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기원 / 브라이언 보이드

 

 

 진화론이 예술마저 설명할 수 있을까?

• 아우슈비츠의 수용자들에게서 동물적 생존 본능이 실패한 이유는 뭘까? 마 마셔버리기에도 부족한 차를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은 수용소의 극한 상황에서 나름의 문화적 행동에 '투자'한 사람들이 더 많이 생존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문화적 행동은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 이야기는 진화에 매우 중요한 '적응'이다. 

 

제1편 진화론으로 읽는 인간과 예술

1부 진화와 자연

• 표현형이 유전자형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생식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면으로만 번식한다는 점에 있다. 

 

• 다윈은 거의 우연처럼 보이는 과정을 통해서도 엄청난 복합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연이 생물계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도 진화의 힘이 순전히 우연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 진화가 다 적응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소행성, 화산, 기후, 지질학적 변화와 같은 생물과 무관한 우연의 요소들도 있다. 생물학적으로 유리한 기능을 만드는 복잡한 설계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자연선택뿐이다. 

 

• 적응은 적합성을 향상시키는 자연선택에 의해 변형되는 특성이며, 생존의 능력이자 건강한 자손을 낳는 능력이다. 

 

• 적응이 완벽한 설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1. 적응의 기능은 요행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오로지 유기체가 이용하는 대상으로부터 얻어진다. 

2. 적응은 본래 완벽할 필요가 없다. 

3. 적응주의는 특정한 시기의 적응 상태를 가정하지 않는다. 

 

• 적응의 핵심 요소는 기능에 부합하는 설계다. 

 

• 인간의 두뇌활동은 비용이 많이 든다. 

 

• 생물학은 무조건적 이타주의를 확고히 배제한다. 

 

• 단일한 집단 안에서는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를 이기지만, 여러 집단을 놓고 보면 이타주의 집단이 이기주의 집단을 이긴다. 

 

• 우리가 진화의 논리를 실천하는 방식은 의식적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논리가 실천되도록 설계된 감정에 따르는 것이다. 

2부 진화와 예술

• 하찮은 특성도 대단히 기능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예술에 대한 입장

1. 예술은 유의미한 범주가 되지 못한다. 

2. 예술은 인간의 보편성이 아니다. 

3. 예술은 오로지 문화, 문화적 전통, 문화적 다양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4. 예술은 기능의 견지에서 설명할 수 있다.

5. 예술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의 소산이 아니라 번식상의 이익을 위한 성적 선택의 소산이다.

6. 예술은 인간 정신의 적응적 특성이 낳은 산물이다. 

 

• 예술의 주요한 두 가지 기능

1. 예술은 정신의 적응력을 자극하고 훈련하는 기능을 한다. 

2. 예술은 창의성을 낳는 사회적, 개인적 체계가 된다. 

 

• 예술은 창조성을 창조하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흔히 창조성을 삶의 목적, 특히 예술의 목적으로 볼 뿐 진화의 목적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창조성은 단지 진화의 맹목적 논리가 세게에 작용한 놀라운 결과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진화는 예지나 목적을 가지지 않으며, 창조성도, 심지어 다양성도 지향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에서 미래의 유용성은 중요하지 않다. 

 

• 우리에게 예술적 창조성은 그 자체로 이득이다. 여러 문화권과 시대가 남긴 음악, 설게, 이야기, 뛰어난 걸작의 다양한 형태는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다. 이렇게 예술은 인류 문화 전반에 걸쳐 창조성을 심화시킨다. 예술은 우리에게 상상으로 탐험하는 습관을 발달시켜주므로 우리는 세계를 닫히고 주어진 게 아니라 열리고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여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가능한 것, 조건에 계약된 것, 불가능한 것의 넓은 공간 속에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본다. 예술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을 열고 그곳에 상상의 환경을 조성한다. 

3부 진화와 픽션

•  우리는 왜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서로 믿지도 않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 픽션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 이야기를 이야기로 만들려면 먼저 사건과 사건의 연쇄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

2) 이야기는 인간만이 가진 메타표현의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3) 픽션에 대한 우리의 성향은 진짜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능력과 달리 생물학적 견지에서는 언뜻 비생산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이야기가 반드시 언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마임, 스틸 사진, 그림자 인형극, 무성 영화 같은 양식들을 취할 수도 있다. 언어에 국한되지 않아도 되므로 이야기는 흔히 공연을 통해서 영향력을 얻는다. 또한 춤, 연극, 오페라, 영화에서 음악이 나타내는 감정적 강조도 있고, 무대 조명, 희극, 영화에서의 시각적 초점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이고 탄력 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언어이다. 

