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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읽는 도덕경 / 최진석

by mubnoos 2024. 10. 29.

 

사유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 질문을 덕의 활동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때 나오는 힘, 즉 궁금증과 호기심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이죠. 이 세상에 나온 모든 새로운 것들, 모든 위대한 것들은 거의 다 질문의 결과로 나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대답은 이미 있던 이론과 지식을 먹었다가 누가 요구할 때 그대로 다시 뱉어내는 기능적 활동이지만, 질문은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때 나오는 힘입니다. 

 

 

 

1부 묻고 답하는 도덕경

• 사실 철학이라는 방법론은 원래 동양에는 없던 거예요. 철학은 서양에만 있던 방법론이에요. 동양에서는 아편전쟁 이후에 받아들인거죠. 당시 중국은 서양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원인을 찾다가 서양의 우수성을 최종적으로 두 가지로 정리했어요. 바로 과학과 철학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중국은 서양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과 철학을 대폭 수용하고 따라 배우죠. 일본이 중국보다 훨씬 빨랐고요. 

 

동양철학이 생기고, 노자와 공자는 동양에서 첫 번째 철학자가 됩니다. 

 

서양철학은 철학으로 태어난 것이고, 동양철학은 철학으로 대우받는 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철학이라는 방법론을 누가 제일 먼저 만들었는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말한 탈레스에요.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철학의 아버지로 듳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는 이 말이 화학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참인지 아닌지 가리는 게 아닙니다. 이 말이 인간이 신으로부터 독립하는 첫 선언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탈레스 이전의 모든 사람은 만물의 근원을 신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탈레스는 이 관습적인 믿음으로부터 이탈해서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생각해낸 거에요. 이 명제는 신의 계시나 믿음이나 집단적 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로지 탈레스의 생각하는 능력에 의해 나온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철학적인 의미에서 보면, 탈레스의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이 명제는 인간이 처음으로 '믿음'에서 벗어나 '생각'을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탈레스를 최초의 철학자라고 하는 거죠. 

 

철학의 등장은 믿음의 시대에서 생각의 시대로 넘어온 것을 의미해요. 철학자들은 역사와 시대의 주도권을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부터 뺏어 와서 인간에게 선물한 사람들입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에 대한 추상적 사유가 철학입니다. 

 

사상은 인간이 살면서 판단과 추리를 거쳐 갖게 된 의식 내용이자 어느 정도 통일성을 갖춘 인식 체계이고, 사회 및 인생에 대한 일정한 견해입니다. 사상은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원리라기보다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의 주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자 사상의 출발점은 인간입니다. 이와 달리 노자 사상의 출발점은 객관적인 자연이지요. 

공자는 인간을 미완성의 존재로 봐요. 그래서 이상적인 기준을 세우고 학습을 통해서 쉼 없이 부족함을 채워가야 한다고 보지요. 그렇지만 노자는 인간이 갓 태어난 아기, 즉 적자일 때 완전한 상태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도덕경은 1장부터 37장까지를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중심이 되는 '도경'이라 하고, 38장부터 81장까지를 도의 구체적인 내용, 즉 덕의 실현이 위주가 되는 '덕경'이라 구분해요. 

 

인간이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펼치는 역사는 신으로부터 이탈하면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철학이 시작되었다는 말은 믿음의 시대에서 생각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말과 같아요. 신이 주인인 시대에서 인간이 주인이 되려는 시대로 넘어갔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생각하는 능력으로부터 시작돼요. 이 능력이 가장 고도화된 것이 철학이죠. 철학이 시작되면서 인간의 역사는 신의 역할과 지위가 축소되고 인간의 역할과 지위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 도구와 생산 관계의 변화예요. 

 

0이라는 개념이 있지요. 0은 원래 인도에서 발견되었지만 수학이라는 탁월한 사유 방식에 들어와 서양문명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0이 들어오면서 자릿수가 생기고, 아무리 큰 수라도 계산할 수 있게 되었죠. 0이 없었으면 산업혁명도 없었을 겁니다. 동양에서 '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철학적 사유의 맥락에서 제기한 사람이 노자입니다. 그럼 노자가 말하는 '무'는 무엇일까요?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으면서 기능과 활동력은 있는거에요. 즉 경계에 있지만 그것 자체의 실재적 존재성은 없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일이 일어나고 만물이 제대로 생기고 작동하는 거예요. 

 

노자가 제일 부정적으로 본 것이 구분이에요. 구분이야말로 폭력을 일으키는 주요한 출발점이기 떄문이에요. 구분하는 근거는 기준이고, 기준이 태어나는 토양이 본질이에요. 그러니까 폭력을 제거하려면 기준을 없애야 하고, 기준을 없애려면 본질을 부정해야 하는 거죠. 

 

창조의 기운은 누구나 다 아는 곳이 아니라, 아직은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이상한 곳에서 시작되지요. 

 

  '시'는 목적을 가지고 신경을 써서 보는 거고, '견'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대상이 다가오는 대로 보는 거에요.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죠.

 

배움을 끊으면 근심이 없어진다. 

 

공부를 할 때 무엇을 습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왜 습득해야 하는지 각성하고 자각하는 것입니다. 

 

장차 뺏고 싶으면 먼저 주어야 한다.

 

말은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은 마음을 감추는 역할도 합니다. 말에는 표현하기와 감추기라는 대립하는 두 기능이 다 있죠. 

 

노자의 자연관이나 생태관이라고 말할 때 조심해야 할 점으로 노자가 자연으로 돌아가자거나 자연을 보호하자는 주장을 한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노자는 자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관찰하고 거기에서 어떤 원칙을 발견한 후, 그것을 인간 사회에 적용하자고 한 사람입니다. 이때 발견한 자연의 운행 원칙을 노자는 '도'라고 한 것이죠. 




2부 나 홀로 읽는 도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