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해? 아니.
그럼 왜 같이 살아? 딸을 위해?
그건 너무 슬픈데?
인사도, 대답도 하지 않는 딸은 왜 그럴까?
아빠보다 숙제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 그렇게 만든 내 잘못인거지?
얼마를 버는지, 얼마를 쓰는지, 얼마가 있는지, 알려고 하면 안 되는 거지?
아무것도 모른 채 돈만 벌면 되는거지? 돈은 중요한 게 아닌거지? 중요할 만큼 없어서인거지?
설마 그 역할도 못하게 되면 카프카의 벌레가 되는 건 아니겠지?
나 스스로 붙잡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또 다시 노력한다면, 책임을 다하고 역할에 충실한다면 덜 공허할까?
아닌거 같아. 이 끝에 뭐가 남을까?
밥 한 번 해줘본 적 있어?
제대로 된 선물해 본적 있어?
니가 먹은 건 먹고 설겆이 남기지마.
찡찡대지 마, 다 힘들어.
신경쓰이지 않게 너 일은 너가 알아서 해.
집에서 주방말고 내가 편하게 있을 곳은 어디일까?
침대 위에 누워있어도 되는 걸까?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음식이 된 때에 편한 자리에서 먹는 것은 왜 어려운 일이 됐을까?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 할 필요가 있을까?
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어렵고 공허할까?
엄마에게, 딸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왜 점점 더 무력해질까?
난 누굴까? 아빠일까? 남편일까? 아들일까? 누굴 믿을 수 있을까? 누가 날 지켜줄 수 있을까?
누구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아빠는 내가 외롭다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어떻게 될까?
아빠처럼 죽거나, 정말 운이 좋으면 장인처럼 될까?
더 냄새나고 불편한 존재가 되기 전에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왜 그들을 그렇게 뒤에서 말할까? 그게 당연한 걸까? 다들 그런가? 난 누구한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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