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사도는 절대로 자신의 신앙의 미래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자들도 언제나 자신의 신념이 승리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다. 사회주의가 승리를 거두면, 당연히 지금의 사회를 파괴하고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바탕에서 사회를 다시 세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6
창조의 힘은 사람들의 욕망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러나 파괴의 힘은 언제나 사람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다. 한 사회의 파괴는 매우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재건은 언제나 매우 느리다. 하루 아침에 파괴한 사회를 다시 구축하는 데 몇 세기의 고통스런 노력이 요구된다. 8
라이프니츠와 데카르트, 뉴턴과 같은 매우 탁월한 사상가들조차도 이성을 근거로 비판하려 들면 금방 무너지고 말 종교의 원칙 앞에 서는 군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일단 정서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 것은 더 이상 토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종교는 사람들의 정서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토론에 의해서는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다. 종교가 사람들의 마음에 언제나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9
더 이상 정치적 평등과 시민적 평등에 만족하지 않는 군중에게, 사회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이 인간으로서는 어쩌지 못할 자연적 불평 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처지의 평등만을 제시하고 있다. 10
1부 사회주의 이론과 그 사도들
사회주의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를 하나의 믿음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사회주의가 매우 견고한 심리적 바탕 위에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사회주의가 사회적, 경제적 필연과 모순된다는 사실은 사회주의의 성공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 21
개인의 이해관계와 집단의 이해관계 사이의 충돌에 사회주의의 진정한 철학적 문제가 있다. 24
발달의 정점에 도달한 강건하고 활기찬 민족들을 보면, 개인의 독창력의 덕으로 돌릴 것들이 크게 확장되고 국가의 일로 여겨질 것들이 점진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 관찰된다. 이 같은 현상은 군주국은 물론이고 공화국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반면 개인들이 자신의 힘을 더 이상 믿지 못할 만큼 정식적으로 고갈된 모습을 보이는 그런 민족의 경우에는 국가의 역할이 터무니없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될 것이다. 이런 개인에게는 그 사람이 사는 곳의 정치제도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관계없이, 정부는 언제나 모든 것을 흡수하고, 모든 것을 생산하고, 시민의 삶을 속속들이 통제해야 하는 권력으로 여겨진다. 사회주의는 단지 이 개념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주의는 독재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또 절대적이다. 25
그리스에서 일어난 모든 정치혁명은 동시에 사회혁명, 즉 부자들을 약탈하고 귀족을 억압함으로써 처지의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목적의 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종종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성공은 언제나 일시적이었다. 최종적 결과는 그리스의 쇠퇴와 독립의 상실이었다. 그 시대의 사회주의자들도 이 시대의 사회주의자들만큼 의견을 일치를 이루지 못했으며 오직 파괴한다는 한 가지 목적에만 동의했다. 그러다 마침내 로마가 그리스를 예속화함으로써 사회주의자들의 영원한 의견불일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27
사회 상류층의 도덕적 타락, 부의 불공평한 분배, 점점 격해지는 대중의 분노, 언제나 누릴 수 있는 것보다 더 크게 마련인 욕구, 옛날의 계급조직과 믿음의 약화 등, 이 모든 상황에 불만이 커졌으며, 이 불만이 사회주의의 급속한 확산을 부르고 있다. 35
우리의 문명은 많은 거짓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이 거짓말들을 근절시키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동시에 거짓말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특히 종교와 외교, 통상과 사랑을 파괴해야 한다. 만일 얼굴의 거짓말이 가슴의 진정한 감정을 숨기지 않게 된다면, 개인들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거짓을 싫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면서 외롭게 살아야 한다. 출세를 원하는 젊은이를 위한 최고의 충고는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는 기술을 열심히 가꾸라는 것이다. 38
사회조직에 관한 현대이론들은 겉보기엔 다양해 보일지라도 모두 두 가지 상반되는 근본적인 원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그것이다. 개인주의에 의해 사람은 자신의 책임 하에 행동하고, 독창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반면 집단주의에 의해 사람은 사소한 행동까지도 국가, 즉 집단의 지휘를 받고, 어떠한 독창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삶의 모든 행동이 치밀하게 계획된다. 이 두 원칙은 언제나 다소 충돌을 빚어왔으며,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이 충돌이 더욱 강해졌다. 45
평등에 대한 욕구가 극단적일 만큼 강한 라틴 민족은 자유에 대한 욕구를 종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유는 곧 경쟁이고 끊임없는 갈등이고 동시에 모든 발전의 어머니이다. 자유의 상태에서는 오직 가장 뛰어난 사람만이 승자가 되고 약한 사람은 자연상태에서와 마찬가 지로 도태될 운명을 맞는다. 46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는 예외 없이 개인들의 운명의 불공평을 바로잡고 부를 재분배하는 임무를 국가에 맡기고 있다. 49
