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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 인류 / 하워드 민즈

by mubnoos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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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10,000 years of swimming

ㆍ6개월 미만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면 저절로 수영한다.

 

ㆍ물 한방울 없는 사막의 깊은 동굴 벽에 고대 원시인들은 수영하는 사람을 그렸다.

 

ㆍ그리스 철학자들은 '수영'을 못하면 지식인으로 쳐주지 않았다.

 

ㆍ로마시대 가장 치욕적인 말은 '저 인간은 읽지도 못하고 수영도 못해'였다.

 

ㆍ로마제국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모두 알몸으로 수영했다. 

 

ㆍ중세시대에는 수영이 금지되었고 만약 물에 던져서 떠오르면 '마녀'로 지목되었다. 

 

ㆍ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최고의 수영 전도사였다. 

 

ㆍ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윌든 호숫가에 사는 2년 동안 매일 알몸으로 수영을 즐겼다. 

 

ㆍ1907년 아네트 켈러만은 보스턴 해변에서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연습을 하다가 '부적절한 노출'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ㆍ'비키니' 수영복은 1946년 처음 선보였다. 

 

 

 

 

 

 

 

들어가며 _ 아주 먼 옛날 이집트에서는……

ㆍ수영은 정밀한 기술인 동시에 행위 예술이다. 

 

ㆍ수영할 때의 감각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물에 빠질 때 느끼는 공포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공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ㆍ사막에서는 물을 찬양할 수 밖에 없다. 

 

 

 

 



1 신, 인간 그리고 수생 유인원

ㆍ3억 8천만 년 전에 이미 인간의 팔다리의 기본 형태가 갖추어졌다. 비록 그것이 데본기 바다를 헤엄치던 물고기의 지느러미였을지라도 말이다. 

 

ㆍ겨울철 수영은 긴장과 피로, 신체 소극성을 낮추는 데 반해, 활기는 높여주고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섬유근통, 천식 등 다양한 증상의 고통을 덜어준다. 고래들이 우리 인간들보다 더 평화로워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ㆍ모든 문화에서 가장 위대한 시험은 언제나 물이 담당했다. 

 

ㆍ수영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ㆍ인간은 7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이 수치는 지구 표면에서 바다가 차지하는 비율인 71%와 거의 일치한다. 

 

 

 


2 수영의 황금시대

ㆍ인간은 읽고, 쓰고, 헤엄칠 줄 알아야 비로소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 플라톤

 

ㆍ로마인들은 헤엄칠 때 팔을 번갈아 휘젓기만 할 뿐 아니라, 매번 스트로크에서 손이 밖으로 나오도록 했다. 그들의 수영방식은 현대인들이 수영의 원조라고 부르는, 가장 빠르고도 효과적이라고 부르는 방식이었음이 분명하다. 

 

ㆍ수영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고대에 황금기를 맞았다. 클로드 에티엔 사바리는 유명한 <이집트에 관한 서신>에서 당시 이집트인들은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물속에서 기품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기록했다. 기원전 1세기 아르메니아 왕국이 한창 전성기를 누릴 때도 왕족과 귀족들은 아들에게 ‘남성 스포츠’를 가르쳤는데, 복싱과 레슬링 그리고 수영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수영은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다. “인간은 읽고 쓰고 헤엄칠 줄 알아야 비로소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라는 플라톤의 유명한 격언은 말뿐 아니라 실제로도 존중받았다. 한 논평가는 “수영은 그리스 교육에서 필수 과목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이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헤엄치기는 민물보다 바닷물이 나으며, 차가울수록 좋다.”

 

 


3 제일 처음 수영이 있었고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ㆍ마녀를 찾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에 뜨는지를 보는 것이다. - 리차드 볼튼

 

마녀와 물은 중세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치명적인 조합이었다. 이 시기에 마녀로 지목된 인물들은 ‘마녀 물고문’을 당했다. 1613년 런던에서 발행된 <체포되고, 조사받고, 처형당한 마녀들>이라는 제목의 팜플렛에는 베드퍼드에서 두 여인이 어떻게 물고문을 당했는지 기록되어 있다. 서튼과 그녀의 딸은 주인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우선 사전 재판에서 두 여인은 속옷만 빼고 다 벗겨진 뒤, 팔이 묶인 채로 깊은 연못에 던져졌다. 밧줄에 묶인 채로 물에 빠져서 바닥으로 가라앉으면 구조되지만, 수면으로 떠오르면 죄가 있다고 여겨졌다. 두 번째 재판도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조금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몸이 묶였다. 왼손 엄지손가락을 오른쪽 발가락에 묶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왼쪽 발가락에 묶은 것이다. 서튼과 그녀의 딸은 이 재판에서 가라앉지 않고 떠올랐다. 이후 마녀 혐의에 대한 형식적인 재판들이 이어졌고, 그 결과는 예견된 대로 처형으로 이어졌다.

