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 딸이 현관으로 성급히 뛰어나왔다. 그리고 큰 눈을 뜨고 숨을 고르더니, 깜짝 놀랄 일이 있다고 외쳤다.
"아빠, 말해줄 게 있어. 진짜 깜짝 놀랄 일이야. 궁금하지?"
"어. 그게 뭔데?"
"나, 케첩 먹었어."
딸은 평소 자극적인 색깔이 들어간 음식을 공개적으로 피해왔다. 그녀는 색상으로 음식들을 분류하는 나름의 독자적인 체계를 소유 및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담백한 음식들 (모밀, 계란, 두부, 쌀국수, 흰살생선, 잔치국수, 감자 등 )만을 줄곧 섭취해왔다. 딸이 시뻘건 케첩을 먹었다는 것은 충분히 파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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