자본가의 지배 아래에서는 그래도 노동자는 자본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고 간혹 자본가가 되기도 한다. 국가가 노동자가 필 요로 할 것을 모두 예측하고 노동자의 의지를 이끌며 평준화를 추구하는 그런 잔인한 독재 하에서 노동자는 과연 무엇을 꿈꿀 수 있을 까? 50
역사가 낳은 모든 잘못 중에서 쓸데없이 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리고 폐허를 부른 최악의 잘못은 국민이 원하는 대로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다.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 제도의 이름을 바꾸고, 긴 과거의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물인 낡은 개념을 새로운 단어 들로 새롭게 포장하는 것뿐이다. 57
노동자 계층은 사회주의가 가장 확실히 의존할 수 있는 계층이다. 첫째 이유는 이 계층이 지적으로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고, 둘째는 가장 행복하지 않은 계층이어서 보다 나은 처지를 약속하는 모든 원칙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계층은 절대로 주도권을 잡지 않은 채 모든 혁명을 유순하게 따를 것이다. 63
노동자는 완고하고 난폭하고 또 혁명이 일어날 때면 선동자의 편에 설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구질서에 애착을 강하게 느끼고, 대담히 독단적이고, 뼛속까지 보수주의자이고, 대단히 권위적이다. 71
2부 하나의 믿음으로서의 사회주의
공통의 믿음은 아마 민족혼의 창조에, 따라서 민족의 정서와 생각의 방향을 일치시키는 데 가장 강력한 요소일 것이다. 위대한 문명은 언제나 소수의 믿음들을 개화시키는 것이었으며, 공통의 믿음이 해체될 때면 언제나 그 민족의 쇠퇴가 가까워지고 있다. 88
문명은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더 차별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봉건시대의 막강한 영주와 가장 미천한 신하 사이의 정신적 차이는 오늘날 엔지니어와 이 엔지니어가 감독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적 차이보다 훨씬 더 적었다. 90
아주 자유롭게 형성된다고 여겨지는 이 의견들은 실은 우리의 환경과 책, 잡지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유적전으로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이 의견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한다. 이때 이성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자주 이성을 들먹이지만, 실제로 보면 이성은 우리의 의견형성에도 행동을 결정할 때나 마찬가지로 작은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99
매체들의 권력은 최악의 독재자들보다 더 사악하다. 왜냐하면 그 권력이 익명이고 국가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106
사회주의가 제시하는 행복의 모든 약속은 이 땅 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지금 그런 약속의 실현이 인간으로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심리적 및 경제적 필연과 치명적으로 충돌할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가 강림하는 시간은 틀림없이 사회주의가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107
비이성적인 것도 오랫동안 이어지면 이성적인 것이 되고, 인간은 언제나 믿음에 스스로를 적응시켜왔다. 사회는 욕망과 믿음, 욕구 등 을, 말하자면 정서를 바탕으로 건설되는 것이지 이성 위에 건설되는 것이 아니다. 112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매우 지적인데도 일부 주제에 접근할 때면 추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난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적 또는 종교적 열정에 휩싸일 때 무서울 정도의 불관용 또는 몰이해를 보인다. 이들은 광신이 충분히 자극을 받기만 하면 금방 위험해지는 열광자들이다. 122
고립된 개인과 군중을 가장 분명하게 가르는 근본적인 특징 하나는 개인은 거의 언제나 자신의 개인적 이익에 좌우되는 반면에 군중 은 이기적인 동기에 흔들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거의 대부분 집단적이고 사심 없는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살이다. 영웅주의와 헌신은 개인보다 군중 속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 집단적 잔인성 뒤에는 종종 어떤 신념이 있다. 정의의 사상, 도덕적 만족에 대한 욕구, 개인적 이해관계의 철저한 망각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 등 이기주의와 정반대인 어떤 신념이 있는 것이다. 125
3부 민족성의 영향을 받는 사회주의
개인적 차원에서 행동할 때 영국인은 극도로 양심적이고 극도로 정직하며 대체로 약속을 잘 지킨다. 그러나 영국의 집단이익이라는 이름으로 행동하는 정치인들은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영국 정치인들은 종종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140
영국 노동자는 고용주를 질투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노동자가 고용주를 자신과 다른 흙으로 만들어진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고용주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따라서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 지도 잘 알고 있다. 영국 노동자는 심사숙고한 끝에 자본에 대한 보상과 노동에 대한 보상 사이에 불균형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만 파업의 위험을 각오할 것이다. 148
무의미한 외적 형태 뒤에 가려져 있는 어느 민족의 진짜 정치제도를 발견해가는 최선의 방법은 정부와 공무원이 공적인 업무에서 맡는 역할의 한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즉 국민이 국가를 어떤 식으로 인식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154
