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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 김영하

by mubnoos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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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머지 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ㆍ파란 하늘 위에는 뭐가 있을까? 파란 하늘 너머에는 검고 광막한 우주가 있겠구나.
중국인들은 낮의 하늘이 아니라 밤의 하늘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아침엔 붉었다가 낮에는 바랬다가 저녁엔 다시 붉어지잖아? 흐린 날에는 회색이고, 하지만 밤은 늘 검지. 그리고 중국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점을 쳤기 때문에 밤하늘이 더 의미가 있었을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이 옳았어. 검고 어두운 하늘이 진실에 가깝지. 낮에는 태양의 강렬한 빛 때문에 오히려 우주의 본모습이 가려진 거고. 지금도 우주 관측은 깊은 산속의 천문대에서 밤에 하잖니.

ㆍ고양이는 그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 이 유연하고 민첩한 포유동물은 수천 년 전과 똑같이 거리에서 인간의 동정심을 자극해 살아남았고, 그런데도 개나 말처럼 충분히 길들여지지 않았다.

ㆍ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한 사실은 아니야.
그게 무슨 뜻이이요? 그럼 미래를 알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건 ‘미래’라는 말이 뭘 의미하느냐에 달렸어.

1) 휴머노이드(기계파) : 자신들이 기계라는 것을 알고 있는
2)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인간의 기능을 그대로 흉내낸
3) 인간들

ㆍ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하는 거야. 그걸 믿어야 해. 그래야 다음 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거야.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ㆍ그냥 얼음과 물일 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걸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ㆍ어떤 특별함은 멀리에서만 발견됩니다. 당신의 가치를 가장 모르는 게 바로 당신 자신일 수 있습니다.

ㆍ그들은 오랫 세월 사람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윤리를 확립해왔고, 그래서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데도 살려두려고 합니다. 환자의 생각은 무시한 채 말입니다.

ㆍ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거야. 끝이 우리 앞에 와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ㆍ미토콘드리아가 이십억 년 전에는 일종의 박테리아였다고. 그런데 다른 세포에 잡아먹히면서 인간과 일종의 공생관계가 시작되었고,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안에는 염기서열이 다른 유전자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고.

ㆍ생물체는 미토콘드리아의 먹이인 산소와 포도당을 제공해주고 미토콘드리아는 열과 에너지로 만들어 되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인간과 미토콘드리아는 함께 진화를 거듭해온 것입니다. 인간과 기계도 이런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ㆍ무슨 생각이 떠오르든 그 생각을 실행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생각, 생각, 생각, 생각에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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