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서 피가 나왔다.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특별한 통증은 전혀 없었고, 이상하게 운동 직후에만 혈료가 나왔다. 그 때를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소변을 봤기 때문에 무리해서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운동을 하고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더이상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다면 무섭고 두렵다. 설명할 수 없으면 이상한 이유를 만들어 낸다. 누구나 질서와 설명을 갈망한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소변에서 피가 나오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원인이다. 1) 염증, 2) 결석, 3) 장기문제. 세 가지 전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원인들이다. 하지만 위의 증상들보다 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비뇨기과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경수술 이 후 비교기과는 처음이다. 누군가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방문 전에 꼭 전화상담을 추천한다. 비뇨기과는 확대수술병원과 진료를 보는 병원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http://urobc.com/
일단 병원에 가면 검사부터 수술까지 신속하게 진행된다. 검사는 1) 소변검사 그리고 형광제를 넣어서 2) X-ray 촬영을 한다. 검사를 통해 결석이 확인되면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다. 수술은 '체외충격파 쇄석술'이라는 방법으로 체외에서 발생된 충격파가 피부를 통해 요로결석 위치로 들어가 결석을 작게 분쇄하면, 분쇄된 결석가루가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마취나 입원할 필요 없이 바로 할 수 있고, 가장 안전하며, 성공률도 90% 이상으로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비용은 30~40만원으로 실손보험 적용가능하다.
신장에 있던 돌의 크기는 약 0,9cm였다. 보통 0.1~0.5cm를 작은 사이즈, 그리고 0.6~1cm 의 크기를 큰 사이즈로 분류한다. 내 몸에 있던 돌은 큰 편이었지만, 세로로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관을 막진 않아서 평상시에는 통증이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운동이나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 돌이 신장을 긁거나 찔러 혈료가 나왔다는 것이 진단이었다. 만약 돌이 가로로 위치해 관을 막았다면 통증이 극심해서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 통증은 산통과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체외충격파 쇄석술은 약 40분 정도 소요됐다. 아마도 수술의 시간은 돌의 크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몸 밖에서 돌이 있는 곳에 약 2500~3000번 정도 반복해서 충격을 주어 깨는 것이다. 처음에는 참을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의 강도와 통증은 커진다. 점점 아프고 고통스럽다. 언제 끝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괴롭고 그만큼 시간이 진짜 안 간다. 예상보다 힘든 수술이었다.
수술을 하고 소변을 보면 피가 나온다.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한다. 수술 직후 한 번 혈료를 보고 그 이후로는 정상적인 색의 소변을 본다. 별다른 통증은 없지만 간혹 소변에서 돌가루가 발견되기도 한다. 손으로 돌을 집어 만져보니 말 그대로 '돌가루'였다.
약은 1주일치를 받았다.
(1) 항생제 (이연세픽심캡슐): 항균작용을 통해 각종 세균감염증을 치료하는 약
(2) 소염진통제 (옥소펜정): 염증을 완화시키고, 통증을 해소하는 약
(3) 전립선비대증약(삼천당탐스로신서방정): 요도 압력을 낮춤으로써 전립선비대로 인한 증상을 개선시키는 약
(4) 진경제(티론정): 평활근 경축을 완화시킴으로써 항경련 및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 약
(+) 진통제(휴트라돌세미정): 중등도 및 중증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진통제
진통제는 따로 받는다. 진짜 아플 때 복용하라고 했다. 3-4일차에 통증이 찾아온다. 이때 따로 포장되어 있는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 딱히 필요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약이었다. 수술이 끝나고 3일차에 옆구리가 너무 쑤셔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때 진통제를 먹었고,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혈료의 대부분은 요로결석이라고 한다. 그리고 요로결석을 경험하는 인구는 전체인구의 약 3-5%정도 된다고 한다. 회사에도 요로결석을 경험한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 말로는 처음에 돌을 부수고, 한 번에 안돼서 2번 더 수술을 추가로 했다고 했다. 수술 이후 돌가루가 잘게 부숴지지 않아서 몸 안에 돌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소변을 볼 때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처음에는 오른쪽에서 돌이 발견되었는데, 한 달 후에 왼쪽에도 돌이 생겼다고 했다. 조만간 또 부수러가야 한다고 했다. 재발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말고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 기도라도 해야 하나? 종교의 기원은 삶의 무력함에서 발생했을 것이다.
돌이 생기는 특별한 원인이나 이유는 없다. 음식이나 운동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학은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단지 상관관계를 예측할 뿐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이유가 필요한 법이니까. 결론적으로 물 많이 먹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다. 우연함과 무력함이다. 작은 돌 하나가 이렇게 삶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만만해 질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통증은 삶의 변화를 위한 신호이다. 병원은 겸손을 가르치는 학교다.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대부분 우연한 것들이다. 우연히 물려받은 것들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바꿀 수 없다. 갖고 있는 그대로 살아야 하므로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걸 우연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해하면 훨씬 합리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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