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거 앨런 포는 가장 위대한 미국 작가이자 세계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작가이다.'- 빈센트 버라넬리
'나는 정상적이고 균형 잡힌 부류의 인간들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 애드거 앨런 포
M. 발드마 사건의 진실
ㆍ아프지 않아. 나는 죽어가고 있는거야.
ㆍ지금까지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제는 죽었어.
ㆍ나는 그가 '죽었어! 죽었어!'라고 외치는 소리에 짓눌린 채, 서둘러 손을 움직여 최면을 풀었다. 내가 최면을 풀자 그의 몸 전체가 곧바로 내 손 밑에서 쭈그러들었고, 부서져내렸으며 완전히 썩어문드러졌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침대에 남은 것은 거의 물로 변해버리다시피 한 흉측하고 역겨운 부패물 덩이리뿐이었다.
베레니체
ㆍ사랑했던 이의 무덤을 찾아가면 나의 고통이 조금은 잦아들 것이라고 친구들은 나에게 말했다.
ㆍ고통의 종류는 다양하다. 지상의 고통은 여러 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고통은 광활한 지평선에 무지개처럼 걸려 있다. 고통의 빛깔은 무지갯빛만큼 다채롭고, 무지개가 그렇든 선명하게 구분되는 동시에 함께 어우러져 있다. 고통을 광할한 지평선에 걸려 있는 무지개에 비유하다니! 내가 아름다움에서 일종의 추함을 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평화의 계약에서 슬픔의 비유를 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러나 윤리학에서 악이 선의 결과이듯, 슬픔은 기쁨에서 태어난다. 지나간 행복의 기억은 오늘의 고통이며, 현실 속의 번민은 상상 속의 환희에서 기인한다.
ㆍ편집광 - 병이라 한다면 병이다 - 은 형이상학에서 '집중력'이라고 일컫는 정신의 소질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신경이 병적으로 과민해지는 증세를 뜻한다. 내가 이런 상태에 있을 때, 사색의 능력은 나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한 관찰에 정신없이 몰두하게 한다.
ㆍ사색의 경우, 몽상가 내지 사색광은 주로 사소하지 않은 대상에 흥미를 느끼며, 대상에서 비롯된 온갖 추론과 연상에 이끌리는 와중에 대상 자체를 조금씩 망각한다. 사색을 유발했던 최초의 원인은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망각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 일차적 관심의 대상이 병적인 몽상에 굴절되어 비현실적 의미를 띠기도 했지만, 자체로는 한결같이 사소했다. 대상에서 추론을 끌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더라도 집요하게 원래 대상으로 돌아왔다.
ㆍ나라는 존재의 이상한 변태성 때문에 나에게서 감정은 한번도 마음에 속한 적이 없었으며 열정은 언제나 정신에 속했다.
ㆍ어느 불길한 시각에, 그녀에게 청혼했다.
ㆍ나는 미친듯이 열렬히 치아를 갈망했다.
ㆍ나는 끔찍한 치아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의 치아는 서재의 명멸하는 불빛과 그림자 사이로 너무나도 생생하고 섬뜩하게 떠다녔다.
검은 고양이
ㆍ어른이 되면서 동물들은 내게 가장 큰 기쁨의 원천이 되었다. 충실하고 영리한 개에게 애정을 느껴본 사람은 여기서 얻는 희열이 어떤 것이고 또 얼마나 강한 것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한갓 인간이라는 존재의 우정과 의리가 얼마나 하찮고 얄팍한 것인가를 시험해볼 기회가 있었던 사람은, 사심 없고 희생적인 짐승의 사랑 속에서 마음에 직접 와닿는 뭉클한 뭔가를 느끼게 마련이다.
ㆍ나는 애완동물 중에 플루토 - 우리 고양이 이름 - 을 제일 좋아했다. 플루토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ㆍ나의 기질과 성격은 술이라는 악마의 수작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고약한 방향으로 변했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침울하고 신경질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다.
ㆍ병 중에 알코올 중독만 한 병이 있을까!
ㆍ심술은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 감정 중 하나로서 인류의 성격에 일정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비열하고 어리석은 짓을 수도 없이 저지르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우리는 가장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나서도, 그것이 규칙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반하려는 성향을 보이곤 할 때가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런데 바로 그 심술이 찾아와 내 최후의 파멸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영혼의 욕망, 죄를 위한 죄악을 저지르려는 욕망, 이런 욕망에 내몰린 나는 이미 그 순한 짐승에게 상처를 입힌 것으로도 모자라 다시 한번 더할 수 없이 잔혹한 행동을 저질렀다. 어느 날 아침, 나는 태연하게 고양이의 목에 올가미를 씌워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그러면서 두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마음에는 쓰라린 후회가 일어났다. 내가 고양이를 매단 것은 녀석이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고, 녀석이 이런 짓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나 역시 알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이런 짓이 죄악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치명적인 죄악으로 인해 내 불멸의 영혼은 가장 자비로우시고 가장 강하신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도 닿을 수 없는 지옥으로 떨어질 터 였다.
