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

밈 / 리차드 도킨스

by mubnoos 2021. 1. 25.
728x90

밈 Meme – 새로운 복제자

 

문화, 문화적 돌연변이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는 유전적 전달이 보수적이지만 일종의 진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말이다. 언어 또한 유전자가 아닌 수단에 의해 진화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게다가 그 속도는 유전적 진화보다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문화적 전달은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 F. Jenkins에 의하면, 뉴질랜드 앞 바다 섬에 사는 안장새의 젊은 수놈이 옛 노래를 모방하다가 실수로 새로운 노래를 창작하게 되는 과정을 몇 번 목격했다. 새로운 노래는 갑자기 출현했는데, 그 후 몇 년에 걸쳐 안정된 형태로 유지됐다. 또한 몇 개의 예에서 변이 형의 노래가 새로운 형식 그대로 어린 초보자에게 정확히 전달되어 그 결과 다른 그룹과 식별되는, 같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그룹이 생겨났다. 젠킨스는 새로운 노래의 출현을 문화적 돌연변이 cultural mutation 라고 표현했다.

 

 

문화적 돌연변이는 유전자가 아닌 수단을 거쳐 진화한다. 문화적 진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다. 언어는 많은 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의복과 의식의 유행, 의식과 관습,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학 등 이들 모두는 역사를 통하여 마치 속도가 빠른 유전적 진화와 같은 양식으로 진화하는데, 물론 실제로는 유전적 진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

 

 

또 다른 자기 복제자

유전자들이 특별한 이유는 이들이 복제자라는 데에 있다. 모든 생물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원리라면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법칙일 것이다. 우리의 행성 지구에서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로 가장 그 수가 많은 것은 유전자, 즉 DNA 분자다. 어떤 다른 것이 그 실체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가령 그와 같은 것이 존재하고 다른 어떤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것이 진화 과정에 기초가 될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밈’과 그 진화

인간의 문화의 복제자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으로 밈meme이다. 밈도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 밈은 비유로서가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숙주 세포가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는 것이다.

 

신이라는 밈

우리의 불완전함을 신이 구원해준다고 하는 상상을 통해 그 효력을 갖는다. 이것이 신의 관념이 세대를 거쳐 사람의 뇌에 그렇게 쉽게 복사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인간의 문화가 만들어 내는 환경 속에서, 신은 높은 생존 가치 또는 감염력을 가진 밈의 형태로만 실재한다.

 

새로운 자기 복제자 밈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밈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낡은 유형의 진화보다 훨씬 빠른 독자적 진화를 시작했다.

 

밈의 특성으로는장수, 2) 다산성, 3) 복제의 정확도가 있다.

 

밈의 단위는 분명하지 않다.

 

경쟁하는 밈: 어떤 의미에서 보면 밈들이 서로 일종의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밈 복합체의 예로는 종교, 맹신, 독신주의 등을 들 수 있다.

 

밈의 긍정적인 면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다. 번식이라는 과정 속에서 불멸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세계 문화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면, 예컨대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점화 플러그를 발명하거나, 시를 쓰거나 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유전자가 공통의 유전자 풀 속에 용해되어 버린 후에도 온전히 살아 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문화적 특성의 진화와 그 생존 가치를 문제 삼을 때에는 누구의 생존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자 수준에서의 이점을 탐구하는 것이 습관해 되어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은, 어떤 문화적 특징이 단지 그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의 선견지명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선견지명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 선견 능력이 없다. 이들은 의식이 없는,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이다. 이들이 진화를 거쳐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성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든 밈이든, 단순한 복제자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에는 이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은 ESS를 선호한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