위해 악을 저질렀으니 머리카락을 뽑는 것을 용서해 줄 거라고 말한다. 노파의 행위에 대해 정의에 불탄 하급 무사였지만 그 말을 듣고 결심하여 노파의 옷을 빼앗는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몸이다." 라고 말을 남기고 칠흑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ㆍ하인은 물론 왜 노파가 시체의 머리털을 뽑는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그것을 선악의 어느 쪽으로 정리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러나 하인의 생각으로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밤에 라쇼몽 위에서 시체의 머리털을 뽑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용서할 수 없는 악이었다. 몰론, 하인은 아까 자신이 도둑이 될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 따위는 까맣게 잊었다.
ㆍ"이 머리털을 뽑아, 털을 뽑아서..., 가발을 만들려고 했지."
ㆍ"그럼, 내가 다 벗겨가도 원망하지 말어. 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몸이니까."
코
ㆍ선지내공 스님의 코라고 하면, 이케노오 지역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길이는 대여섯 치(15~18cm)정도로 윗입술에서 턱밑까지 늘어져 있었다. 모양은 위아래가 전체적으로 굵직하였다. 말하자면 기다란 소시지 같은 것이 덜렁덜렁 얼굴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었다. 쉰 살이 넘은 스님은 사미승 때부터 내도장 봉공 스님에 오른 지금까지 마음속에 언제나 코에 대한 고민이 떠난 적이 없었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이었다.
ㆍ스님이 생각한 것은, 이 기다란 코를 실제보다 짧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사람이 없을 때에, 거울을 바라보고 여러 각도로 얼굴을 비추면서 열심히 연구를 했다.
ㆍ비법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열탕으로 코를 데치고 그 코를 사람이 밟게 하는 극히 간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코의 모공에서 족집게로 지방을 제거하는 것이다.
ㆍ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누구라도 타인의 불행을 동정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불행을 어떻게라도 극복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것을 바라보던 쪽에서 왠지 섭섭한 마음이 된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뜨리고 싶다는 마음조차 생긴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소극적이기는 하나, 어떤 적의를 그 ㅅ람에게 품게 된다.
ㆍ스님은 코가 하룻밤 사이에 다시 원래대로 길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코가 짧아진 떄와 비슷한 상쾌한 기분이 어디에선가 되돌아온 것을 느꼈다. '이리 되었으니 이제 아무도 웃지 않겠지.'
두 통의 편지
ㆍ저와 제 아내에게 나타난 도플갱어
ㆍ저는 그때 그 남자에게서 처음으로 제 자신을 본 것입니다.
ㆍ저로서는 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을 부정당하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세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내의 정조마저 의심하고 있습니다.
ㆍ저는 그날밤 이후, 어떤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앞에 든 실례와 같이, 도플갱어의 출현은 때떄로 당사자의 죽음을 예고하기 때문입니다.
ㆍ의지의 유무라는 것은 그리 불확실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옥변
ㆍ원숭이 요시히데
ㆍ인간 요시히데가 그린 그림 '지옥변'
ㆍ요시히데가 눈앞에서 딸을 태워 죽이면서도 병풍그림을 그리려고 한 목석과 같은 마음이 과연 어떤 것인지.
ㆍ요시히데는 병품이 완성된 다음 날 밤에, 자기 방의 들보에 밧줄로 매달고 목매어 죽었던 것입니다. 외동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그자가 아마 편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없었겠지요.
귤
ㆍ터널 속의 기차와 시골뜨기 소녀와 그리고 또 진부한 기사로 가득한 석간..., 이것이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자. 이해할 수 없고 저급하며 지루한 인생의 상징이 아닌 그 무엇이겠는가. 나는 모든 것이 하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어, 읽던 석간을 팽개치고 다시 창틀에 머리를 기대고 죽은 듯이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ㆍ나는 이때 비로소 알 수 없던 피로와 권태를, 그리고 또 이해할 수 없고 저급하며 지루한 인생을 잠시나마 잊을 수가 있었다.
늪지
의혹
ㆍ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이십 년 전, 저는 어떤 뜻밖의 사건으 당해, 그 결과 완전히 나 자신도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ㆍ나는 아내를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거보다 낫다고 생각해 내 손으로 죽였습니다.