 

ㆍ중세는 르네상스를 향해 문을 열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유럽인은 팔과 다리를 저으며 물속에서 나아가는지, 혹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지식조차도 잊고 말았다. 

 

 

 


4 잃어버린 기술을 찾아서

ㆍ위험한 전시 상황에서 굉장히 유용한 운동이 있다. 하지만 특히 귀족들은 오랫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수영이다. - 토머스 엘리엇

 

ㆍ인더스 강에 가로막힌 알렉산더 대왕은 '오, 다른 무엇보다 헤엄치는 법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구나!'라고 한탄했다. 

 

ㆍ인간의 신체는 체질적으로 물에 알맞다. 철저히 생각해봤다면 내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지구의 그 어떤 다른 생명체들보다 수영에 뛰어나다. 

 

 

 

 


5 수영 ver.2

ㆍ성의를 다해 수영을 배우시오. 모든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영을 배우면 여러 상황에서 안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고, 더 행복해집니다. - 벤자민 프랭클린

 

ㆍ벤자민 프랭클린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감기는 추위나 습기로 인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안 해서 걸리는 것이라고 썼다. 

 

ㆍ바다의 염분은 입자들을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부패를 막아준다. 

 

 

 

 


6 욕조마다 개구리 한 마리

ㆍ물속에서 몸을 추진하는 데 있어 손은 무용하다. 그것은 오롯이 발의 몫이다. - 존 리히

 

 

 

 


7 상금을 건 수영 대회가 열리다

ㆍ오늘날 수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수영은 정말 극소수의 뛰어난 선수들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8 모든 산에선 등반을, 모든 바다에선 헤엄을……

ㆍ물에 오래 머물수록 저체온증의 위험도 상승한다. 저체온증을 방지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빛 알락돌고래 기름을 바르고 그 위에 빨간색 수영복을 입었다. 그리고 때때로 헤엄치다 지원보트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소고기 국물을 마시고, 대구 간유, 커피, 에일 맥주 그리고 브랜디를 마셨다. 오늘날에는 바세린이나 거위 기름을 바르지만 체온을 유지하고 피부 진정 작용을 위해 뭘 하든, 이토록 차가운 물에서는 체온이 곧 떨어지기 마련이다. 체온이 37도 이하로 내려가면 소근육 조절 능력이 약화되고, 사고력이 둔해지며, 결국 대근육 기능도 상실되기 시작한다. 

 

 

 

 


9 위대한 수영복

ㆍ진정한 중세인이 되려면 육체가 없어야 하고, 진정한 그리스인이 되려면 옷이 없어야 한다. - 오스카 와일드

 

‘영국의 고상함’은 여성들이 물에 들어갔을 때도 자유로운 수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담그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건장한 지역 아주머니들이 안내원이 되어 여성들의 몸을 파도에 담가주고,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머리까지 물에 담가 해변 여행을 만끽하도록 도와주었다. 기독교 세례 방식을 참고한 듯,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 번 담그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이었다. 그런 다음 다시 수영차에 올라타면 말이 해안으로 마차를 끌고 갔다. 당시 여성들은 해안에 올 기회가 흔치 않았고, 온다 한들 몸을 몇 번 물에 담글 뿐, 수영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10 호주가 낳은 수영 히로인

1907년 7월, 켈러만은 보스턴 리비어 해변에서 (기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에 꼭 끼는 판탈롱”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원피스 수영복이었는데, 다리가 훤히 다 나오고 가슴 형태가 다 드러나는 옷이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출동했고, 켈러만은 부적절한 노출을 이유로 체포되었다. 재판에서 켈러만은 혐의를 인정했지만 판사를 향해 이렇게 질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법적으로 의복을 규정하는 것이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는 것과 대체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이 헤엄치는 법을 몰라서 죽거나 아니면 법에서 정하는 그 많은 옷들을 껴입고 도저히 헤엄을 칠 수 없어서 죽어야만 했던 것일까?

 

ㆍ결국 수영에서, 특히 장거리 수영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세하다. 걸리적거리고 놀라운 피하지방 덕분에 말이다. 

