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6. 아프리카 / 자서전

by mubnoos 2025. 1. 22.


이때의 나는 직업도 돈도 미래도 
아프리카에 가서 죽더라도 내 열정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면 내가 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누구일까? 이 어려운 질문, 
난 내가 꿈꾸는 비전, 꿈, 혹은 소명 따위를 내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니, 만들지 못하더라도 미완성이라도 시도하고 싶었다. 결국 끝날지 알면서도 어제 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을 만들려고 한 우리에게 있는 그 프로그램, 난 오늘 죽더라도 날 발견하고 싶었다. 날 발견할 수 없더라도, 신이 있다면 명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명료함. 명료함. 데카르트, 칸트, 흄, 카뮈 그 모두가 원했던 명료함. 그것이 필요했다. 

 

 

아프리카로 가기 전에 
"내가 가는 길은 오직 주가 아시나니, 내가 정금같이 나가리라."


아프리카에서 나오기 전에 
"두 사람이 뜻이 같지 않은데, 어찌 동행하겠으며"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난 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했지만, 신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신은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마음 속에 있었던 감정은 엄마에게 미안하다였다. 지금까지 최고는 아니여도 최선으로 길러주신 어머님께 너무 죄송했다. 가출하고, 유학까지 서포트해주셨지만 병신이 되어서 돌아온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면 내 마음보다 더 아팠다. 난 죽고 싶었다. 포기하려고 한 게 아니라, 포기했다. 그 어떤 명료함이 없는 모호함, 무정형의 모순들, 아무것도 모른 체 살 수 있나? 자신이 없었다. 그냥 내가 정신병자 같았다. 난 집에서 네 발로 기어다녔고, 씹는 음식은 아예 먹지도 않았다. 말은 하지도 않았고, 방에 누워서 울었다. 소리 내어 우는 것도 1시간 이상 못한다. 소리 내지 않고 계속 울었다. 난 그렇게 내 방에서 소리없이 포기한 채 존재했고, 울었다. 그리고 우는 것도 포기했다. 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칼을 들고 생각했다.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엄마와 동생은 집안에 있는 날카로운 것들을 모두 내다 버렸다. 2달 정도 지났을까? 새벽에 다시 소리내어 울었다. 엄마와 동생과 택시를 타고 연세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갔다. 야간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할 수 없는게 없다고 했고,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난 다시 울었다. 집밖으로 나갈 수도 사람들을 만날 수도 어떤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동생에게 미안했다. 엄마는 내가 없었으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동생은 나 같은 오빠가 없었다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난 누굴까? 왜 태어났을까? 왜 죽을수 없는 걸까?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미래 / 자서전  (0) 2025.01.22
7. 청진 / 자서전  (0) 2025.01.22
5. 유학 / 자서전  (0) 2025.01.22
4. 신학 / 자서전  (1) 2025.01.22
3. 복귀 / 자서전  (0)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