ㆍ그러나 아직 내게는, '그 경우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도 아내는 반드시 화재 때문에 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를 죽인 것은 전적으로 나의 죄악은 아닐 터이다.'라는 하나의 탈출구가 있었습니다.
ㆍ과연 내가 광인인지 아닍, 그런 것은 모두 선생님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설령 내가 광인이라 해도 저를 광인으로 만든 것은 역시 우리 인간 마음속에 잠재한 괴물 탓이 아닐까요? 그 괴물이 있는 한, 지금 저를 광인이라고 조소하는 사람들조차 내일은 또 나 같은 광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지는지요?
미생의 믿음
ㆍ몇천 년이 지난 후 그 영혼은 무수한 유전을 거듭하여 다시 삶을 인간에게 위탁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내게 깃들어 있는 혼인 것이다. 그러니 나는 현대에 태어났지만, 뭐 하나 의미 있는 일을 이루지 못했다. 밤낮으로 멍하니 꿈만 꾸는 세월을 보내면서, 그저 무엇인가 다가올 불가사의한 것만 기다리고 있다. 마치 미생이 어두컴컴한 저녁에 다리 밑에서 영원히 오지 않을 연인을 언제까지나 기다렸던 것처럼... ...
가을
ㆍ노부코와 사촌오빠의 관계는 누가 보더라도 장래 그들의 결혼을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ㆍ그런데 대학을 졸업하자, 노부코는 그들의 예측에 반해, 오사카의 어떤 상사에 근무하게 된 상대 출신의 청년과 돌연 결혼해버렸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이삼일 후에 신랑과 함께 근무지인 오사카로 훌쩍 떠나가버렸다.
ㆍ'뮤즈들은 여자니까 그녀들을 사랑의 노예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남자뿐이다.'
묘한 이야기
버려진 아이
ㆍ친 자식이 아니라는 비밀을 알게 된 후, 어머니는 버려진 아이인 저에게는 친어머니 이상의 분이 되었으니까요.
남경의 그리스도
ㆍ이런 돈벌이를 하면 천국에는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 아뇨, 천국에 계시는 예수님은 꼭 내 마음을 이해해주시리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예수님은 요가거리의 경찰서 사람들이랑 다를 바 없는 걸요.
ㆍ이 경건한 창녀는 불항하게도 악성 매독에 걸린 몸이 되었다.
ㆍ"네 병은 손님한테서 옮은 것이니까. 빨리 아무에게나 옮겨. 그러면 꼭 이삼일 안에 나을거야."
ㆍ10달러를 제안한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그녀는 소중한 십자가를 주었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십자가에 조각된 수난의 예수 얼굴을 보자 이상하게도 그 얼굴이 탁자 건너편의 외국인과 꼭 빼닮은 것이었다. '어쩌면 어딘가에서 본 듯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 예수님의 얼굴이었어.'
ㆍ금화는 털투성이의 손님 입에 그녀의 입을 맡기면서, 단지 타오르는 듯한 연애의 환희가, 비로소 알게 된 연애의 환희가 강렬하게 그녀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ㆍ"나 말이냐? 나는 중국요리를 싫어한다. 너는 아직 나를 모르니? 예수 그리스도는 아직 한 번도 중국요리를 먹은 적이 없단다."
ㆍ금화는 그녀의 몸에 일어난 기적으로 하룻밤 동안에 흔적도 없이 악성 매독이 치유된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이 옛님이었던 거야."
덤불 속
오도미의 정조
ㆍ"이 권총이 탕! 하고 소리 내면 저 고양이는 거꾸로 굴러 떨어질 걸. 너도 마찬가지지. 그래도 좋아?" - "안 돼. 쏘면 안 돼."
ㆍ"그럼 고양이는 알려주지, 그 대신..."
ㆍ"뭐, 아무것도 아니지만, 글쎄, 몸을 맡긴다는 것은 말이야. 여자 일생에 아주 큰일이지. 그런데 아가씨는 고양이 목숨과 바꾸려고..., 그건 아무래도 터무니없는 행동 아닌가?"
인사
흙 한 덩어리
세 개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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