앵글로색슨족은 사실과 필연에 충실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정부로 절대로 떠넘기지 않으며, 논리의 명백한 암시에도 관심을 거의 두지 않는다. 앵글로색슨 족 사람은 경험을 믿고 또 사람들은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반면에 라틴민족은 언제나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이성을 바탕으로 마련한 계획에 따라 사회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다시 건설 하려 든다. 루소와 그의 세기에 활동한 모든 저자들의 꿈이 그런 것이었다. 프랑스 혁명도 이 저자들이 제시한 원칙을 적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158
라틴 민족 특히 프랑스인들의 사교성은 대담하다. 그러나 라틴민족의 연대의식은 매우 약하다. 반면에 영국인은 비사교적이지만 자기 민족의 구성원들 모두와 매우 끈끈한 유대를 보인다. 이 응집력이 영국인의 힘을 이루는 한 요소라는 사실을 위는 확인했다. 라틴민족은 무엇보다 개인의 이기심의 지배를 받고, 앵글로색슨족은 집단이익의 지배를 받는다. 라틴민족들에게서 예외 없이 확인되는 연대의 결핍이 최악의 단점이다. 연대의 결핍은 민족적 악덕이지만 대부분 교육에 의해 생겨난다. 라틴 민족은 끊임없이 시험과 경쟁에 노출 되면서 언제나 동료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집단의 이익이 크게 쇠퇴하고 개인의 이기심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159
한 국가의 가치는 그 나라가 배출한 탁월한 사람들의 숫자에 좌우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내가 다른 곳에서 길게 분석한 바 있다. 국가의 쇠퇴는 탁월한 개인들의 감소와 사라짐에서 비롯된다. 162
민족은 폭력적인 혁명을 통해서는 절대로 스스로를 해방시키지 못한다. 혁명은 언제나 오래 가지 못한다. 사회도 동물의 種처럼 작은 성공적인 변화들이 대대로 내려가면서 축적되어야만 변화를 이룰 수 있다. 169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론들을 펼쳐 보이는 것도 쉽고 연설을 하는 것도 쉽고 혁명을 부추기는 것도 쉽다. 그러나 한 국민의 확고 한 정신을 바꿔 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에게 새로운 제도를 일시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은 금방 과거의 제도로 돌아가 버린다. 왜냐하면 과거의 제도만이 국민의 정신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173
우리는 3가지 개념, 즉 종교와 정치와 교육의 개념이 라틴 민족의 정신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다듬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어느 국민이든 문명의 어느 단계)에 이르면 이 개념들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어느 국민도 이 지배를 피하지 못한다. 184
국가가 모든 기능을 흡수하고 국가가 끊임없이 간섭한 결과는 국민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국가의 영원한 간섭은 시민들의 가슴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독창력과 책임감마저 말살시키고 있다. 국가가 경영하면 당연히 비용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경영 방식이 아주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 이익을 추구할 동기를 가진 민간인이 운영하면 무엇이든 정부가 운영할 때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이 같은 결과는 오래 전부터 경제학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191
어떤 제도를 택하고 어떤 사람을 앉히더라도, 라틴 민족들 사이에서 국가가 하는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국가의 역할은 민족의 욕구에 따른 결과이다. 따지고 보면 국가가 바로 우리 자신들인 것이다. 우리는 국가의 조직에 대해 우리 자신 외에 아무도 탓하지 못한다. 196
그리스의 주민들은 라틴 민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적으로 라틴 민족과 비슷한 점을 몇 가지 보이고 있다. 그리스 주민들은 의지력이 약하고 일관성이 부족하고 경솔하고, 변덕스럽고 성급하다. 그리스 국민은 라틴 민족처럼 또한 끈질긴 노력을 싫어하고 장광설을 늘어놓길 좋아하고 평등을 갈망하며,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217
4부 경제적 필연과 사회주의자들의 포부 사이의 갈등
5부 진화의 법칙과 민주주의 이상, 사회주의자의 포부 사이의 갈등
군중이 민주적인 정부에 개입하는 것은 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대중의 의문스런 환상, 즉 모든 병을 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더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들은 아무도 그 결과를 예견하지 않는 가운데서 법률과 규제를 엄청나게 많이 제정하게 되었다. 이 법률과 규제들은 수천 개의 굴레가 되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치료해야 할 병을 더욱 늘리는 결과밖에 낳지 않는다. 257
민주주의는 바로 그 바탕을 이루는 원칙 때문에 자유와 경쟁을 선호하고, 이 자유와 경쟁은 반드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승리를 낳게 되어 있다. 반면 사회주의는 경쟁의 억압과 자유의 폐지와 보편적인 평등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원칙과 민주주의의 원칙 사이에는 분명히 극복 불가능한 모순이 있다. 267
자연이 종의 향상을 위해 발견한 유일한 과정은 이 세상이 키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생명체를 태어나게 만들어 생명체 들 사이에 투쟁이 영원히 벌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투쟁에서는 가장 강하고 가장 적응이 잘된 존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투쟁은 서로 다른 종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의 개체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개체들 사이의 투쟁 이 가장 치열할 때가 종종 있다. 271
아주 위대한 천재의 삶도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미천한 미생물의 존재 그 이상의 중요성을 지니지 않는다. 자연은 잔인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다. 자연은 다만 종을 생각하며 개체에는 잔인할 정도로 무관심하다. 우리 인간이 말하는 정의를 자연은 모른다. 인간으로서는 자연의 법칙에 항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연을 참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274
