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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배신 / 제이슨 베일

by mubnoos 2024. 10. 15.

 

 

• 술은 세상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합법적 마약이다. 

 

술을 마시면 뇌는 쪼그라들고, 근육은 감소되며,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간에 무리가 가서 지방이 쌓이고, 불면증과 우울증도 심해진다. 

 

알코홀릭이라는 것은 없다. 흔히 알코올 중독자를 알코홀릭이라 부른다고 이해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것은 심각한 오해다. 알로홀릭은 알코올 중독자가 니코틴이나 헤로인 같은 일반 마약 중독자와 다르며 알코홀리즘은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이 일반적인 약물 중독과 다르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똑같은 마약 중독자이며 똑같은 마약 중독이라는 질병이다. 

 

술은 마시지 않으면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유일한 마약이다. 

 

사람들이 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지, 왜 그 생애 첫 잔을 들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세뇌와 압력, 사회적 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후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백 번째, 천 번째 잔을 들게 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즐거움과 재미

2.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는 수단

3. 음주가 습관이 되었다는 믿음

 

첫 잔을 넘길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왜 그러냐고? 알코올은 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알코올의 그 끔찍한 맛이 우리를 술의 덫에 빠지도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우리는 어른들이 이 역겨운 음료를 마시는 것이 그 불쾌한 맛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믿도록 세뇌당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술의 맛에 익숙해질 수 없다. 단지 술을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알코올이라는 마약성 약물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 역겨운 맛을 억누를 뿐이다. 

 

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술이란 과일이나 채소가 발효된 것이다. 다시 말해 부패의 산물이다. 썩은 물질이다. 그래서 술의 맛은 역겨울 수밖에 없다. 순수 알코올 (에탈올)은 무색 액체로 아주 강한 독성을 갖는다. 모든 독소는 맛이 역겹다. 우리 몸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섭취하지 않도록 그런 맛을 느끼게 한다. 

 

무엇을 오랫동안 말하면 결국은 그대로 믿게 된다. 술은 전부 다 쓰레기 맛이다. 알코올이 말 그대로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를 꾸준히 참고 마시면 결국은 그 쓰레기 같은 맛에 익숙해져 그 맛을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그 맛을 즐기는 것으로 착각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참고 마셨다 해서 그 맛이 달라지는게 아니다. 술의 맛은 생애 처음으로 마실 때나 수년 동안 계속 마신 뒤나 그대로다. 다만 뇌와 몸이 그 끔찍한 맛에 내성을 발달시켰을 뿐이다. 

 

우리는 술을 알기 전에는 알코올이 필요하지 않았다. 알코올의 필요성은 술을 마시면서 생겨났다. 

 

만약 여러분이 아이들의 생일 파티에 갔을 때 그 아이들에게 술이 있었다면 더 행복했으리라 생각하는가? 아이가 울 때 기분을 돋워주려고 술을 권하겠는가? 아이가 웃을 때 더 행복해지라고 술을 건네겠는가?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에게 술을 주면 긴장이 풀린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술을 주지 않을 것이다. 술이 긴장을 완화해 주거나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술은 아이들의 얼을 빼놓기만 할 것이다. 아이들이 그런 좀비 상태를 즐길까? 더는 자신이 아닌 기이한 존재가 되는데 어떻게 즐길 수 있겠는가?

 

몸이 알코올의 효과를 극복하는데 72~240시간이 걸린다. 

 

알코올은 기분저하제다. 따라서 많이 마실수록 더욱 우울해진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의학적 사실이다. 알코올이 사람들을 진실로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의사들이 왜 술을 항우울제로 처방하지 않을까? 울적하고 외로울 때 홀로 방에 앉아 술을 마시면 행복해지기는 커녕 더욱 기분이 가라앉고 비참해질 뿐이다. 못 믿겠다면 극단적인 선택의 시도 건수 중 65% 이상이 술과 관련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라. 

 

술을 마시는 동안 행복했을 때가 전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행복했을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술을 마실 때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시도 횟수가 많을수록 평균 결과가 예상값에 가까워진다는 평균의 법칙이다. 결국 나는 술 때문이 아니라 술에도 불고하고 행복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나를 편안하게 해준 것은 술이 아니라 아무런 제약 없는 편안하고 느긋한 상황이었다. 

 

알코올은 소화되지 않고 곧바로 위벽을 통과해 즉시 혈당을 높인다. 혈당이 과다해지면서 강력한 호르몬 인슐린이 과잉 분비된다. 술을 마실 때 흥분을 느끼는 것은 인슐린이 알코올을 태우려고 혈류 속을 질주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오래동안 집요하게 하면 그 말을 하는 자신도 결국 그대로 믿게 된다. 술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는 잘못된 믿음이 그런 예다. 알코올은 우리를 스트레스에 어느 정도 둔감하게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술기운이 가시면 스트레스는 그대로 남아 있다. 

 

알코올은 따분함을 달래줄 수 없다. 무료해서 죽은 지경일 때 혼자 술을 한 잔 들고 앉아 있어도 무료함은 그대로다. 술은 마약이다. 따라서 공허함을 만들어낸다. 삶에 공허함이 생기면 따분하고 무료하고 지루해진다. 

 

술은 뇌와 입 사이의 아주 중요한 검문소를 허물어버린다. 용납될 수 없는 생각이 발설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안전장치 말이다. 

 

음주는 결코 정상적이거나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