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는 사회 = 인연이 없는 사회 = 무연사회
- 일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 현실을 부각시켰던 워킹 푸어 문제. 그게 마침내 사람들의 살고 죽는 문제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새삼 모두가 강렬하게 느꼈다.
- 사전에서 ‘무연’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인연이 없는 것’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취재팀은 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취재도 진행해 누구와도 ‘인연이 없다’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실은 숱하게 많은 데 놀라게 되었다. 가족 대신에 사후 정리를 해줄 NPO(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 시민단체)에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50대의 사람들도 몰려들고 있었다. 대기업을 정년 퇴직한 남성이나 ‘나홀로’ 여성 등도 있다. 홀로 인생의 마지막을 맞는 데 대한 불안이 생각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 이 남성은 생활보호도 받지 않고 노숙 생활을 해 가면서 일자리를 계속 찾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 원래 '관계'나 '인연'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고 그것을 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상징하는 멀어진 인간 관계
- '무연사'라는 새로운 죽음 - '행방불명', '아무도 거두어 가지 않는 시신'
제1장 추적 ‘행려사망자’-불과 몇 줄로 정리되는 인생
- 왜 사람들은 사회와의 관계를 잃고 무연사하는 걸까. 가족과의 관계인 ‘혈연’, 고향과의 관계인 ‘지연' 회사와의 관계인 ‘사연' 이런 ‘인연’이나 ‘유대’를 사는 동안 어떻게 잃었던 것일까. 그 궤적을 하나하나 좇아가면 무연사를 만들어내는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 "거실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로 앞으로 쓰러져 넘어진 모습에 부패한 상태로 사망..."
- 일반 프로그램과 달리 내레이션도 없다. 상황을 설명하는 자막만으로 담담히 전하려고 하였다. 당시 방송의 자막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성명 미상 남자의 죽음을 일주일 이상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계속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던 텔레비전.’‘빛이 멈춘 상태의 방.’‘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혼자서 고독하게 죽어 누구도 거두어 주지 않는 무연사
- 무리하게 사람을 모아 장례를 치르는 것은 가족에게도 주변사람에게도 '짐이 된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세상에 확산되고 있다.
- "지금 가장 무서운 일은 병이 들어 쓰러지는 것입니다. 죽는다면 한 순간에 누구한테도 짐이 되지 않고 조용히 죽고 싶습니다."
제2장 멀어져 가는 가족의 인연-거두어 가기 거부한 시신의 행방
- 우리는 지자체 직원에게서 ‘인수 거부’에 따른 무연사가 급증하는 주된 이유가 가족의 형태 변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는 3세대가 함께 사는 ‘3세대 동거’가 상식이었지만 ‘핵가족화’ 시대를 지나 지금은 혼자서 사는 ‘독신’ 시대로 변해버렸다.
- ‘독신화’ ‘미혼’ ‘저출산’이라는 가족의 형태 변화가 ‘무연사회’의 확대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눈에 보였다
- 누나는 남동생의 죽음을 모르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안타까워진다. 누나가 부재중 전화 녹음을 남기고 있고 그 말이 흐르는 중에 다테야마 씨는 혼자 사는 방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었던 것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유품 정리 작업. 그리고 그 가운데 흐르는 메시지. 차례차례로 다테야마 씨가 살았던 증거가 정리되어 가는 현실과 누나가 남동생에 말을 걸었던 과거의 메시지. 무연사의 심각한 현실을 더욱 부각해서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
- 무연사의 현장에 나타나는 새로운 비지니스, 가족을 대신해 유품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자.
- 취재에서 숱한 인수 거부를 목격하게 되었다. 결코 특별한 가족의 경우가 아니다. 가족이라고는 해도 사이가 멀어져 뿔뿔이 흩어지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미혼화’나 ‘저출산’이 진행되고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혼자 사는 독신자 인구가 많아 지는 ‘독신화’의 시대가 됐을 때에는 과연 어떤 사태가 일어날 것인가. 무연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것을 불안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제3장 독신 시대-급증하는 평생미혼
- 과거에 많은 가족으로 활력이 넘치던 주택 단지도 지금은 독신자가 늘어 낮에조차 적막하다.
- 이혼하자는 말은 후지타 씨가 먼저 꺼냈다고 한다. 요통과 당뇨병 등으로 일할 수 없게 되어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혼 후에 후지타 씨는 생활보호를 받아 살기 시작하였다. 자살을 기도한 것은 혼자가 되고 10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매일 맞지 않으면 안 되는 인슐린 주사. 몸은 하루 하루 약해져 가는 듯이 느꼈다. 일도 할 수 없고 가족도, 이야기 상대도 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고통을 참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인가. 후지타 씨는 수면제를 다량으로 먹었다. 방에는 '빨리 편해지고 싶다'고 쓴 메모를 남겨 놓았다.
-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은 무연사회의 취재 현장에서 몇 번이고 듣게 된다.
-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겠다고 고독을 참아가며 혼자 살고 있는 고령자에게서 더 이상 무엇을 뺏겠다는 것인가.