국가의 권리는 그 국가가 권리의 방어에 동원할 수 있는 무력에 따라 정해진다는 사실을 어느 국가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양에게 인정된 유일한 권리는 자신의 두뇌보다 훨씬 뛰어난 두뇌를 가진 존재들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276
6부 사회적 조직의 진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조직을 설립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박애의 정신을 바탕으로 그런 조직을 설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애라는 것이 유동적이고 언제나 덧없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박애는 동정심과 아주 비슷하여서 그 대상의 내면에 감사의 마음을 좀처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324
7부 사회주의의 운명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는 어떤 지능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어진 어느 한 순간에 자연이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힘들을 아는 어떤 지능이 있다. 이 지능은 자연을 이루는 모든 입자들의 위치도 안다. 그렇다면 이 지능은 이 모든 자료들을 분석할 만큼 거대할 것이고, 또 이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와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까지 같은 공식 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능에겐 불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지능의 운에는 미래도 과거처럼 보일 것이다.” 331
길고 긴 과거의 자식인 우리의 행위들은 우리가 보지 않을 미래에 그 결실을 맺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치를 지니는 유일한 시간은 지금 이 시간이다. 그럼에도 한 민족의 생존에는 이 짧은 현재는 거의 아무런 중요성을 지니지 못한다. 심지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건들이 우리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우리가 이 사건들의 중요성을 과장하기 때문이다. 335
유일하게 현실적인 형태의 연대인 비슷한 이해관계들의 연합과 경제적 경쟁은 현대의 필연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는 비슷한 이해관계 들의 연합을 관대하게 보아주지 않고 있으며 경제적 경쟁은 아예 없애길 원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존중하는 유일한 권력은 민중의 권력이다. 사회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 모여 군중이 되기만 하면 그 군중은 온갖 능력과 권리를 다 갖게 된다. 그러나 심리학은 이와 반대로 개인은 군중의 일부가 되는 순간 개인의 힘을 이루던 정신적 자질의 대부분을 잃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341
비록 사회주의가 현대 과학의 모든 연구 결과와 모순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는 종교적인 형태를 띠는 바로 그런 경향 때문에 엄청 난 힘을 갖고 있다. 종교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 사회주의는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론이 아니고 복종해야 할 교의가 될 것이다 . 이 교의가 정신에 미치는 권력은 절대적일 것이다. 사회주의가 지금까지 현대사회를 위협한 위험 중에서 가장 무서운 위험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342
군중이 혁명적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군중의 아주 기만적인 겉모습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군중의 봉기는 오직 한 순간의 격분에 지나자 않는다. 군중은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금방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군중은 자신들이 폭력의 순간에 부순 그 우상을 복구시키라고 외친다. 345
사회적 격변은 언제나 위에서 시작된다.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격변은 절대로 없다. 프랑스 혁명을 시작한 사람이 민중이었는가? 절대로 아니다. 민중은 그런 것을 꿈도 꾸지 않는다. 사회적 격변은 귀족과 지배계급에 의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여겨지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345
종교는 사후의 행복을, 말하자면 터무니없는 측면을 입증하기가 불가능한 그런 행복을 약속했다. 사회주의 종교는 누구도 그 허위성을 입증하지 못할 천상의 행복 대신에 지상의 행복을 약속했다. 이 행복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확인할 것이다. 경험 이 곧 사회주의 환상의 사도들에게 자신의 꿈들이 허황되다는 점을 가르쳐줄 것이다. 348
개인인 경우에는 이해관계가 아주 중요하지만 군중을 이끄는 것은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이해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군중은 이상을 가져야 하고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한다. 군중은 이상이나 믿음에 의해 흥분되기 전에 먼저 사도들에 의해 흥분되어 야 한다. 사도들 만이 명성을 무기로 대중의 마음에 신앙의 가장 든든한 바탕이 될 동경의 정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군중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군중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부적절한 통치 집단이거나 아주 잔인한 독재자일지라도 권력을 잡기만 하면 군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게 되어 있다. 359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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