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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by mubnoos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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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오는 공격수들을 막으려 골대 정중앙에 긴장한 채 자리잡은 골키퍼처럼...해는 하늘 정중앙에서 사지를 벌리고 긴장하고 쏘아본다.
 
지치지도 않고 공격적으로 소리통이 터져라 지치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만이 골드컵을 위해 준비된 이번시즌 mvp인듯 들린다.
 
방안에 숨어있자니 화가 났다. 밖으로 나가 4시간을 달렸다 (Bethel Rd-하나님의 집). 웬지 자꾸 화가 나서 계속 더 달렸다. 뛰고 화내고 소리지리고 찬양하고 기도하고...최대한 멀리갔다가 돌아왔다. 혼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이를 악물고 뛰다가 왜인지 몰라서 걷다가 이유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다시 뛰고, 힘이 조금이라도 남았으니 더 멀리갔다.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만큼. 다리가 아파서 걷기도 힘들었다. 이상하게 허리도 아프고, 종아리가 아파서 절뚝거렸다. 다리라도 확 부러졌으면 했다. 하나 하나 풀고 벗어지는 기분이 낯설지 않다. 거리에 여리고의 바디매오처럼 털썩 주저 앉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독립기념일이라고 폭죽들이 하늘로 쭉쭉 올라가 터졌다. 그냥 피식하고 내모습이 웃겼다. 내 꼴이 눈뜬봉사 혹 더러운구랭이 꼴이더라.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꼭 필요한 것을 가려서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반딧불이 환한 곳에서 빛을 낼수 없고 빛을 낸들 그 모습이 작고 추하더라.
 
자정이 넘었다. 그 매미다 왜냐하면 소리나는 곳이 똑같다. 아직도 울고 있다. 지독한 녀석, 아까와 달리 체력은 떨어졌어도 고집이 질긴건지 날 들으라고 기다린건지. 지구력 하나는 일품이다. 표정을 볼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미국매미라 그런지 뭐라하는진 더욱 알 수 없다.글쎄, 적어도 똑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밥은 먹고 하는거냐. 듣자하니 7년인가 땅속에 애벌레로 있다가 나와 7일 울다 죽는다면서 아무도 안듣는데 무슨 연고로 죽어라 울어대는 것이냐, 죽어도 울고, 울다 죽고. 무엇이 널 그렇게 만드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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