- 젊은 세대에 눈을 돌려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독신화가 확산되는 새로운 요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미혼의 증가다. 50세 시점에서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평생미혼율’이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경우 2005년에 16퍼센트였던 평생미혼율이 2030년에는 거의 30퍼센트로 3명 중 1명에 이를 전망이다. 여자는 23퍼센트로 남자보다 비율은 낮지만 2005년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지는 만혼화가 오래 전부터 지적되었지만 이제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가는 이유
1) 편의점의 보급 등 혼자서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인프라의 정비
2)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
3)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회적인 규범의 약화
4) 여자의 경제력이 향상되어 결혼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의 증가
- “우선 가족 내에서 서로 도와주는 ‘가족 안전망’이 있고 그 다음에 기업이 고용을 유지해 안정적인 임금을 지불한다고 하는 ‘기업 안전망’, 그리고 사회보장이라는 ‘공적인 안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족 안전망은 약해지고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로 기업 안전망도 허술해져 버립니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가 바로 지금 닥친 문제입니다.”
- 미혼으로 혼자 살고 있는 남자가 안정된 일자리를 잃었을 때 갑자기 커지는 불안과 고독, 생활의 위기, 그것은 과연 그들 자신의 책임인 것일까.
제4장 회사 일에만 매달린 사람의 말로-유사가족에 의지하는 사람들①
- 회사와의 인연을 잃은 사람들. 구조조정이나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 그리고 단카이 세대의 대량 퇴직. 회사와 인연을 잃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뭐, 썩고 있어도 어쩔 수 없어서 담담하게 일을 했습니다."
- 죽을 힘을 다해 일했던 은행 생활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다카노 씨는 현재의 생활이라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는 생활. 다카노 씨가 어떻게 해서든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 그것은 잃어버린 가족과의 관계였다. 잃어버린 가족과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되돌리 수 없을까 하고 무척 바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황혼 이혼으로 가정을 잃은 다카노 씨에게는 회사만이 사회와의 유일한 접점이었지만 그것도 끊어졌다.
제5장 홀로 사는 여성들-유사가족에 의지하는 사람들②
- 공동묘지에서 기도를 올리는 와카야마 씨, 독신이기 때문에 생전에 여기에 묻히기로 결정하였다.
-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 한편에 쓸쓸한 구석이 있다.
-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 새삼스럽게 후회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그래도 여자라서 아이를 낳고 행복해하는 사람을 보면 한 번은 결혼 해서 나도 하는 마음은 듭니다. 아니 그런 마음이 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굳이 말한다면 여장부로 꾹 참는 쪽이었으니까, 최근에는 눈물이 나와버려요. 그런 생각을 할 때는."
- '친구를 찾아서 공동묘를 선택'
제6장 젊은 세대에 퍼져가는 무연사의 공포-트위터에서 떠도는 미래에 대한 불안
- ‘무연사회, 남 일 아니네.’ ‘이대로 가면 나도 무연사한다.’ NHK 특집 ‘무연사회: 무연사 3만 2,000명의 충격’ 방송 직후부터 인터넷에서는 이런 글이 잇따랐다. 그 숫자가 3만 건을 넘어 인터넷에서는 일종의 소동, 무슨 사건처럼 되었다.
- 우리는 프로그램상 필요한 인터뷰가 끝나고도 트위터에서 취재를 계속해 갔다. 그리고 나중에 다 세어보니 10여 명을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들은 셈이 됐다. NHK 특집 ‘무연사회’에서는 50대와 60대 이상 초노년층의 ‘무연사’를 다루었지만 실은 폭넓은 세대, 30대, 40대에까지 ‘무연감’이라는 정서가 퍼져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정말 ‘무연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재를 끝낼 수가 없었다.
- ‘미래의 내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NHK 특집 ‘무연사회’를 보았다. 평생미혼! 2030년에는 여성 4명 중 1명이 평생 미혼으로 산다네. 나야말로 그 ‘1명’에 속하겠구나.’
- 한창 일할 나이의 '히키코모리' - 회사와의 인연을 잃을 때 비극은 시작된다.
제7장 인연을 되찾다-제2의 인생을 산 남자
- 저 자신도 최근 2년간 큰 목표를 가진 취재팀 속에서 ‘무연사회’라는 주제에 천착해 프로그램을 제작해왔지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취재 보고를 들을 때마다 ‘무연사회’의 실상을 아직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나라의 수면 아래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도 취재팀과 함께 예단하지 않고 주시해 성과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같은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문제제기만 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해결 ‘가능성’을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모색해가려고 한다.
- 제도나 시스템만으로는 무연사회와 맞설 수는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인연'을 만들려고 하는 작은 용기가 쌓이고 쌓이는 것이야말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혼자 사는 사람들.
'짐이 되는 게 아니다. 남을 믿고, 남에게서 신뢰를 받고, 그것으로 족한 거 아닐까.'
'무연사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이런 믿음을 '인연'이 느슨해진 지금 사회에 전달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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