ㆍ나는 악행과 재앙 사이에서 인과 관계를 찾는 나약한 존재는 아니다.
ㆍ나는 단순한 인간적 차원의 비참함을 넘어선 비참함을 맛보았다. 이런 짐승 따위, 내가 경멸하는 심정으로 죽여버린 적도 있는 고양이 따위가 나에게,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형상대로 빚어진 인간인 나에게 이토록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불러일으키다니!
ㆍ고통에 시달리다보니 내 안에 남아 있던 희미한 선의의 흔적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악한 생각, 그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사악한 생각이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ㆍ아내의 방해 때문에 악마의 분노라는 말로도 모자라는 감정에 휩싸인 나는 말리는 손을 뿌리치며 도끼로 아내의 머리를 찍었다. 아내는 신음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가증스러운 살인을 저지른 후, 나는 시체 은닉이라는 당면 과제를 처리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 지하실 벽은 시체를 숨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ㆍ나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맛보았다. 나는 내가 저지른 사악항 행동에 대해 거의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다.
구덩이와 시계추
ㆍ가장 깊은 잠 속에서도, 아니 광기 속에서도, 혹은 정신을 잃고 기절했을 때라 해도, 죽음 속에서, 무덤 속에서도 모든 것을 전부 다 잃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에게 불멸이란 없다. 아주 깊이 잠들었다 깨어날 때, 우리는 거미줄을 걷어내듯 꿈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꿈이라는 거미줄은 너무나도 가늘기에) 우리는 꿈을 꾼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는 데는 두 단계가 있다. 첫째는 정신 혹은 마음이 돌아오는 단계이고, 둘째는 육체가 돌아오는 단계다. 둘째 단계에 도달한 순간에 첫 단계의 인상을 기억할 수 있다면, 이런 인상은 심연 저편의 기억에 대해 많은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ㆍ나는 그 느릿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데 싫증을 느껴, 감옥 안에 있는 다른 물체로 시선을 옮겼다.
ㆍ사람은 막연한 감정을 생각의 형태로 완성하지 못하고 끝낼 때가 많다.
윌리엄 윌슨
ㆍ그것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험악한 양심에 대해, 내 앞길을 가로막는 그 허깨비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ㆍ당분간 내 이름을 윌리엄 윌슨이라 하겠다. 내 본명을 사용해서 내 앞에 놓인 이 깨끗한 종이를 굳이 더럽힐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내 이름 때문에 우리 집안이 세상의 경멸과 혐오와 증오를 뒤집어썼다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ㆍ대체 누구이며 뭘 하는 놈인가? 어디서 왔는가? 그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이런 의문에 대한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ㆍ나의 타고난 기질은 악행을 조장하는 각종 편의에 자극받아 곱절로 강해졌고, 나는 흥청망청 즐기는 생활에 미친 듯이 빠져든 나머지 체면이라는 기본적인 자제력까지 저버렸다.
ㆍ그때 내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았을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속아 넘어간 인간의 처량한 상황은 모두에게 난처하고 음산한 기운을 퍼뜨렸다. 그리고 얼마 동안 깊은 침묵이 흘렀다.
ㆍ끊임없이 나 자신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묻고 또 물었다. "그는 누구일까? 어디서 왔을까? 왜 내게 이러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거기에 대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붉은 죽음의 가면
ㆍ붉은 죽음으로 오랫동안 온 나라가 황폐화되었다. 그토록 흉악하고 그토록 무시무시한 역명은 본 적이 없었다.
ㆍ이 낯선 인물의 복장과 거동에는 위트도 없고 상식도 없다는 것을 모인 사람들 모두가 마음 속 깊이 느끼는 듯했다. 그는 키가 크고 말랐으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주검의 수의를 휘감고 있었다. 얼굴에 쓴 가면은 뻣뻣이 굳어버린 시체의 얼굴과 너무나 흡사하여, 가까이에서 자세히 본다 하더라도 진자 얼굴이 아님을 알기가 어려울 듯했다. 그는 느리고 엄숙하게 움직였으며, 자신의 배역을 좀더 훌륭하게 해내고 싶다는 듯, 왈츠 추는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프로스페로 왕자는 이 괴기한 형체를 발견하는 순간 공포 때문인지 역겨움 때문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다음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것은 분노 때문이었다.