 

• 픽션은 우리를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끊임없이 유혹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가 사건 이해를 연습하고 다듬는데 도움을 준다. 픽션은 사건을 해석하는 능력을 만들어주기보다는 향상시킨다. 픽션은 관련 정보를 미리 선택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에 관심을 미리 집중 시켜 이해의 인지적 과제를 단순화 한다. 그와 동시에 픽션은 전력적 정보가 실생활에서의 정상적인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흐르도록 하며, 사건의 전개로부터 어느 정도 분리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우리가 재빨리 추론하고, 정신적으로 새로운 인물, 시간, 관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픽션은 실제 사회적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도록 해주며, 이 능력은 집중적이고 적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 픽션은 대리 경험과 행동 선택의 범위를 넓혀준다. 놀이처럼 픽션은 가능한 기회와 위험을 배우도록 해주며, 실제로 위험에 처하지 않고서도 피할 수 없는 좌절에 대처하는 필요한 전략과 감정적 수단을 제공한다. 그 과정이 대단히 효율적인 이유는 픽션이 강렬한 경험과 집중된 변화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초자극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관심을 끌 뿐 아니라 감정을 불러 일으켜 기억을 확장한다. 

 

• 픽션의 주요 기능은 우리가 행동을 계획하고 결정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시나리오나 모델을 제공하는 능력이다. 

 

• 사고 실험은 현실적인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현실에 관한 우리의 사고를 명료히 해야 한다. - 리처드 도킨스 

 

• 남성은 여성보다 번식의 변이가 더 크다. 여성은 거의 다 자식을 낳으며 자식이 아주 많은 여성은 없다. 반면 남성의 경우 번식에 실패하면 자식이 없고 가장 성공한 남성은 많은 자식을 거느린다. 그래서 남성은 보통 여성보다 지위를 차지하려는 성향이 훨씬 더 강력하다. 지위가 있으면 여성을 얻기에 유리하므로 지위를 얻기 위해 극단적 행동도 불사한다. 그러므로 남성은 양 극단으로 과도하게 표현된다. 한편에는 성공이나 천재가 있고 다른 편에는 실패, 범죄, 정신질환, 마약 중독이 있다. 고전적이거나 대중적인 작가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그런가 하면 스펙트럼의 반대편 끝, 예컨대 자폐증 환자의 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4:1 로 훨씬 더 많다. 여성은 보통 남성만큼 절박하게 지위를 좇지 않으며, 그보다는 육아에 더 신경을 쓴다. 

제2편 호메로스에서 닥터 수스까지, 이야기의 기원들

4부 이야기의 역사적 기원, 《오디세이아》

• 충격적이고 위험한 사건은 이야기의 가장 단순한 주제다. 

 

• 감정은 행동의 지침으로 진화했다. 즉 현재 상태와 행동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치를 평가해 올바른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당연히 긍정적인 감정적 결과를 선호하며, 그것이 더 유익한 행동 경로를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공포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더 중요하며, 따라서 더 강력하다. 우리는 먹어야 하는 욕구도 절박하지만 그보다 잡아먹히지 않아야 한다는 욕구가 더 절박하다. 

5부 이야기의 개별적 기원, 《호턴이 듣고 있어!》

 

 돌이켜보기와 내다보기-왜 진화비평인가?

• 놀이의 즐거움은 동물을 적응 행동으로 이끌어 휴식보다는 에너지 소비를 즐기도록한다. 

 

• 협력은 많은 이득을 주지만, 모든 생물학적 특성이 그렇듯 비용도 유발한다. 경쟁 과정에서 협력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화를 이를 가능하게 했다. 

 

• 창조성은 인간에게 중요하지만, 단지 생물학적 비용과 이득의 견지에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요소다. 창조성은 성과 마찬가지로 다음 대의 자손에게 변이 유전자의 절반만 넘겨준다는 점에서 낭비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더 폭넓은 행동 양식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창조성은 궁극적으로 이득이다. 

 

•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사회적 지능에 호소한다. 스토리텔링이 생겨난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관찰하려는 강렬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정신 이론을 통해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을 파악하는 능력은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가지고 있다. 

 

• 이야기나 문학작품을 접할 때 죽목해야 할 설명의 네 가지 수준

1. 문학이 표현하거나 호소하는 인간 본성의 특징인 보편성 혹은 종 초월성

2. 지역성: 시간, 장소, 문화는 인간의 행동과 관심을 크게 변화시킨다. 

3. 작가와 독자의 개인적 능력, 관심, 경험

4. 이야기나 독자의 상황에 내재하는 구체적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