ㆍ1975년 켈러만이 세상을 떠날 즈음의 '수영복'은 꼭 가려야 할 부분만 가릴 만큼 아주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11 나일론, 제2차 세계대전, 제임스 본드 그리고 초미니 수영복

ㆍ미국에서는 성관계, 수영, 그리고 대중문화가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집결되고 강해지고 있었다. 

루이 레아르가 공개한 새로운 수영복은 기존의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배꼽뿐 아니라 엉덩이도 훤히 드러나 있었고, 가슴의 상당 부분도 가려지지 않은 채였다. 그 이름도 과감하여 비키니 bikini였다. 이것은 비키니 환초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곳은 북태평양 마샬 제도에 있었으며 비키니 수영복이 공개되기 불과 나흘 전, 스물세 개의 원폭 실험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제 비키니는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이름이 되었다. 정작 비키니 환초는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12 함께 수영하기와 홀로 수영하기

ㆍ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수영자이 계속 생겨났다. 

 

ㆍ수영장은 모두 낯선 사람임을 자처하는 사람들끼리 끊임없이 규칙을 바꿔가며 적응하는 공간이다. 수영장은 지역의 사회세계로 나름의 규칙과 방식 그리고 무언의 자본이 참여자들 사이에서 공유된다. 명확하지는 않아도 참여자들은 서로 맞춰가며 질서를 만들고, 이는 계속해서 개정되고 있다. 

 

 

 

 

 

 

 


13 최후의 금기

ㆍ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익사 사망률은 백인이나 히스패닉계 미국인보다 40%나 높다. 흑인보다 익사율이 높은 민족은 알래스카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뿐이며, 그들 또한 비슷한 이유로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제대로 된 수영 교육을 받지 못했다. 

 

ㆍ수영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자립심을 기르기 좋은 운동이다. 장거리를 계속해서 헤엄쳐 가는 수영인들은 발을 구르고 팔을 휘젓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채 오롯이 혼자만의 경기를 펼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14 성장통

ㆍ접영의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사실 접영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개발했다고 볼 수 있다. 

 

 

 

 

 


15 가장 빠른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경우, 신장이 193센티미터에 이른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마자, 그는 자동으로 돈 숄랜더보다 12센티미터가량 앞서게 되는데, 그가 지닌 유리한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혹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펠프스는 신체 조건 면에서 끝없이 유리하다. 두 팔을 활짝 펼친 길이는 보통 신장과 같은데, 펠프스의 경우 양팔을 벌린 폭이 201cm이며 길게 늘인 상체의 길이는 신장이 203cm인 사람과 맞먹는다. 상체의 팔 길이 그리고 커다란 손 덕분에 그는 물속에서 무적의 추진력을 자랑한다. 펠프스의 발 사이즈는 305mm로 그가 어떤 스트로크로 헤엄쳐 가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그는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조건을 가진 수영 선수다. 

 

ㆍ기능성 수영복이 수영 선수들에게 미친 영향은 스테로이드 약물이 야구 선수들의 홈런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 

 

ㆍ작은 도구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바로 수경이다. 1960년 후반까지도 해도 선수들은 대부분 수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16 얼마나 더 해야 만족할까?

ㆍ수영을 너무 많이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는 의미다. 그런데 무중력의 환경에서 계속 운동을 할 때 상승하는 엔돌핀은 노년기의 수영 선수들도 하여금 계속해서 수영을 하게 만든다. 심방성 부정박동의 위험도가 증가해도 끝없이 왕복 수영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그중 하나다. 

놀라운 수영 세계에서는 속도에 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일류 수영 연구 센터인 인디아나대학교의 카운실맨 수영과학센터에서는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수영의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하기 위해 전방향 가속도계를 설치했는데, 이는 최적의 수영 훈련 거리와 속도를 수량화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다. 네 가지 영법의 저항력과 속도 사이의 관계도 연구하고, 전신 제모가 피부 감각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한 뒤,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근 기능 향상을 가져오는지 지켜본다. 그리고 조금 재미있는 실험으로는 초코 우유가 맛이 더 좋을 뿐 아니라 기능 면에서도 최첨단 수분 보충 음료나 이온 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지 등도 연구한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초코 우유도 확실한 기능을 자랑한다.

 

 

 

 



마치며 _ 물과 함께한 나의 인생

ㆍ나는 오롯이 혼자였고, 내가 머물던 그곳과 완전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정말 완벽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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