폴짝-개구리
ㆍ고상함은 재치의 죽음이다.
ㆍ난쟁이에게 폴짝-개구리라는 이름을 지어준 인물이 세례식의 대부일 리는 없다.
ㆍ쇠사슬을 사용하는 이유는 쩔렁쩔렁 소리를 내어 혼란을 더하려는 것입니다.
아몬티야도 술통
리지아
ㆍ그리하여 의지는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도다. 신의 본성은 열심이며, 따라서 신이란 만물에 스며 있는 위대한 의지일 따름이로다. 인간이 천사들과 죽음에 완전히 굴복하는 것은 인간의 나약한 의지 때문일 뿐 다른 것이 아니로다.
ㆍ사람들은 불길한 결혼에는 '로맨스'라는 이름의 영이 깃든다고들 합니다.
ㆍ아, 말이란 얼마나 공허한지! 우리는 한갓 단어의 온갖 소리 뒤에 영적인 것에 대한 엄청난 무지를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ㆍ유한한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공포와 경악 가운데 나는 심장이 멎고 손발이 그대로 굳어져버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의무감 덕분에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ㆍ극도의 공포는 이런 격렬한 감정들 중 가장 덜 두렵고 덜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고자질쟁이 심장
ㆍ그렇다! 나는 예민하다. 너무, 너무나도 심하게 예민하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대체 왜 나를 미친 사람 취급인가? 병에 걸린 후 나의 감각은 오히려 예민해졌다. 마비되거나 무뎌진 게 아니란 말이다. 감각들 중에서 무엇보다도 청각이 가장 날카롭다. 나는 천상의 소리와 지상의 소리를 모두 들었다. 지옥의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어찌 내가 미쳤다는 것인가? 내가 하는 이야기들 들어보라! 내가 얼마나 건강하고 침착하게 당신들에게 사건의 전모를 들려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라.
ㆍ나쁜 놈들! 더이상 시치미 뗴지 마라! 그래 내가 죽였다! 널빤지를 뜯어내라! 여기, 여기! 이게 바로 그의 가증한 심장 소리다!
직사각형 상자
ㆍ와이엇이 나의 악의 없는 장난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일단, 그는 내 이야기가 왜 우스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ㆍ내가 실수를 저지른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너무 경솔하고 호기심 많고 기질상 충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엘레오노라
ㆍ영혼은 그 특수한 형식이 보존되는 한 안전하다.
ㆍ그러나 내 마음속의 빈자리는 그렇게 해서는 채울 수 없었다. 나는 그 옛날, 내 마음을 채우고 넘치던 사랑을 그리워했다. 이곳 계곡은 엘레오노라에 대한 기억으로 나에게 고통을 주었고, 나는 영원히 이곳 계곡을 떠나 세상의 시끄러운 환락과 허영을 찾아 길을 나섰다.
어셔 저택의 붕괴
ㆍ자연 풍경이 아무리 쓸쓸하고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볼 때 우리는 반쯤은 유쾌한, 시적이기 때문에 유쾌한 감정을 느끼게 마련인데, 어셔 저택을 보았을 때 느꼈던 우울한 기분은 다른 어떤 유쾌한 감정으로도 달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참을 수 없었다고 표현한 것은 그 때문이다.
ㆍ어셔 저택을 바라볼 때 이토록 무기력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도저히 풀 수 없는 미스테리였다. 나는 불만족스러운 결론 - 아주 단순한 자연물들이 서로 결합될 경우, 이와 같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실제로 있지만, 이런 힘을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결론 - 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ㆍ그는 변태적인 종류의 공포심에 사로잡힌 노예였다. '나는 조만간 공포라는 무시무시한 허깨비와 싸우다가 목숨도 잃고 정신도 잃어야 하겠지'
타원형 액자의 초상화
ㆍ나는 황급히 그림을 쳐다보고, 눈을 감아버렸다. 왜 그랬는지 처음에는 나도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눈을 감아버린 이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충동적인 행위는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고, 내가 그림을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또한 흥분된 상상력을 가라앉히고 좀더 냉정하고 확실하게 바라보기 위한 것이었다.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한번 그림에 시선을 고정했다. -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도 없었고, 나는 그것을 의심할 생각도 없었다.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경이코노미 2140 (0) | 2021.12.30 |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마여 앤젤루 (0) | 2021.12.30 |
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0) | 2021.12.30 |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 데이먼 센톨라 (0) | 2021.12.29 |
4차 산업혁명시대 플랫폼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 정상희 (0) | 2021.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