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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넘어서 / 앨빈 토플러

by mubnoos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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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다섯 가지 요인
1.
진부해진 경제모델
2.
지식의 역할 증대
3.
가속화와 탈동시화
4.
증대되는 복잡성
5.
국경의 소멸

 

 

각국의 중앙은행이 자국 내의 금융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유로달러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유로달러 역시 제트기, 컴퓨터, 원자폭탄, 비키니 등과 마찬가지로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로달러는 산업사회에서 초산업사회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거래과정에서 생겨난 산물로 미국 이외의 지역, 특히 유럽의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미국 달러를 의미한다. 42

 

영국 하원의원이자 유럽평의회 부의장인 레이먼드 플레처Raymond Fletcher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주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나는 경제위기가 사회적인 문제들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발생한 수많은 문제들이 경제위기들을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70

 

새로이 출현한 경제주체, 훨씬 더 거대해진 다국적 기업과 은행, 노동조합, 자원수출국의 카르텔, 통제되지 않는 방대한 양의 화폐,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의 전환, 인구폭발, 새로운 첨단기술, 핵심사회시스템의 오류, 사회구성원의 급격한 심리변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경제위기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71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나 마르쿠제Herbert Marcuse같은 현대의 자본주의 비판론자들은 수요의 다양화라는 것이 결국은 자본가에 의한 소비자 기만일 뿐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요의 다양화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회시스템의 변화에 의해 유발된 결과이다. 획일화된 사업사회로부터 벗어나 사회가 고도화되고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더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서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해지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직종 모두에 있어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고, 하나의 기업 내에 서로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 그리고 이는 기업에 있어 큰 폭의 비용 상승요인이 된다. 직원들의 업무를 조정하거나 직원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 어려워지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추가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80

 

헤이즐 헨더슨은사회적 거래비용 social transaction cost’이라는 개념을 통해, 복잡한 사회일수록 개인과 집단이 뭔가를 이루어내는데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하는데, 복잡한 사회일수록 내부적 마찰이 더 심하기 때문에 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헨더슨은 오늘날의 산업사회가 봉착해 있는 경제적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상황을 지적한다. “오늘날의 산업사회에 있어 집단 간의 충돌을 중재하고, 범죄를 통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 용하고, 전체적으로 사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81

 

아리조나 피닉스 대학의 한 연구팀에서 불황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순차적 불황 Depression on the installment Plan 경제 각 부문이 순차적으로 침체에 빠지는 형태
2.
수면식 불황 The Sleeper Depression 전체 경제가 장기간 점진적으로 침체하는폭락 없는 불황
3.
마법의 불황 The Magic-Formula Depression 1930년대 공황처럼 정부의 대책에 힘입어 일시에 되살아나는 불황
4.
초대형 붕괴 Super Crash 모든 것이 일시에 무너지고 실업률이 25~50%까지 치솟는 형태
5.
아마겟돈 불황 Amageddon Depression 글로벌 전쟁 이후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불황. 104

 

앞으로의 경제위기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 불황, 일시적인 폭등, 일시인 폭락,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현상을 복합적으로 겪게 될텐데, 그렇기에 나는 지금 진행중인 경제위기를에코스패즘 eco-spasm’이라고 부를 것이다. 에코스패즘이란 단발성 위기 혹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위기가 아니라 강력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위기를 말한다. 118

 

미래학자 해롤드 스트러들러 Harold Strudler는 이와 같은 경제상황에 대해서에코스패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종종히스테리시스 이코노미 hysteresis economy’, 이력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시스템이 서로 다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무질서와 불확실성이 폭증한다는 것이다. 119

 

에코스패즘을 유발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에 오직 경제와 관련된 해법만으로 그에 대응한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화폐공급, 임금, 물가, 국제수지의 균형 등의 경제적 요소 외에도 자원, 환경, 교육, 문화, 교통, 통신, 남녀평등 등의 다양한 요소들까지 함께 고려해 통합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152

 

 

거대 다국적 기업의 숫자와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민주주의의 상실을 의미한다. 경제와 관련된 점점 더 많은 판단이 국 가의 통제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의식 또한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이념 가운데 하나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이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국가는 식민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도 식민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63

 

내 책미래 쇼크에서 나는 산업국가의 정책 수립방식에 내재된 세 가지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그 세 가지 위험 가운데
하나는 경제 문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고,
다른 하나는 5년이라는 기간을충분히 긴 기간으로 인식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책수립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배제된 채 소위 전문가와 관료라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엘리트 의식이다.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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